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민, OTT로 전선 '확대'…무한 출혈경쟁 대응 여력 '글쎄'

등록 2025.05.22 08:00:00 수정 2025.05.22 08:00:06
김원빈 기자 uoswbw@youthdaily.co.kr

배민, 오는 6월 2일 티빙 결합 상품 출시…쿠팡이츠·요기요에 '맞불'
기존 배민클럽 소비자 반응 '냉랭'…"내부 예상 가입자 수 크게 하회"
전문가 "새로운 시도 긍정적…'본업' 있는 쿠팡과 지속가능 경쟁 의문"

 

【 청년일보 】 배민이 온라인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OTT)로 전선을 확대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배달의민족(이하 배민)과 티빙 간의 협력이 소기의 성과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면서도, 무료배달에 이은 또 다른 출혈 경쟁으로 귀결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를 내놓는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배민은 자사의 월 정액 구독 서비스 '배민클럽' 가입자를 대상으로 티빙을 무료로 제공할 전망이다.

 

배민클럽은 배민이 지난해 9월 내놓은 구독 서비스로, 구독 시 가입자는 무료배달 혜택을 누릴 수 있다.

 

배민클럽 표시가 있는 가게에서 알뜰배달의 경우 배달비 무료, 한집배달은 배달비 할인을 자동으로 받을 수 있다. 추가 거리에 따른 배달비도 무료다. 이 상품의 구독료는 월 3천990원이다.

 

다만, 기존 배민클럽에 대한 소비자들의 반응은 그간 그리 긍정적이지 않았다. 단지 무료배달 혜택만으로 월 정액제 상품에 가입해야 한다는 거부감이 컸기 때문이다.

 

또한, 경쟁사의 구독 서비스에 비해 혜택이 크게 부족하다는 점도 큰 요인으로 작용했다.

 

현재 쿠팡이츠는 쿠팡의 '와우 멤버십(월 7천890원)' 가입 시 무료 배달 혜택을 제공하고 있으며, 요기요는 네이버플러스 멤버십(월 4천900원) 가입 시 '요기패스X' 혜택을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

 

소비자는 쿠팡의 와우 멤버십을 가입할 경우 '쿠팡플레이'를 무료로 시청할 수 있으며, 네이버플러스 멤버십을 이용할 경우 '넷플릭스(광고형)'를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반면, 배민은 배민클럽 가입 시 무료배달 이외에 소비자가 직접적으로 체감할 수 있는 추가 혜택이 제한적이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한 20대 소비자 A씨는 "굳이 무료배달 하나를 보고 추가 상품에 가입할 만큼 배민이 큰 매력을 가진 플랫폼인지에 대해 의문을 가지고 있다"며 "가격 차이도 크게 나지 않는데, 배민클럽에 대해 지출을 할 바에 경쟁사의 상품을 가입하는 게 이득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소비자 B씨도 "기존에는 배민을 이용했지만, 최근 쿠팡이츠를 더 많이 사용하고 있다"며 "쿠팡의 무료 새벽배송, 쿠팡플레이 등 1만원도 되지 않는 가격에 쇼핑·콘텐츠 등 다양한 요소에 대한 혜택을 누릴 수 있는데, 굳이 배민클럽에 가입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라고 지적했다.

 

배민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 내부에서도 배민클럽이 이렇다할 성과를 내지 못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우아한형제들에서 근무하는 한 관계자는 "구체적인 수치는 밝히기 어렵지만, 확실한 것은 배민클럽 가입자 수가 초기 예상치 대비 크게 하회하고 있다는 것"이라면서 "서비스 출시 전에도 배민클럽이 다른 경쟁사의 유사 서비스 대비 차별화된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지에 대한 임직원들 사이의 논의가 많았다"고 귀띔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일반적인 소비자라면, 굳이 배민클럽을 이용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충분히 예측할 수 있는 상황"이라며 "배민클럽 출시로 이렇다 할 성과를 거두지 못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아이지에이웍스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배민클럽이 출시된 2024년 9월 배민의 월간 활성 사용자 수(MAU)는 약 2천262만명으로 출시 이전인 당해 8월(2천280만명)보다 되려 소폭 감소했다. 또한, 출시 직후 3개월간 사용자 수(10월 2천207만명·11월 2천165만명·12월 2천243만명)도 서비스 출시 이전 대비 감소했다.

