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년일보 】 여신전문금융업법 일부개정법률안이 지난 21대 국회에서 처리되지 못한 이후 '제재 공백'이 이어지자 카드업계가 내부통제기능을 강화하는 등 선제적으로 금융사고 예방에 나서고 있다.
지난해 105억원 규모의 금융사고가 발생했던 롯데카드는 최근 이사회 내에 내부통제위원회를 신설하고 조만간 위원장을 선임할 계획을 밝혔고, 나머지 카드사들도 내부통제 강화를 위한 각고의 노력을 기울이는 상황이다.
13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현행법 상 카드사와 캐피탈사 등 여신전문금융회사(이하 여전사) 임직원이 횡령이나 배임을 저질러도 금융당국은 해임권고 등의 조치를 취할 수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은행과 보험사, 저축은행 등은 해당 업권법에 금융당국의 임직원 제재 근거가 명시돼 있지만 현행 여신전문금융업법에는 임직원 제재 조항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지난해 롯데카드의 105억원대 배임 사건에도 불구하고 금융당국은 손을 쓸 방법이 없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지난 21대 국회에서 여신전문금융업법 일부개정법률안이 발의됐다. 카드사·캐피탈사 등 여신전문사 임직원이 횡령·배임이나 대출 취급 부실 등으로 적발될 경우 금융당국의 직접 제재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개정 법률안의 주요 내용이었다.
하지만 당시 정쟁이 심화되면서 국회 내에서 법안 처리가 불발됐고, 결국 해당 법안은 지난 5월 말 21대 국회가 종료되면서 자연스럽게 폐기됐다. 즉, 임직원이 횡령·배임 등을 저질러도 금융당국이 처벌할 근거는 여전히 없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한 카드업계 관계자는 "다른 금융권에서 횡령·배임과 같은 금융사고가 일어나면 해당 임직원이 당국의 제재를 받지만 여전업계는 당국이 임직원을 제재를 할 근거가 없다"라며 "이와 같은 '제재 공백' 속에서 카드업계는 내부통제기능을 강화하는 등 금융사고 예방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최근 카드업계가 '내부통제기능'을 강화하는 등 선제적으로 금융사고 예방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먼저 지난달 27일 롯데카드는 정기 이사회를 열고 이사회 내에 내부통제위원회를 신설하기로 의결했다.
내부통제위원회는 내부통제의 기본방침 및 전략 수립, 임직원의 직업윤리와 준법정신을 중시하는 조직문화의 정착방안 마련, 지배구조 내부규범의 마련 및 변경, 내부통제기준의 제정 및 개정 등의 사항을 심의·의결하는 역할을 한다.
롯데카드가 공시한 지배구조 내부규범 개정안에 따르면 위원회는 3인 이상의 이사로 구성하고, 위원회 위원의 과반수는 사외이사여야 한다. 위원장은 위원회 결의에 따라 사외이사 위원 중에서 선정해야 한다.
롯데카드 관계자는 "올해 하반기 중 내부통제위원회를 개최하고, 위원회 결의를 통해 위원장을 선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신한카드는 최근 그룹 차원의 내부통제 체계를 강화하고 있다. 이달 초 신한금융그룹은 그룹 내 인공지능(AI) 활용범위 확산에 따라 AI 분야 내부통제 체계를 강화하기 위해 그룹 차원의 'AI 거버넌스' 구축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AI 거버넌스'는 금융회사가 고객과 임직원을 대상으로 AI를 활용할 때 발생할 수 있는 윤리적·법적·사회적 잠재 위험요인을 식별해 사건이나 사고로 확대되는 것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한 관리체계를 말한다.
AI 거버넌스는 지주회사가 먼저 모든 그룹사가 준수해야 할 윤리 원칙 및 각종 기준을 정의하고, 이에 따라 그룹사가 AI기술 개발부터 운영 등 모든 단계에서의 내부통제 방안을 담은 내규와 매뉴얼을 마련해 연계하는 방식으로 구축될 예정이다.
신한금융지주는 올해 10월 말을 목표로 그룹 표준을 수립할 계획인 가운데, 신한카드는 내년 1분기까지 내규 매뉴얼을 수립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 밖에 타 카드사도 내부통제위원회 신설을 검토하는 등 내부통제 기능 강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KB국민카드 관계자는 "당사는 현재 내부통제 강화 방향에 맞춰 내부통제위원회 신설 여부를 포함해 내부통제 체계 전반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추진 중에 있다"고 말했다.
우리카드도 현재 업계 동향을 파악해 내부통제위원회 신설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 청년일보=신한나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