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7월, 기억하십니까"…티메프 사태 피해자 구제 '요원'

등록 2025.07.15 08:00:00 수정 2025.07.15 08:00:31
김원빈 기자 uoswbw@youthdaily.co.kr

미정산 대금 1조3천억원 육박…상당 수 피해자 재정난에 '허덕'
윤석열 정부, 대출 중심 지원 단행…"피해금에 이자까지 이중고"
전문가 "오아시스, 티몬 신뢰 회복 위해 사회적 책임 이행해야"

 

【 청년일보 】 티몬·위메프(이하 티메프) 미정산 사태가 발생한지 1년여의 시간이 흘렀지만, 여전히 대다수의 피해자들이 손실을 보전받지 못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들에 대한 피해 보상이 원활히 이뤄질 수 있도록 정부와 티몬의 인수업체인 오아시스가 적극적으로 나설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피해자들은 여전히 당시 사건의 여파로 사업을 전개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티메프 사태는 판매대금 미지급으로 인해 티몬과 위메프에서 활동하는 판매자(이하 셀러)가 막대한 손실을 입은 사건으로, 지난해 7월 발생했다. 티몬과 위메프는 심각한 재정난으로 자사에서 활동하는 셀러들에게 대금을 제때 지급하지 못했다.

 

당시 티몬과 위메프가 지급하지 못한 대금은 약 1조3천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 사태로 피해를 입은 셀러는 5만5천여명, 피해 업체는 4판8천여곳, 소비자는 무려 47만여명에 이른다.

 

티몬과 위메프를 운영하던 모회사 큐텐은 이커머스의 판매대금 정산에 관한 법률이 느슨한 점을 이용해 '돌려 막기'를 통해 판매 대금 지급을 고의적으로 지연시켜 왔지만, 결국 미지급액이 감당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자 법정 관리를 신청하게 됐다.

 

문제는 셀러들에게 지급되지 못한 1조3천억원에 달하는 판매대금을 온전히 돌려받을 수 있는 방법이 마땅치 않다는 점이다.

 

그나마 티몬의 경우 회생 법원의 강제 인가를 걸쳐 오아시스에 인수합병될 예정이지만, 이 과정에서 회생 채권 변제율은 0.75%로 책정되는 데 그쳤다. 만약 피해자가 1천만원의 피해를 입었다면, 7만5천원을 변제받을 수 있다는 의미다.

 

심지어 위메프는 마땅한 새 주인도 나타나고 있지 않아 피해 금액 자체를 보상받지 못할 가능성도 높다.

 

피해자들은 이와 같은 법원의 결정에 크게 반발하고 있다.

 

당시 사태로부터 피해를 입은 셀러 A씨는 "70%를 받아도 모자란 상황에 0.75%라는 게 가당키나 한 말인지 모르겠다"며 "주식이나 가상 자산에 투자해서 입은 손실을 억지를 쓰며 돌려달라는 것도 아니고, 열심히 일해서 올린 수익을 온전히 내놓으라고 하는 게 무리한 요구라는 것인가"라고 토로했다.

 

또한, 이와 같은 변제율을 담은 회생 계획이 법원으로부터 이미 확정적으로 인가됐기 때문에, 추후 이 수치가 변경될 여지가 적다는 점도 피해자들의 고통을 가중하고 있다.

 

또 다른 셀러 B씨는 "티몬에게 받지 못한 금액만 수천만원에 달한다"며 "지금까지 그래도 절반 이상은 돌려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갖고 있었다는 것 자체가 스스로 한심하고 개탄스럽다"고 전했다.

 

또한 그는 "피해를 입은 사람이 여전히 수만명에 달하는데, 법원이 이러한 말도 안 되는 수치의 변제율을 담은 회생 계획을 강제 인가했다는 것도 분노하는 부분"이라며 "열심히 자신의 일을 하던 사람이 입은 피해를 구제하는 것보다, 사익 채우기에 바빴던 회사를 살리는 게 더 중요하다는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티메프 사태 당시 정부의 대응에 비판의 목소리를 보내는 피해자도 많았다. 정부는 이 사건의 피해자들을 대상으로 대출 중심의 구제방안을 내놓은 바 있다.

