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설 선물도 '가성비'에 손길…10만원 미만 상품 매출↑

등록 2025.02.06 08:00:02 수정 2025.02.06 08:55:24
김원빈 기자 uoswbw@youthdaily.co.kr

이마트·롯데마트·홈플러스 등 주요 업체서 유사 트렌드 조성…"고물가에 지출 최소화"
핸드캐리형·수입육 등 저가 선물세트 인기…전문가 "올 추석도 비슷한 추세 이어질 것"

 

【 청년일보 】 "이번 설 선물은 다른 것보다 가격에 초점을 맞춰 구입했습니다. 명절 음식 준비하기도 빠듯한데, 고가의 선물까지 준비할 여력이 나질 않네요."

 

서울시 용산구의 한 대형마트에서 장을 보던 40대 소비자 A씨는 이번 설 선물 세트를 구입할 당시 '실속형' 선물세트를 구입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번 설 선물로 '품질'보다는 '가격'에 초점을 맞춰 상품을 선택한 소비자는 A씨 뿐만이 아니었다. 같은 곳에서 쇼핑을 하던 50대 소비자 B씨도 "예년 명절과 비슷한 수준으로 장을 봤는데, 예상한 금액을 가뿐히 뛰어넘었다"며 "결국 설 선물을 구입하는 데 있어 씀씀이를 줄일 수밖에 없었다"고 전했다.

 

한 주요 대형 마트업체 관계자는 "최근 수년간 고물가 지속으로 불필요한 소비를 줄이고자 하는 고객이 크게 늘고 있다"며 "설 선물세트 제조업체들 역시 가성비 제품 중심으로 생산 라인을 재조정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6일 업계에 따르면, 이러한 소비자들의 설 선물세트 소비 추이는 이마트·롯데마트·홈플러스 등 주요 대형마트 업체에서도 실제 판매 데이터로도 나타나고 있다.

 

먼저 업계 1위 이마트에서도 가성비 설 선물세트에 대한 선호가 두드러졌다.

 

소비자들은 고물가 기조에 따라 5만원 미만의 실속 상품을 많이 선택했다. 전체 선물세트 상품을 놓고 보면, 4만원대 세트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5.4% 신장했고, 특히 1만원 미만의 초가성비 세트 매출은 19.2% 급증했다.

 

국산 과일 선물세트 매출 중 5만원 미만 제품의 매출은 전년 설 대비 14.9% 늘며 높은 인기를 구가했다. 4만원대 세트가 32.4% 신장했고, 2만원대 과일 선물세트는 역대 최저가로 개발한 상주곶감세트(1kg, 30입, 사전예약가 2만9천880원)가 큰 호응을 얻으며 매출이 650.1% 급증했다.

 

이마트 측은 선물 목적 뿐만 아니라, 연휴동안 가족과 함께 먹을 수 있는 가성비 과일 소비가 늘었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명절용으로 적합한 중, 대과 크기의 작황이 좋았던 사과의 경우, 사전 예약 기간 동안 직전 설 대비 가격을 10% 가량 낮춘 결과 매출이 44.2% 증가했다. 특히 대표 품목인 '유명산지 사과(3.9kg, 11입)'는 사전예약 행사가 4만9천800원으로 판매돼 사과 선물세트 상품 매출 중 1위를 차지할 정도로 큰 인기를 끌었다.

 

축산 선물세트의 신흥강자로 떠오르고 있는 양념 가공육은 '설성 한우 양념 소불고기 세트' 등 프리미엄 품질의 신상품 4종을 선보인 결과 매출이 113.2% 급증했다. 돈육 세트 역시 서울시 용산구 남영동 소재의 맛집 '남영돈'과 협업해 선보인 신규 세트의 인기에 힘입어 16.8% 신장했다.

 

이번 설에는 고가로 분류되는 한우 선물세트도 10만원대의 상품이 강세를 보였다. 구체적으로는 10만원 이상~20만원 미만의 한우 세트 매출은 전년 설 대비 12.8% 증가했다.

 

수산 선물세트의 경우, 실속 세트 수요에 대응해 10만원 미만의 갈치, 고등어 선물세트를 신규 기획한 결과 매출이 14.8% 늘었고, 산지 시세가 저렴해진 전복 세트는 매출이 57% 신장됐다.

 

 

롯데마트에서도 합리적 가격의 선물세트를 선택하는 소비자가 많았다.

 

롯데마트 측에 따르면, 이번 설 연휴 기간 가장 수요가 높았던 선물세트는 '핸드캐리' 상품이었다.

