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철가방 (上)] "우리가 어떤 민족입니까"…배민, '매출 4조 스타트업 신화' 등극

등록 2025.04.17 08:00:00 수정 2025.04.17 08:00:06
김원빈 기자 uoswbw@youthdaily.co.kr

"전단지 앱에서 국민 배달앱으로"…김봉진 창업자, 친구들과 '배민' 개발해
데이터베이스 확보 위해 전단지 주우며 '동분서주'…"배달계 114로 입소문"
코로나19 거치며 매출 4조원대 기업 '우뚝'…"배달=배민" 인식 마련에 성공

 

배달 플랫폼 업계 1위를 차지하고 있는 배달의민족(이하 배민)은 소비자들에게 없어서는 안되는 '필수재'로 자리했다. 식당 정보를 모아둔 디지털 전단지에 불과했던 앱은 4조원대의 매출을 내는 거대 기업, '스타트업의 신화'로 거듭났다. 한편, 배민은 배달 커머스 시장을 육성했다는 긍정적 평가를 받는 한편, 기형적 플랫폼 경제 구조를 심화했다는 혹평도 받고 있다. 배민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의 명암과 지속 가능한 성장 방안을 알아본다. [편집자주]

 

<글 싣는 순서>


(上) "우리가 어떤 민족입니까"…배민, '매출 4조 스타트업 신화' 등극

(中) 배민, '기형적 수익 구조' 비판…"지속 가능 성장 동력 잃을 것"
(下) 쿠팡이츠, '매서운 공세'…배민 "배달 커머스·신사업 역량 집중해야"

 

【 청년일보 】 "배달 왔습니다!"

 

문이 열리자 은색 철가방을 든 배달원이 집 현관에 주문한 음식을 차례로 내려놓는다. 이어 배달원은 누락된 음식이 없는지 철가방 속을 확인하고는 끝으로 냉장고에 부착할 수 있는 전단지와 쿠폰을 두고는 집을 떠난다.

 

불과 10여 년 전 통화를 통해 음식을 주문했을 경우 늘 볼 수 있었던 일상 속 장면이다.

 

소비자들은 때때로 배부되는 홍보물 속에 나열된 동네의 '맛집'을 일일이 찾았고, 음식이 필요할 때마다 전화를 사용해 메뉴를 주문했다.

 

오늘날 배달 문화는 그 당시와 사뭇 달라졌다.

 

이제 소비자들은 자신의 스마트폰을 꺼내 터치 몇 번 만을 수행하면, 인근에 위치한 모든 맛집 정보와 메뉴를 손쉽게 확인할 수 있게 됐다. 음식 카테고리 별로 편리하게 메뉴를 고를 수도 있다.

 

그렇게 가족, 친구들과 삼삼오오 모여 배달 음식이 필요할 때는 다음과 같이 말하는 시대가 왔다.

 

"배민 시키자"

 

◆"처갓집 냉장고 지저분해서"…전단지 모아 '배달 114' 만든 김봉진

 

국내 배달 플랫폼 1위 배달의민족(이하 배민)은 지난 2010년 김봉진 창업자에 의해  세상에 등장했다.

 

사실 배민은 그가 친구들과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한 '토이 프로젝트'에 불과했다. 또한, 초기 배민은 현재와 같은 '배달 앱'의 모습이 아닌, 식당의 판촉 정보를 모아둔 '전단지 앱'의 형태를 갖추고 있었다.

 

그는 자신의 처갓집 냉장고에 붙어 있는 자석 전단지들을 보고, 깔끔한 방식으로 이를 정돈하고 싶은 마음에 디자이너 경력을 살려 배민 앱을 출시하게 됐다.

 

배민 서비스 초기 음식점 데이터베이스를 확장하기 위해 직원들은 거리로 나가 '지면 전단지'를 일일이 주웠다. 직원들은 더 많은 전단지를 수집하기 위해 재활용 센터를 돌거나 아파트 경비원들의 도움을 받기도 했다.

 

또한, 소비자가 배민으로 자장면을 주문하면 일일이 이를 PC에서 확인한 뒤, 중국집에 대신 전화하는 방식으로 대리 주문을 해주기도 했다.

 

배민은 이와 같은 '전통적 방식'으로 초기 데이터베이스와 소비자를 확보했고, 본격적인 사업화에 착수했다. 이때 설립한 법인명이 바로 오늘날 '우아한형제들'이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 김 창업자는 '배달계의 114'와 같은 형태를 목표로 소비자와 음식점을 연결해 주는 안내 앱 서비스로 배민의 방향성을 명확히 설정하게 됐다.

 

사업의 성장 가능성에 주목한 그는 이후 본격적으로 개발에 뛰어들어 현재의 형태와 같은 배민을 만들어냈다.

 

당시 스마트폰이 본격적으로 보급되기 시작했다는 점도 그와 배민에게는 긍정적 요소로 작용했다.

 

2010년 무렵은 애플의 아이폰이 국내에 처음 도입돼 '앱스토어 붐'이 일었던 시기다. 당시엔 IT 분야에 종사하던 사람들뿐만 아니라 개인들, 심지어 고등학생이 만든 사소한 앱도 화제가 됐다.

 

초기 배민도 이러한 '화제성 앱' 중 하나로 소비자들에게 알려지기 시작했다.

 

이후 배민은 데이터베이스에 기반한 구독형 광고 상품 등을 통해 사업 모델(BM)을 발전시키고, 계속된 스케일업 투자 유치에 성공했다.

