【 청년일보 】 정부가 국내 저출생 문제를 해결하고자 재정 투입을 늘리고 다양한 지원책을 마련하고 있지만, 합계 출산율은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상황에서 기업 차원의 출산 장려 문화 조성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특히 최근 카드업계가 국내 인구위기 대응에 앞장서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오면서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27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출생아 수는 23만명으로 전년(24만9천200명)보다 7.7%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013년 42만6천명을 넘던 출생아 수가 최근 10년 만에 절반 가까이 줄어든 것이다.
2023년 합계출산율은 0.72명, 작년 4분기 출산율은 0.65명을 기록했다. 합계출산율은 여성 1명이 가임기간(15~49세) 동안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출생아 수를 나타낸 지표다. 출산율이 0.72명이라는 것은 남녀 100명 사이에서 아이가 36명만 태어난다는 뜻이다.
통계청은 올해 합계 출산율이 더욱 감소해 0.6명대로 내려갈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이처럼 갈수록 심화되는 저출생 문제에 일각에서는 기업 차원의 출산 장려 문화가 조성돼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근로자에게 '일하면서 아이를 낳아 기를 수 있는 근로환경'을 제공하는 것이 저출생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관계자는 "기업 차원에서 출산을 장려하는 제도를 시행하는 것이 출산율이나 향후 인구 절감 문제 해소에 분명히 도움이 된다"라며 "우리보다 앞서 저출산·고령화 문제를 겪어온 일본도 기업차원의 출산 장려책으로 효과를 많이 봤다"고 전했다.
이와 같은 분위기 속에서 최근 카드업계가 국내 인구위기 대응에 맞서 '출산 장려 문화'를 적극 조성하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최근 한반도미래인구연구원이 발표한 EPG 경영평가에서 금융권 1위 기업에 신한카드와 KB국민카드가 나란히 이름을 올렸다.
EPG 지표는 기존 ESG에서 기업의 사회적 기여도를 의미하는 'S(Social)'를 인구위기 대응지표인 'P(Population)'으로 대체한 세운 평가기준이다.
한반도미래인구연구원은 인구구조 변화가 가져올 미래를 예측하고 대응방안을 연구하는 기관이다. 한반도미래연구원은 이번 평가에서 단순히 육아휴직 및 유연근무제 등을 도입했는지 여부를 보는 것이 아닌 실제로 직원들이 제도를 얼마나 활용했는지, 휴직을 다녀온 후 복직했는지 등 요소를 종합적으로 평가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발표에서 신한카드와 KB국민카드는 총점 80.9점을 받아 금융권 기업 중 최고점을 기록했다. 전체 기업 중에서는 나란히 3위를 차지했다.
실제로 이들 기업은 일과 가정의 양립과 함께 적극적인 출산 장려 문화 조성을 위해 임직원을 대상으로 각종 복리후생 제도를 운영 중이다.
먼저 신한카드는 임신 초기(12주 이내)와 임신 후기(36주 이후)에 있는 여직원을 대상으로 1일 2시간의 근무시간 단축제도를 운영 중이다. 뿐만 아니라 원활한 태아 검진이 이뤄질 수 있도록 임신 개월 수와 관계 없이 매월 하루의 휴가를 부여하고 있다.
아울러 출산 전후로 영업일 수 기준 110일의 휴가를 부여하고, 배우자도 최대 10일까지 출산 휴가를 사용할 수 있게 했다.
난임을 겪는 직원을 위한 제도도 운영 중이다. 총 365일까지 가임 휴직을 쓸 수 있으며, 시험관 아기 및 인공수정을 실시할 경우 재직 기간 중 최대 5백만원 한도 내에서 가임시술비를 지원하고 있다.
자녀를 출산한 뒤에는 최대 200만원을 출산 축하금으로 지급한다. 이후 자녀가 84개월이 될 때까지 매월 육아보조금을 지급하는데, 자녀 1인당 지급한도는 900만원이다. 수혜 자녀의 수는 제한이 없다.
더불어 최장 19개월까지 쓸 수 있는 육아 휴직 제도를 운영함과 동시에 초등학교 입학기 자녀를 둔 직원을 대상으로 입학 이후 2개월 동안 근무시간 1시간 단축 제도를 운영해 일과 가정의 양립을 지원하고 있다.
KB국민카드는 가족돌봄휴가와 육아 및 자녀양육휴직 등 휴가제도를 운영해 임직원이 일과 가정의 양립이 가능하도록 하고 있다. 또 직장 내 어린이집을 운영하고 미취학 자녀 교육비를 지원하는 등 보육 및 자녀교육지원 제도를 운영한다.
특히 초등학교 입학 자녀의 등교 지원 등 자녀 돌봄이 필요한 직원들을 위해 근로시간 단축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이를 통해 임직원들은 본래 근무시간보다 출근시간을 늦춰 이용할 수 있다.
신한카드와 KB국민카드의 복리후생 제도는 인구위기 대응차원에서 '모범사례'로 꼽힌다.
신한카드 관계자는 "이번 EPG 경영평가를 통해 일과 가정의 양립이 가능한 근로환경과 가족친화적인 문화 조성 노력을 인정받게 돼 매우 뜻깊게 생각한다"며 "앞으로도 신한카드는 저출생 극복을 위한 선도사례 발굴 등 인구문제 해결에 적극적으로 대응해 기업의 사회적 책임 수행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반도미래인구연구원 관계자는 "신한카드와 KB국민카드 사례는 인구위기 대응차원에서 '모범사례'"라며 "이 같은 기업문화를 가진 기업이 늘어나면 인구 감소 문제 대응에 확실히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 청년일보=신한나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