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회일까, 독일까"…오아시스, 티몬 인수 확정에도 난제 '산적'

등록 2025.06.26 08:00:03 수정 2025.06.26 08:00:18
김원빈 기자 uoswbw@youthdaily.co.kr

법원, 티몬 회생계획 강제인가…오아시스, 신주 100% 인수 방식 채택
오아시스 "티몬에 새벽배송 및 직매입 시스템 적용 검토…부활 신호탄"
업계 "이질적 업태에 시너지 기대 어려워…막대한 시간·자본 투입 필요"

 

【 청년일보 】 오아시스가 마침내 티몬 인수를 확정지었다.

 

업계에서는 토종 전자 상거래(이커머스) 플랫폼의 부활이 가능해졌다는 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오아시스와 티몬 간의 실질적인 시너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또한, 티몬·위메프 판매 대금 미지급 사태로 인해 피해를 입은 판매자(셀러) 등에 대한 합리적인 구제방안도 마련돼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서울회생법원 회생3부(정준영 법원장)는 티몬의 회생계획에 대해 강제 인가를 지난 23일 결정했다.

 

법원은 "회생 계획안을 인가하는 것이 회생담보권자, 회생 채권자, 근로자 및 기타 모든 이해관계인의 이익에 부합한다고 판단해, 부결된 회생 계획안의 내용대로 상거래채권(중소상공인 및 소비자) 회생채권자를 위해 권리 보호 조항을 정해 강제 인가 결정했다"고 밝혔다.

 

앞서 티몬의 회생 계획안은 20일 열린 '회생계획안 심리 및 결의를 위한 관계인 집회'에서 부결된 바 있다.

 

그러나 법원은 "회생 계획안이 상거래채권 회생채권자의 조에서 법정 다수의 동의를 얻지 못해 부결됐다고 하더라도 청산가치 보장의 원칙을 준수하고 있는 점, 회생 채권자 의결권 총액의 절반 이상(59.47%)이 회생 계획안에 동의하고 있는 점 등을 종합해 이같이 결정했다"고 말했다.

 

지난해 9월 10일 회생 절차를 개시한 티몬은 9개월 만에 절차를 마무리하게 됐다. 당시 유일한 회생 수단으로 인수합병(M&A)이 추진됐고, 올해 4월 14일 오아시스가 최종 인수 예정자로 선정됐다. 오아시스는 이후 유상증자로 발행된 티몬 신주 100%를 인수하는 방식으로 총 116억원을 쏟았다.

 

다만, 이 사태를 초래한 본질적인 원인인 판매 대금 미지급 사태는 끝내 완전히 해결되지 못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오아시스가 투입한 116억원 중 102억원이 회생채권 변제에 투입될 예정이지만, 전체 채권액(1조2천258억원) 대비 약 0.8%에 그치기 때문이다. 즉, 나머지 약 99%에 해당하는 금액은 돌려받을 수 없다는 의미다.

 

피해자를 중심으로 '반쪽짜리 인수'라는 평가가 나오는 가운데 오아시스 측은 티몬 합병을 통해 ▲티몬 배송 시스템 현대화 ▲오아시스 직매입 시스템 도입 및 티몬 입점 등을 기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오아시스 관계자는 "오아시스와 티몬은 애초에 성격이 많이 다른 플랫폼인 것은 사실"이라면서 "오아시스는 신선식품 위주의 상품 구색과 충성 고객층이 많이 이용한다는 특징이 있는 반면, 티몬은 오픈마켓 형태라는 점과 다양한 고객이 이용하고 있다는 특색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오아시스가 그간 새벽 배송 등을 진행하며 축적한 빠른 배송에 대한 효율적인 운영 노하우를 티몬에 결합할 수 있는 방안과 계획을 구체적으로 마련 중"이라고 말했다.

 

회사 측은 오아시스가 현재 플랫폼을 운영하며 채택하고 있는 상품 직매입 시스템과 티몬 직접 입점 등도 검토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이 관계자는 "오아시스의 가장 큰 장점은 신선하고 믿을 수 있는 상품을 직매입해 빠르게 제공하고 있다는 것"이라며 "티몬의 주력 상품 역시 오아시스처럼 직매입 하는 방식을 내부적으로 검토 중"이라고 전했다.