 

해당 선물세트는 귀성길을 떠나기 전, 가볍게 곧바로 들고갈 수 있다는 장점과 3만원 미만이라는 가성비 메리트가 있어 명절을 앞둔 연휴 기간에 높은 구매율을 보였다고 회사 측은 분석했다.

 

대표적으로 '대천 명품 캔김 세트(6캔)'는 전년 설 동기 대비 약 25% 매출 상승을 보였고, '충주사과(3kg)' 핸드캐리 선물세트는 이번 설 연휴 기간 6만개 이상 팔렸다.

 

이 외에도 건강식 트렌드 확산으로 견과 선물세트 판매량 1위를 기록한 '매일견과 하루한줌 80봉' 핸드캐리형 선물세트도 해당 기간 높은 구매율을 보였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이번 명절 선물세트 구입 트렌드는 '가성비'와 '휴대가 간편한 핸드캐리형 선물세트'"라고 설명했다.

 

 

홈플러스는 작년 12월 12일부터 이달 30일까지 진행한 설날 선물세트 판매 실적을 분석한 결과, 가성비 상품이 기존 인기 품목 대비 높은 판매를 기록했다고 전했다.

 

만감류, 샤인머스캣 선물세트 매출 신장률은 배 선물세트 매출 신장률 대비 35%포인트(p) 높았다.

 

지난해 연말 환율 급등의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국내산 만감류 선물세트를 확대하고 '제주 천혜향 세트(6~10입)' 등을 2만원대에 선보인 것이 주효했다고 홈플러스 측은 설명했다.

 

특히, '샤인머스캣·망고 세트'도 기존 태국 골드망고를 페루산 애플망고로 대체 후 4만원대로 구성해 인기를 끌었다.

 

수산 선물세트에도 변화가 있었다. 김 선물세트 매출이 기존 인기 품목인 굴비 선물세트 매출 신장률 대비 19%p 높았다. 김 선물세트 가격을 1만원 이하부터 저렴하게 책정한 게 큰 영향을 끼쳤다.

 

축산 선물세트도 한우보다 '미국산 LA식 꽃갈비 냉동세트' 등 수입육 매출 신장률이 22%p 더 많았다.

 

장기간 보관하며 먹을 수 있는 스팸이나 참치 등 통조림 선물세트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1% 증가했고, 건강에 대한 관심이 지속적으로 증가하면서 2만원대로 저렴한 '정관장 홍삼원(50ml·30포)'이 10만개 이상 팔렸다.

 

주류 선물세트 역시 오래 두고 먹을 수 있는 위스키 선물세트 매출이 강세였다. 잔 2개가 포함된 '조니워커 그린(700ml)' 등 가성비 라인이 많이 판매됐다.

 

홈플러스는 긴 연휴로 내식 수요가 늘면서 '2025 AI 물가안정 프로젝트' 기반의 할인 행사도 설 특수를 누렸다.

 

설날 연휴인 지난달 25일부터 30일까지 6일간 설 연휴 기간 영업일 기준 홈플러스 일평균 매출을 지난해 설 연휴 기간과 비교하면 매출이 크게 늘었다.

 

감귤과 돈육 매출이 각각 239%, 150% 이상 증가했고 제수용 먹거리인 동그랑땡 268%, 두부 135%, 교자만두 매출이 108% 올랐다. 홈플러스 몰은 장보기와 식사를 함께 해결하는 고객들로 붐비며 푸드코트 매출이 85% 가량 늘었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점차 높아지는 명절 물가에 고객들이 5만원대 이하의 가성비 선물세트를 찾는 경향이 짙어지고 있다"며 "통조림, 주류 대비 상대적으로 보관 기간이 짧은 신선식품 선물세트의 경우, 확실한 가격 경쟁력으로 고객들의 마음을 잡아 좋은 실적이 나올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가성비 중심의 선물세트를 선호하는 추세가 올해 역시 지속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는다.

 

유통업계에 밝은 한 학계 인사는 "소비자 입장에서 비용을 줄일 수 있는 가장 쉬운 방법은 타인에게 주는 선물에 관한 지출을 최대한 낮추는 것"이라면서 "대형마트, 백화점 등 유통업계 전반이 10만원 이하 가격대의 선물세트 상품을 중심으로 기획·판매를 진행하고 있는 만큼, 향후 다가올 추석 등의 명절에서도 가성비 상품이 인기를 끌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이어 "명절용 선물 뿐만 아니라, 곧 다가오는 발렌타인 데이, 화이트 데이 등 젊은 소비층이 즐기는 기념일 관련 상품 트렌드도 이와 유사할 것"이라며 "프리미엄 선물세트 판매로 인한 영업이익 극대화 전략보다는 '박리다매'식의 전략이 성행할 것"이라고 짚었다.
 


【 청년일보=김원빈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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