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승인'을 두고 PG협회와 BC카드 간 대립이 심화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http://www.youthdaily.co.kr/data/photos/20241248/art_17330299748062_536590.jpg)
▲ '직승인'을 두고 PG협회와 BC카드 간 대립이 심화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청년일보 】 최근 BC카드와 전자지급결제대행(PG)업계 간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BC카드가 대형 가맹점을 대상으로 '직승인 시스템' 구축을 확대하자 PG업계는 이를 '골목상권 침해'로 규정하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하지만 PG협회를 향한 시선은 싸늘하기만 하다. 불과 몇 달 전 '티메프 사태' 당시 PG협회가 업계의 손실을 카드사와 분담하자는 주장을 펼쳤던 점이 도마에 올랐다. 일각에서는 상황에 따라 입장을 바꾸는 '이중잣대'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PG협회는 지난달 27일 성명서를 통해 BC카드가 금융지주 계열 카드사를 대상으로 밴(VAN)사 직매입 영업을 확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BC카드가 대형 가맹점을 중심으로 VAN 및 PG 서비스 사업에 진출하면서 PG업무를 침해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PG협회는 "PG사들은 가맹점과 카드사 간의 결제 통로를 제공하면서 전자상거래 시장과 지급결제 시장의 발전에 기여해 왔다"며 "산업과 시스템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해서는 PG와 VAN 본연의 업무를 인정하고 보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BC카드에 대해 "정부가 부여한 신용카드사업 허가권을 무기로 생태계 질서를 무시하고 공정과 상식을 파괴하는 등 골목상권에 대한 갑의 횡포를 멈춰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PG협회의 성명 이후 BC카드도 즉각 입장문을 내고 반박에 나섰다.
BC카드는 "거래 중계 서비스를 통해 가맹점들은 수수료와 시스템 구축 비용을 절감하고 각 카드사는 결제 관련 비용을 낮추고 있다"고 주장했다. 전자지급결제대행 업무범위를 침해한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당사가 제공하는 거래 중계 서비스는 카드 결제과정의 서비스에 해당하는 건"이라고 선을 그었다.
통상 카드결제는 '가맹점 → PG사 → VAN사 → 카드사'의 순서로 진행된다.
그러나 대형 가맹점과 일부 카드사들이 비용 절감을 위해 '직승인 시스템'을 도입하면서 결제 구조에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직승인은 PG와 VAN사를 거치지 않고 가맹점과 카드사가 직접 거래하는 방식으로, 이를 통해 수수료를 절감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러한 결제 구조 변화과정에서 BC카드는 직승인 계약을 맺는 카드사와 가맹점 사이에서 거래 중개 서비스를 위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BC카드는 "가맹점과 카드사 사이의 '직승인 시스템'이 증가하자 카드 결제를 위한 데이터 송수신 체계를 누군가 맡아줬으면 하는 수요가 있었다"며 "그간 BC카드가 40여개의 금융사와 가맹점을 연결해 주는 역할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거래 중개 서비스를 시작한 것"이라고 전했다.
특히 금융권 일각에서는 PG협회의 ‘골목상권 침해’ 주장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도 있다. 일부 PG사가 오히려 카드사보다 더 나은 실적을 올리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BC카드는 지난해 연간 순이익으로 754억원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KG이니시스 당기순이익은 BC카드보다 200억원 이상 많은 971억원을 기록했다. 이밖에 PG협회 주요 회원사의 지난해 순이익은 ▲KG모빌리언스(413억원) ▲NHN KCP(352억원) ▲한국정보통신(301억원) 등으로 나타났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일부 PG사가 카드사보다 더 큰 순이익을 내면서도 골목상권을 운운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지적했다.
그는 "카드사들은 수수료 인하와 조달 비용 증가로 수익성이 악화되고 있어 비용 효율화를 위해서는 직승인 시스템을 추진할 수밖에 없다"며 "현재 PG협회는 시장 내 PG사의 주도권 약화를 우려해 반발하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일각에서는 지난 7월 발생한 큐텐 정산 지연 사태(이하 티메프 사태) 당시 PG협회의 대응이 이번 논란과 상반된다는 점을 지적한다.
당시 PG협회는 카드사의 책임을 강조하며 위험 부담의 공평한 분담을 요구했다. 그러나 이번 사안에서는 자신들의 기득권 보호 논리를 앞세우고 있다는 점에서 이중적 태도라는 비판이 제기되는 것이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는 "일부 PG사는 대형 VAN사가 설립한 자회사인 경우가 많은데, 이들을 골목상권으로 보는 것이 맞는가"라고 반문했다.
이어 "부실한 PG업체가 난립하며 티메프 사태가 발생했고, 그 과정에서 PG업계가 전자지급결제대행 역할에 얼마나 충실했는지 의구심이 드는 상황"이라며 "카드사도 리스크를 줄이고 결제 시장에서 비용 효율성을 도모하기 위해 '직승인'에 나선 것인데 PG협회가 이익을 침해하는 것처럼 이야기하는 것은 옳지 않아 보인다"고 전했다.
한 금융업계 관계자는 "필요할 때 마다 PG업계의 주장이 달라지고 있다"며 "PG업을 영위하면서 생긴 손실에 대한 책임은 카드사와 분담하고 싶고, PG업을 카드사에 빼앗기기 싫다는 것은 모순적"이라고 전했다.
이어 "결제 시장의 변화는 피할 수 없는 흐름"이라며 "PG협회가 BC카드를 포함한 카드사의 '직승인' 반대에 몰두할 것이 아니라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 개발에 나서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
【 청년일보=신한나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