 

실제 정부는 사태가 발생한 직후인 작년 8월 피해 기업에 대한 대출을 골자로 하는 '위메프 사태 대응방안 추진 상황 및 향후 계획'을 발표, 시행한 바 있다. 정부는 이 계획에 약 1조6천억원을 투입해 경영 안정을 위한 대출을 시행했으며, 피해 기업에 대한 대출 및 보증에 대한 만기 연장 등을 지원했다.

 

피해자들은 당시 정부의 조치가 자신들을 또 다른 '빚더미'에 앉게 하는 미봉책에 불과했다고 말한다.

 

티메프 사태 이후 정부를 통해 대출을 받았다는 한 셀러는 "근본적으로 이 사건을 일으킨 구영배 큐텐그룹 대표에 대한 빠르고, 정확한 수사가 이뤄졌어야 했다"며 "대출이라는 임시 대책으로 당장 급한 불을 끄는 것도 중요했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피해자들이 받아야 할 돈이 도대체 어디서, 어떻게 유용됐는지 확인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받지 못한 대금도 문제지만, 당시 정부로부터 받은 대출금액도 말로 못 할만큼 부담이 된다"며 "아무리 낮은 이자율로 대출을 해줬다고 하지만, 대출은 어디까지나 대출일 뿐이지, 사태를 근본적으로 해결해 주는 것이 아니다"라고 전했다.

 

또 다른 셀러도 "당시 정부는 비판을 면하기 위해 대출 형식으로 피해자들의 분노를 가라앉히려고 했다"며 "당시 약속한 진상 규명은 1년이라는 시간이 지나도록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새롭게 출범한 이재명 정부도 마땅한 대책을 마련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달 10일 국회에서 열린 '티메프 사태 1년, 전(前) 정부 대응 문제점과 평가' 정책 토론회에서 김현동 중소벤처기업부 판로정책과장은 "정부 입장에서 (대출금 금리 인하)를 검토해 보겠다"라는 미온적인 반응을 내놨다.

 

이 자리에 참석한 변재은 금융감독원 전자금융감독국장도 "미정산 잔액 허위 보고 건이 재발하지 않도록 할 것"이라는 원론적인 답변을 내놓는 데 그쳤다.

 

이날 참석한 공정거래위원회 등 여타 유관 기관에서도 티메프 사태의 피해를 해결할 수 있는 근본적인 방안을 내놓지는 못했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티메프 사태로 인해 피해자들이 입은 손실을 최대한 보장할 수 있는 실질적인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는다.

 

주요 경제단체의 한 전문가는 "현재 시점에서 모든 피해 금액을 돌려주는 것은 사실상 어려운 게 현실"이라면서도 "다만, 이커머스 업계의 신뢰 회복과 발전을 위해 정부가 사태를 유발한 원인 제공자에 대한 책임을 엄격히 묻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구영배 대표가 국내외에 은닉한 자산이나 계열사에 피해자 보상을 위해 사용될 수 있는 자금이 얼마나 남아 있는지 확인하는 과정이 필요하다"며 "법원의 회생 인가 결정이 티메프 사태의 끝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며, 여전히 수만 명의 피해자들이 고통을 받고 있다는 사실을 망각해서는 안 된다"고 전했다.

 

또 다른 전문가는 티몬을 인수한 오아시스가 이들에 대한 피해 구제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한다.

 

유통업계에 정통한 한 전문가는 "오아시스가 티몬 인수를 결정해 0.75%라는 변제율이 결정되게 됐지만, 이는 피해자 입장에서는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라며 "오아시스가 티몬을 통해서 유통산업에서의 입지를 넓히고자 한다면, 이들에 대한 적절한 피해 보상이 반드시 선행돼야 한다"고 언급했다.

 

그는 "이커머스 사업에 있어 소비자·셀러와의 신뢰는 단순히 법률적 책임을 이행하는 것 이상의 가치를 지니고 있다"며 "티몬의 인수합병을 결정한 순간부터 오아시스는 티메프 사태로 발생한 피해자들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금전적, 사회적 비용을 부담하게 되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한편, 티메프 사태로 재판에 넘겨진 구영배 대표는 티메프 합병을 위해 설립했던 KCSCW의 사명을 ASQ로 변경하고 새로운 유통사업을 위한 기반을 닦고 있다. 이 회사는 큐텐 출신인 홍현직, 이주한 공동대표 체제로 운영될 전망이다.

 


【 청년일보=김원빈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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