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년일보 】 이마트의 첫 그로서리(식료품) 디스카운트 매장이 예상치를 웃도는 성과를 내며 추가 개점에도 청신호가 켜졌다.
다만, 경쟁사들이 유사한 콘셉트의 매장을 이미 선보인 바 있어 이마트만의 차별화 전략이 부가돼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지적도 나온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이마트는 작년부터 개점을 기획한 식료품 중심의 할인 매장인 하드 디스카운트 매장을 대구시 수성구에 처음 선보였다.
한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이마트 역시 수성점을 개점하며 대형마트 업계가 본격적으로 '그로서리 스토어' 경쟁에 돌입했다"며 "오직 오프라인에서만 확인하고 느낄 수 있는 식료품 중심의 상품 구색이 확대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마트에 앞서 경쟁사인 롯데마트와 홈플러스는 이미 식료품 중심의 전문 매장을 선보인 바 있다.
먼저 롯데마트는 지난 2023년 12월 28일 서울시 은평점을 리뉴얼해 제1호 '그랑 그로서리' 매장을 오픈했다.
이 매장은 대형마트 최초로 식품과 비식품 매장의 비중을 9대1로 구성했다는 점이 특징이다. 실제 회사 측은 오프라인 매장의 강점인 신선 및 즉석조리 식품을 중심으로 먹거리에 모든 역량을 총동원했다.
식품 매장은 롯데마트 최대 규모의 간편식과 즉석조리식 매장을 중심으로 스마트팜, 건식 숙성육 특화존, 건강 상품 특화존 등 차별화 콘텐츠로 꾸렸다.
또한, 44m에 이르는 긴 공간을 간편식과 즉석 조리식품으로 채운 '롱 델리 로드' 등 소비자의 발걸음을 잡는 특별 코너들도 첫 선을 보였다.
반면, 비식품 매장은 대폭 축소해 생필품 중 고객의 구매 빈도가 높은 상품만 엄선해 구성했다.
매장의 90%를 식료품으로 채운 그랑그로서리 은평점은 2024년 12월 기준 누계 매출과 방문객 수가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0% 이상 늘었다.
또한 홈플러스는 2023년 8월 30일 기존의 '메가푸드마켓'을 강화한 '메가푸드마켓 2.0'을 서울시 강동구에 선보인 바 있다.
고객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신선·베이커리·델리·와인 및 위스키·안주·월드푸드 등 특화존을 정교화해 '세상 모든 맛이 다 있다'라는 슬로건을 구현한 게 특징이다.
헬시플레저를 겨냥한 '베터 초이스(Better Choices)', 1855블랙앵거스·흑돼지 ‘블랙 에디션(Black Edition)’, 시즌 과일, 프리미엄 회 '싱싱회관', '커피 갤러리(Coffee Gallery)' 등을 차별화하고 최근 인기가 급상승한 대용식·냉동식품·샤퀴테리 상품을 대폭 늘렸다.
주말 나들이를 위한 연관 구매 품목과 시즌 차별화 상품을 총망라한 ‘위켄드 어웨이(Weekend Away)’ 코너도 새롭게 도입했고, 케어 가전 편집매장도 선보이고 있다.
이마트는 이들 업체보다 한발 늦은 작년 12월 13일 '이마트 푸드마켓 수성점'을 오픈했다. 이 매장은 식료품의 상시 최저가를 지향한다는 특징이 있다.
이마트 푸드마켓 수성점의 전체 영업면적은 3천966㎡(1천200평)이다. 이 중 테넌트와 행사장을 제외한 직영 면적의 86%인 2천829m2(856평)을 그로서리 상품으로만 채웠다. 상품 가격은 할인점 보다 20%~50% 저렴하게 운영한다.
이마트 푸드마켓 수성점은 가격 경쟁력 확보를 위해 글로벌 산지를 적극 활용하고 있으며, 신선식품 판매 단량도 조정해 소비자의 니즈에 맞는 상품 구색을 제공하고 있다.
매장 곳곳에는 상권과 트렌드를 반영한 '트레이더스 존' 등 특화 존도 배치했다.
회사 측은 신규 포맷인 이마트 푸드마켓 운영에 최적화된 경쟁력 있는 협력회사를 선별하고, 주요 상품은 연간 단위 물량계약을 통해 매입단가를 낮췄다고 강조한다. 육류, 수산물의 경우 경상도 지역 우수 협력사와 전략적 협업을 하고, 비식품은 협력사의 단종 재고와 잔여 재고를 일괄 매입해 초저가로 판매하는 방식도 활용했다.
