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년일보 】 이창용 한국은행(이하 한은) 총재가 금리 인하가 야기할 구조적인 문제 심화 가능성에 대해 지적했다. 이 총재는 지난 8월 기준금리 동결에 대해 인하 시점을 실기했다는 비판을 반박하면서 장기적 관점의 거시정책 운용을 강조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하 금감원장)이 은행 예대금리차가 확대되고 있는 점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 이 원장은 향후 개별 은행별 유동성 상황 및 여·수신 금리 추이 등을 분석해 금리 반영경로를 면밀히 점검할 것을 지시했다.
이외 은행권의 대출 조이기 기조가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은행 및 우리은행, 신한은행은 비대면 상품 판매를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이같은 조치는 가계대출 연간 총량 관리를 위한 것으로 분석된다.
◆ 이창용 한은 총재 "금리 인하 따른 구조적 문제 심화 가능성 고려 필요“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 5일 "금리 인하가 민간 신용을 확대해 장기적으로 구조적인 문제를 심화할 수 있다는 점을 (통화정책 결정 때) 같이 고려해야 한다"고 밝혀. 이 총재는 이날 한은에서 한국금융학회와 공동 주최한 정책 심포지엄 축사에서 "통화정책을 결정할 때 성장과 금융안정 간 상충 우려에 대한 고려가 과거보다 훨씬 더 중요해졌다"며 이같이 언급.
그는 민간신용이 일정 수준을 넘어서면 오히려 생산성이 저하되고 소비를 제약하는 등 경제성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내용의 국제결제은행(BIS) 보고서를 인용. 이 총재는 "가계와 기업금융의 구조적 문제는 우리 경제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 반드시 해결해야 할 중요한 과제"라고 강조.
이 총재는 한은이 지난 8월 기준금리를 동결하면서 '인하 시점을 실기했다'는 비판을 거듭 반박. 그는 "현재 우리 상황을 미뤄볼 때 (당시에는) 금리 인하를 미루고 거시건전성 관리를 강화함으로써 가계부채와 수도권 부동산 가격 급등세가 주춤할 수 있게 하는 정책이 필요했다"고 밝혀.
이 총재는 "지난 20년간 경기가 나빠질 때마다 장기적 문제를 등한시하고 단기적 경기 부양에만 집중한 데 따른 부정적 효과가 있었음을 다시 한번 생각해 봐야 한다"고 지적. 아울러 "이제 장기적이고 구조적인 문제에 대해 균형잡힌 시각으로 정책을 수립해야 할 시기"라며 "정부와 정책 공조가 잘 이뤄지고 있다고 자부심을 갖는다"고 언급.
◆ 이복현 금감원장 "은행 예대금리차 확대 우려...바람직하지 않아“
이복현 금감원장은 지난 5일 "은행 예대금리차는 연초보다는 작은 수준이나 최근 몇 달 동안 확대되고 있는 점은 우려스러운 측면이 있다"고 지적. 그는 이날 임원회의에서 "기준금리 인하로 경제주체가 금리 부담 경감효과를 체감해야 하는 시점에서 예대금리차 확대로 희석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이같이 언급.
이 원장은 "기준금리 인하는 통상 수신금리에 먼저 반영된 이후 대출금리에 시차를 두고 반영되는 경향이 있으므로, 향후 개별 은행별 유동성 상황과 여·수신 금리 추이 등을 분석해 금리 반영경로를 면밀히 점검하라"고 지시.
아울러 이 원장은 특히 대내외 금융시장 변동성이 큰 상황에서 수신 및 은행채 발행 수요가 증가할 수 있는데, 이로 인해 기준금리 인하 효과가 지체되지 않도록 세심하게 관리해 달라고 당부. 금감원에 따르면 국내은행의 가계대출 신규취급액 기준 예대금리차는 7월 0.65%포인트(p), 8월 0.73%p, 9월 0.83%p로 확대.
◆ 비대면 대출창구 닫는 은행들...”끝나지 않는 총량 관리“
기업은행은 지난달 29일부터 비대면 대출상품 세 가지(i-ONE 직장인스마트론·i-ONE 주택담보대출·i-ONE 전세대출)의 신규 판매를 중단. 기업은행 관계자는 "가계대출의 한시적 총량 관리를 위한 것"이라고 설명.
우리은행도 지난 5일부터 내달 8일까지 비대면 주택담보대출 상품인 '우리WON주택대출(아파트·연립·다세대·오피스텔)'을 취급하지 않는다고. 전세자금대출 상품 '우리WON전세대출(주택보증·HUG)'와 '우리스마트전세론(서울보증)', 'iTouch 전세론(주택금융보증·서울보증일반)' 판매도 중단.