 

또한 "오아시스가 티몬에 직접 하는 방안도 다양한 옵션 중 하나로 거론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반면, 일각에서는 오아시스의 티몬 합병을 통한 실질적 시너지를 현시점에서는 구체적으로 발휘하기 어렵다는 의견을 내놓는다. 두 업체 간의 사업 구조, 형태 등이 크게 이질적인 관계로 쉽사리 양사 간의 협력방안을 모색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업계에서는 주로 ▲양사 간 실질적 시너지 부재 ▲티몬 브랜드 신뢰도 등의 문제 등을 거론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티몬은 오픈마켓 형태의 플랫폼으로, 신선식품 경쟁력이 비교적 떨어진다는 한계가 있는데, 이 부분을 오아시스가 보완해 줄 수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라며 "오아시스 입장에서도 티몬이 가지고 있던 셀러 및 고객 DB를 대량으로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상호 호혜적이라고 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다만, 이러한 시너지를 창출하기 위해서는 험난한 '고난의 시간'을 감내해야 할 것"이라며 "단순히 인수 비용을 제외하고도 티몬에 머물러 있는 기존 임직원과 사업 형태를 새롭게 정비하는 데 막대한 비용과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가장 큰 문제점은 양사 간 사업 형태가 매우 이질적이라는 점"이라며 "단순 셀러 DB 확보 차원에서 티몬을 인수하기에는 오아시스가 감내해야 부담이 매우 크다"고 지적했다.

 

또한 업계에서는, 지난 티몬·위메프 판매 대금 미지급 사태로 인해 '티몬'에 대한 막대한 브랜드 신뢰도 타격도 큰 걸림돌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의 한 전문가는 "오아시스는 자사가 '흑자 기업', '믿을 수 있는 기업'이라는 점을 지속적으로 강조하고 있지만, 티몬에서 근무하는 임직원과 정책이 곧바로 오아시스의 그것처럼 한 번에 바뀔 수 없는 것"이라며 "티몬이 셀러와 고객으로부터 신뢰를 회복하기 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이며, 시간이 지나더라도 다시 회복될 수 있을 것이라는 보장하기도 어렵다"고 전했다.

 

그는 "무엇보다 99%가 넘는 정산 비용을 지급하지 못한 상태로 티몬을 인수한다는 점이 문제"라며 "엄청난 부채는 물론 셀러와 고객의 불신을 떠안고 인수 후 사업을 시작해야 하기 때문에 결코 순탄치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도 "이커머스 사업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셀러, 소비자의 신뢰"라며 "티몬은 지난 사태로 인해 사실상 모든 것을 상실했다고 봐도 무방하다"며 "사업 형태가 전혀 다른 오아시스가 티몬의 신뢰도 회복을 도울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부연했다.

 

전문가들은 오아시스와 티몬 간의 시너지는 결국 셀러, 소비자로부터의 신뢰 회복과 유기적으로 연결돼 있는 문제라고 말한다.

 

유통업계에 능통한 한 전문가는 "무너진 티몬의 신뢰를 회복하는 데 '토종 이커머스'라는 말로는 셀러와 소비자를 설득하는 것은 어렵다"며 "오아시스가 티몬 인수 후 가장 시급한 과제는 바로 신뢰 회복"이라고 말했다.

 

그는 "오아시스가 티몬 인수 후 구상하고 있는 다양한 전략이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티몬을 다시 믿을 수 있는 업체라는 믿음을 줄 수 있을 정도로 피해자에 대한 합리적인 보상이 이뤄져야 한다"고 전했다.

 

이은희 인하대학교 소비자학과 교수는 "오아시스가 식품 배송 분야에서 굉장한 전문성이 있기 때문에, 이러한 노하우를 티몬에 적용시킬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도 있다"며 "다만, 티몬의 전체 사업을 그대로 다시 재개하기보다는, 오아시스가 가지고 있는 전문성을 기반으로 마켓컬리와 같이 몇 가지 분야에 특화해 플랫폼을 운영한다면 나름대로 승산이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이 교수는 "다만, 티몬·위메프 판매 대금 미지급 사태의 여파가 여전히 남아 있는 가운데, 피해자 보상을 위한 막대한 자금을 투입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플랫폼에 대한 신뢰가 회복되지 않는다면, 아무리 청사진을 그리고 있다고 하더라도 실현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짚었다.

 

그는 "현 상황에서는 오아시스의 티몬 인수가 적절한 결정이었는지에 대해서는 긍정하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 청년일보=김원빈 기자 】




저작권자 © 청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



서울특별시 영등포구 선유로49길 23, 415호 (양평동4가, 아이에스비즈타워2차) 대표전화 : 02-2068-8800 l 팩스 : 02-2068-8778 l 법인명 : (주)팩트미디어(청년일보) l 제호 : 청년일보 l 등록번호 : 서울 아 04706 l 등록일 : 2014-06-24 l 발행일 : 2014-06-24 | 편집국장 : 성기환 | 고문 : 고준호ㆍ오훈택ㆍ고봉중 | 편집·발행인 : 김양규 청년일보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Copyright © 2019 청년일보. All rights reserved. mail to admin@youthdail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