여기에 할인행사에 사용되던 마케팅 비용을 상품 가격에 투자하고 이마트 자체 마진도 낮춰 고객이 언제든지 저렴한 가격에 상품을 구매할 수 있는 새로운 유통구조를 만들어냈다고 회사 측은 강조한다.
점포 개발 투자비 절감, 물류 동선 효율화, 전자 가격표 도입, 진열방식 개선, 현장 업무 간소화 등으로 판매관리에 소요되는 모든 비용구조도 최소화했다.
경쟁사 대비 다소 늦은 시점에 그로서리 매장 경쟁에 합류한 이마트지만, 이 매장의 성과는 호조세다.
이마트 측에 따르면, 오픈 이후 자사의 매출 계획을 웃도는 실적을 달성하고 있다.
식료품 특화매장답게 할인가로 선보인 농산물, 수산물 매출 우수·대표 대품인 딸기의 경우 오픈 첫날만 2천개 가량이 판매됐다. 여기에 더해 오픈 특가 상품으로 준비한 애호박, 오이, 파프리카, 삼겹살 등도 매출 호조세를 이끌었다.
소단량 상품을 선호하는 도보 고객(핸드카트)이 많아 국산 과일 및 간편 채소류, 생선회, 델리 간편 식사류 등 주요 신선 카테고리에서 계획 대비 1.5배 많은 매출을 달성하기도 했다.
또한, 대구 지역 이마트 대비 40대~50대 고객 구성비가 약 2~3%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일반적으로 이마트 점포는 일주일 매출 중에서 주말 매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주중보다 높은 경우가 대부분인데, 수성점은 주중 매출 구성비가 주말 매출보다 약 10%가량 높았다.
이는 일상적인 식료품 쇼핑을 위해 방문하는 4050세대 소비자가 많다는 의미라고 회사 측은 설명한다.
일상용품도 계획 대비 2배 이상의 매출을 달성했다. 세제, 제지, 뷰티케어, 주방, 청소용품 등 필수 슈퍼마켓 MD만 압축 운영하면서도 가격은 낮춰 1천990원·2천990원·3천990원·5천990원·7천990원 '균일가 존'을 구성한 것도 큰 호응을 얻었다.
다만, 이와 같은 이마트 그로서리 디스카운트 스토어 1호점의 긍정적 성과에도 불구하고, 일각에서는 이마트만의 '특색'을 살릴 수 있는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유통업계에 정통한 한 학계 인사는 "롯데마트와 홈플러스의 경우 시장 추이를 조기에 파악해 대형마트의 트렌드를 일찌감치 '식료품' 중심으로 전환했다"며 "그에 비하면 이마트는 기존의 업계 1위라는 자신감 속에 이러한 트렌드를 쫓는데 다소 미온적인 점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라고 전했다.
이어 "그러면서 작년부터 이마트 내에서 '그로서리 중심의 하드 디스카운트 스토어'를 준비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나왔는데, 그 오랜 준비 시간과 기획을 통해 나온 결과물 치고는 아직까지의 성과는 미진하다고 본다"면서 "그 원인으로는 경쟁사 대비 부족한 차별화된 콘텐츠가 꼽힌다"라고 지적했다.
이 전문가는 이마트의 디스카운트 스토어 1호점이 내세운 다양한 특징이 이미 경쟁사에서 시도했거나 적용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점포의 일정 영역 이상을 식료품으로 채우는 등의 형태는 이미 다른 경쟁사도 선보인 바 있고, 세계 각지에서 다양한 식료품을 들여와 상품을 기획하는 것도 특화 매장 이전의 기존 매장에서도 하던 일"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마트의 강점인 노브랜드 등 자체 브랜드(PB)의 상품 경쟁력을 십분 살린 코너를 보다 강화해 선보이거나, 일반 매장과 차별화된 수성점만의 특별 상품을 적극적으로 선보일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주요 경제단체의 한 전문가는 "유통업계 전반의 상황을 보면, 이마트가 업계 1위라는 위상만으로 버티기에는 어려움이 있다"며 "특히, 이번 이마트의 디스카운트 스토어 출점이 다소 늦어진 데 놀랐다"고 전했다.
또한 "출점 시기가 늦어진 만큼 이마트만의 개성을 살린 차별화된 상품·테넌트·콘텐츠 등이 있을 것이라 기대했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그렇지도 않았다"며 "이마트가 향후에도 업계 선두를 유지할려면, 더욱 빠른 속도로 트렌드를 추적하는 것뿐만 아니라, 업계의 패러다임을 스스로 제시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 청년일보=김원빈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