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년일보 】 MG손해보험(이하 MG손보) 매각이 난항을 겪고 있다.
우선 협상대상자로 선정된 메리츠화재는 실사 이후 고용 관련 협의가 가능하다는 입장인 반면, MG손보 노동조합(이하 노조)은 고용승계의 불확실성을 근거로 메리츠화재의 우선 협상대상자 지정 철회를 요구하고 있어 양측간 팽팽한 대립이 이어지는 모습이다.
17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예금보험공사(이하 예보)는 MG손보 매각과 관련, 우선 협상대상자인 메리츠화재와 함께 실사를 추진하고 있다.
예보는 2022년 4월 MG손보가 부실금융기관으로 결정된 이후 금융위원회로부터 공개 매각을 위탁받았다. 이후 3차례의 공개 매각과 재공고 입찰이 유찰되면서 MG손보 매각은 수의계약으로 전환됐다.
예보는 수의계약에 참여한 메리츠화재와 데일리파트너스의 계약 이행능력 등을 평가해 지난해 12월 9일 메리츠화재를 우선 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 현재는 후속 절자 진행을 위해 메리츠화재와 함께 추가 실사를 추진하는 상황이다.
MG손보는 1947년 국제화재로 설립된 이래 2001년과 2012년에 걸쳐 두 차례 부실금융기관으로 결정됐고, 이번이 세 번째 부실금융기관으로 지정돼 추가적인 기금 투입이 필요한 상태다.
예보는 “MG손보는 글로벌 금융위기로 고위험 포트폴리오의 자산가치가 크게 하락해 부실화된 그린손해보험의 계약을 이전받았다”며 “이후 출자 및 후순위채 발행 등으로 약 6천억원의 자금을 투입했으나 2020년 이후 지속적인 당기 순손실을 기록하고 있고, 부실금융기관 결정 이후에도 지급여력비율이 하락해 신속한 정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MG손보의 지난해 2분기 기준 지급여력비율(K-ICS·킥스)은 44.42%로, 금융당국 권고치인 150%에 크게 못 미친다. 킥스비율은 보험사가 보험계약자 등에게 보험금을 지급할 수 있는 능력을 가늠하는 지표를 뜻한다. 보험업계에서는 MG손보의 킥스비율을 정상 수준으로 끌어올리기 위해 수천억원의 추가 자본 투입이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있다.
예보는 “MG손보의 실적 악화가 지속되고 있으며 중요한 재무건전성 지표인 지급여력비율도 지속적으로 하락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이번 매각을 통해 신속한 정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예보는 약 3년간의 매각 추진 과정에서 유효한 입찰자는 메리츠화재가 유일하며, 추가 매수 희망자를 찾는 것은 불확실한 상황이라는 판단을 내놨다.
예보는 “메리츠화재 및 MG손보 관리인과 협력해 실사가 이뤄질 수 있도록 원칙에 따라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부실금융기관으로 지정된 MG손보에는 2022년 4월부터 금융감독원에서 3명, 예보에서 1명 등 총 4명의 관리인이 파견된 상태다.
다만 우선 협상대상자 선정에도 현재 MG손보의 매각 절차는 지연되고 있는 상태다. 주된 쟁점은 ‘고용승계’다. 우선 협상대상자인 메리츠화재는 실사를 먼저 진행한 후 고용 규모 등 관련 협의에 나서겠다는 입장인 반면, MG손보 노조는 메리츠화재의 우선 협상대상자 지정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MG손보 노조는 금융위원회 앞에서 수 차례의 결의대회를 여는 등 메리츠화재가 인수 주체가 되는 것에 대해 강경한 반대를 표명해 왔다. MG손보가 메리츠화재로 인수된 후 고용승계가 이뤄지지 않을 공산이 크다고 보기 때문이다.
MG손보 노조는 “메리츠화재로의 인수를 반대하는 이유는 지극히 자본주의적인 조직문화 때문"이라며 “MG손보와 메리츠화재의 보험업 포트폴리오는 거의 유사한 형태이기 때문에 직원들이 담당하는 업무의 중복성 등을 감안하면 고용 승계가 이뤄지지 않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밝혔다.
이어 “메리츠화재 측에서 정년 보장을 약속하지 않는 이상 메리츠화재로의 매각을 반대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예보는 “원칙적으로 (MG손보 매각 후) 고용 규모는 우선 협상대상자와 MG손보 대표관리인 및 노동조합간 협의를 통해 결정할 사항”이라며 “최대한 많은 인원이 고용될 수 있도록 예보도 잘 살펴볼 예정”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고용 규모와 관련해서는 아직 어떠한 사항도 결정된 바 없다”고 전했다.
한편 이번 매각이 실패할 경우 예보는 4차 매각 또는 예금보험금 지급 후 청·파산 등 정리방식에 대해 금융당국 등과 협의해 결정할 예정이다.
MG손보 노조는 “예보에서 MG손보 영업에 영향을 줄 수도 있는 청·파산을 언급하는 것은 다소 신중하지 못한 태도라고 본다“며 "예보는 공공기관으로서 MG손보 매각에 책임 있는 자세로 임해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 청년일보=신정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