신한은행도 지난 5일 홈페이지를 통해 6일부터 모바일뱅킹 앱 '쏠(SOL)뱅크'에서 모든 비대면 대출상품을 한시적으로 판매하지 않는다고 공지. 신한은행은 "가계대출의 안정적 관리와 실수요자 공급을 위한 조치"라고 설명.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지난달 말 가계대출 잔액은 732조812억원으로, 전월 말(730조9천671억원)보다 1조1천141억원 증가. 전월 대비 증가폭은 8월(9조6천259억원), 9월(5조6천29억원)과 비교해 큰 폭으로 감소. 이처럼 가계대출 증가세가 뚜렷하게 꺾인 뒤에도 여전히 은행들이 잇따라 대출상품 취급을 중단하고 금리를 더 올리는 것은 연간 총량 관리 때문으로 해석.
◆ 금융당국, 보험사 실적 부풀리기 ‘손질’...‘IFRS17 가이드라인’ 발표
금융당국은 지난 4일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주재로 제4차 보험개혁회의를 열고 'IFRS17 주요 계리가정 가이드라인'과 '보험부채 할인율 현실화 연착륙 방안'을 논의. 이는 지난 5월 보험개혁회의 출범 이후 회계제도 측면에서 학계·업계·전문가 실무반을 통해 마련한 해지율·손해율 산출방법론의 최종방안.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보험업계에서 가장 쟁점이 돼온 무·저해지 보험 해지율 산출 시 올해 연말 결산부터 완납 시점 해지율이 0%에 수렴하는 로그-선형모형을 원칙모형으로 적용. 완납 후에는 최종해지율 0.8%를 적용한다고.
보험사들은 완납 직전까지 자의적으로 높은 해지를 가정해 상품의 수익성을 높게 산출해 보험계약마진(CSM)을 부풀리는 방식으로 '고무줄 회계이익'을 냈다는 지적을 받아 온 상황. 보험사들이 해지율 예측에 실패하면 보험금 재원이 부족해져 재무리스크나 소비자 피해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는 게 금융당국의 지적.
금융당국은 또 보험사들이 보험부채 산출시 손해율 가정에서 연령을 구분해 보험부채와 CSM 산출에 정확도를 높인다는 계획.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지속 가능한 보험산업을 위해서는 보험회계에 대한 불신을 반드시 타파해야 한다"며 "이번 개선 조처를 통해 보험사가 계리적 가정을 합리적으로 산출하는 기틀을 마련하기를 바란다"고 언급.
◆ 저신용자 신용대출 시장서 저축은행·대부업·카드론 경쟁 심화
지난 5년간 저신용자 개인신용대출 시장에서 저축은행·대부업·카드론간 경쟁이 심화한 것으로 집계. 은행 중소기업대출 중 신용대출 시장은 경쟁압력이 낮은 것으로 평가. 비수도권의 경우 금융수요에 비해 은행·저축은행·상호금융의 금융공급 규모가 상대적으로 부족한 것으로 나타나.
금융위원회는 지난 5일 3기 금융산업 경쟁도평가위원회 회의를 열고 이같은 내용의 중소기업 대출과 개인신용대출 시장의 경쟁도 평가결과와 지역별 금융공급과 관련한 경쟁 현황에 대해 논의.
금융연구원의 연구용역 결과에 따르면 저신용자 개인신용대출 시장에서는 2021년 후 지난해 말까지 금리상승에 따른 자금조달 비용 상승으로 저축은행·대부업·카드론간 대출금리차가 축소되며 경쟁압력이 상승.
대부업의 잔액기준 평균금리는 2019년 6월말 25%에서 2021년 12월말 21.5%, 지난해 12월말 18.4%로, 저축은행은 같은 기간 20.4%, 16.0%, 15.9%로, 카드론은 14.0%, 13.0%, 12.9%로 각각 하락. 또한 지역별 금융공급 관련 경쟁현황 평가에서는 수도권을 제외한 지방은 전국 대비 금융수요에 비해 금융공급이 상대적으로 적은 것으로 판단.
금융위원회는 이번 평가 결과를 토대로 금융권 경쟁 활성화 추진과 관련 추가적인 보완 사항이 있는지 검토한다는 계획. 향후에도 기능별 경쟁도 평가를 위해 자료를 축적해 지방은행·저축은행·상호금융·여전사 등 예금·대출 취급기관의 인가정책 및 역할 정립 방안 마련 등에 활용.
【 청년일보=신정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