 

 

배민이 '배민클럽·티빙 결합상품'을 내놓는 이유도 바로 기존 상품의 '부진' 때문인 것으로 업계는 해석하고 있다.

 

배민은 오는 6월 2일부터 월 7천490원(정가 기준)을 지불할 경우 티빙(광고형 상품)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결합형 상품을 출시할 예정이다. 배민은 출시 당일부터 오는 8월까지 첫 달 추가 구독료 100원 이벤트를 진행해 사용자를 끌어모은다는 계획이다.

 

전문가는 배민클럽의 새로운 시도에 대해 긍정적 평가를 보내면서도, 정가를 기준으로 했을 때 이 서비스가 경쟁사의 유사 서비스 대비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플랫폼업계에 능통한 한 학계 인사는 "기존 배민클럽 상품 대비 경쟁력이 크게 증가한 것은 매력적인 부분"이라면서도 "다만 월 7천490원의 가격을 지불하면서까지 배민클럽을 이용할 소비자가 과연 얼마나 많을지는 의문이다"라고 짚었다.

 

그는 "티빙의 광고형 상품은 월 5천500원인데, 여기에 추가적인 금액을 지불하면서까지 배민클럽에 가입할 소비자들은 그리 많지 않아 보인다"며 "초기 이벤트 기간에는 배민클럽의 사용자가 일시적으로 증가할 수 있겠지만, 이후에는 소비자들이 다시 본래의 서비스, 즉 티빙이면 티빙, 와우 멤버십이면 와우 멤버십만 구독하는 형태로 돌아가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다른 전문가는 배민이 티빙과 손을 잡고 배민클럽의 혜택을 확대함으로써 또 다른 무한 출혈 경쟁의 길로 들어서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내놓는다.

 

유통업계에 정통한 한 주요 경제 단체 전문가는 "배달 플랫폼업계는 이미 쿠팡이츠가 촉발한 무료배달로 '무한 현금 출혈경쟁'을 겪은 바 있다"며 "당시 시장 상황이 혼탁해지고,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에게 배달비가 전가되면서 이해관계자 전체의 어려움이 가중됐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배민클럽 가입자에 대한 혜택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추가적이고 지속적인 지출이 필요한 만큼 이와 유사한 사태가 재발할 가능성도 높다"며 "특히 배민의 경우 전자상거래(이커머스)라는 '본업'을 가진 쿠팡이츠와 달리 배달 커머스업계를 그 뿌리로 삼고 있기 때문에, 이와 같은 혜택 경쟁이 이뤄질 경우 불리한 위치에 놓일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그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쿠팡의 경우 와우 멤버십 가입자를 대상으로 자사가 운영하고 있는 쿠팡이츠·쿠팡플레이 등에 대한 유기적이고 선순환적인 혜택을 제공할 수 있지만, 그러한 기반이 없는 배민의 경우에는 이번처럼 타사와 제휴를 맺는 형식으로 소비자 혜택을 확장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끝으로 "이러한 상황이 반복된다면, 배민 입장에서도 이러한 서비스 유지를 위한 지출이 늘어날뿐더러, 월 정액 서비스의 가격 경쟁력 측면에서도 결국 뒤쳐질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한편, 우아한형제들 관계자는 "앞으로 배민클럽 제휴처를 확대하는 등 고객이 만족하는 혜택을 더 늘려 나가겠다"고 전했다.

 


【 청년일보=김원빈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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