 

또한, 배민은 배달 사업에서의 노하우를 기반으로 퀵커머스 분야로 확장함으로써 스타트업계에서 플랫폼 비즈니스의 모범 사례로 발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무엇보다 2020년 세계 배달 앱 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는 독일계 기업 딜리버리히어로(DH)가 우아한형제들을 약 4조7천500억원에 인수하며, 국내 첫 엑시콘(엑사트+유니콘)이라는 초유의 성과를 내기도 했다.

 

그렇게 배민은 '스타트업의 전설'이 됐다.

 

 

◆코로나19 확신기 '폭발적 성장'…업계 1위 우량 기업 '우뚝'

 

배민은 이처럼 다양한 과정을 겪으며 성장해왔지만, 초기부터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수익을 내는 기업은 아니었다.

 

여전히 소비자들은 기존처럼 전화를 통해 음식을 주문하는 것이 익숙했고, 앱을 통해 배달을 시키는 경우는 매우 예외적인 상황에 한정됐다.

 

배민이 '배달 플랫폼'이라는 새로운 산업 분야의 문을 열고, 본격적으로 소비자에게 널리 알려지기 시작한 시점은 다름 아닌 코로나19 확산 시기인 2019년 무렵이었다.

 

당시 정부는 높은 전파력을 갖는 코로나19의 확산을 막기 위해 확인된 백신 접종자만 식당을 이용할 수 있게 하는 등 강도 높은 사회적 격리 조치를 시행했다.

 

이에 소비자들은 예전처럼 자유롭게 식당을 이용할 수 없게 됐고, 부득이 '배달' 혹은 '포장'을 통해 원하는 음식을 접할 수밖에 없었다.

 

이와 같은 사회적 환경이 조성되자, 배민은 급속도로 성장하기 시작했다. 자영업자들이 사회적 격리 조치로 인해 급격히 감소하는 매출을 어떻게든 보완하기 위해 배민의 정액제 광고 상품과 배달 중개 서비스를 이용하기 시작한 것이다.

 

서울시 용산구에서 한 치킨 프렌차이즈 가맹점을 운영하는 A씨는 "배민을 본격적으로 이용하기 시작한 시점은 코로나19 확산기(팬데믹) 시절"이라며 "당시 매출 중 70% 이상이 배민을 통해 나오기도 했었다"라고 회상했다.

 

같은 지역에서 작은 분식집을 운영하는 B씨도 "매출이 급감해 폐업을 고민할 때 배민이 큰 도움이 되었던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실제 이 시기부터 우아한형제들의 매출과 영업이익은 급증하기 시작했다.

 

2019년 5천654억원이었던 매출은 이듬해 1조995억원으로 뛰었고, 2021년에는 2조88억원으로 급등했다.

 

이후 2022년에는 2조9천516억원을 기록했고, 코로나19가 풍토병화(엔데믹) 되기 시작한 2023년에도 3조4천134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작년의 경우에도 4조3천226억원의 매출을 올리며 꾸준히 순항했다.

 

또한, 2019년 364억원, 2020년 112억원, 2021년 757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던 우아한형제들은 2022년 4천200억원(영업이익률 14.4%)을 올리며 단숨에 스타트업에서 '우량 기업'으로 거듭났다.

 

여기에 우아한형제들은 2023년과 2024년 각각 6천998억원, 6천408억원을 기록하며 견고한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다.

 

배민의 성장에 따라 국내 음식 주문 시장도 큰 폭으로 확대됐다.

 

통계청의 음식 서비스 거래액 조사에 따르면, 2019년 9조7천억원이었던 시장 규모는 2020년 17조3천371억원으로 뛰어올랐다. 이후에도 시장의 성장세는 지속돼 2021년 26조1천597억원, 2022년 26조5조884억원, 2023년에는 26조4천12억원을 기록했다.

 

작년의 경우 21조4천147억원으로 소폭 축소됐지만, 업계 관계자들은 고물가 등으로 인한 일시적 현상일 뿐, 미래에 배달 음식 시장은 더욱 커질 것이라는 데 입을 모으고 있다.

 

이와 함께 배민은 단순 음식 배달 서비스뿐만 아니라 '배민 B마트' 등 배달 커머스 시장을 확대하는 데 전사적 역량을 집중했고, 대형마트 등 유통사와의 파트너십을 통해 다양한 채널을 확보하는 데 주력했다.

 

이내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배민만 켜면 다 시킬 수 있다"는 확산됐고, '배달=배민'이라는 일반적 인식이 사회에 고착화되기 시작했다.

 

배달 시장 규모가 성장하며 요기요·쿠팡이츠 등 경쟁사들이 도전장을 내밀었지만, 배민을 꺾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실제 배민은 배달 플랫폼 시장이 활성화된 이후 줄곧 업계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디지털 전단지'에 불과했던 배민은 어느새 '국민 필수 배달 앱'으로 탈바꿈, 소비자의 '필수재'로 자리하게 됐다.

 


【 청년일보=김원빈 기자 】




저작권자 © 청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



서울특별시 영등포구 선유로49길 23, 415호 (양평동4가, 아이에스비즈타워2차) 대표전화 : 02-2068-8800 l 팩스 : 02-2068-8778 l 법인명 : (주)팩트미디어(청년일보) l 제호 : 청년일보 l 등록번호 : 서울 아 04706 l 등록일 : 2014-06-24 l 발행일 : 2014-06-24 | 편집국장 : 성기환 | 고문 : 고준호ㆍ오훈택ㆍ고봉중 | 편집·발행인 : 김양규 청년일보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Copyright © 2019 청년일보. All rights reserved. mail to admin@youthdail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