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두부 한 모의 여정"…풀무원의 '바른 먹거리' 경영철학

등록 2025.05.17 08:00:01 수정 2025.05.17 08:00:07
신현숙 기자 shs@youthdaily.co.kr

국내 최대 두부공장, 하루 30만 모 생산…공정 전면 자동화
세척부터 포장까지 위생·품질 통합관리…QMS로 일괄 점검
음성 물류센터, 하루 10만 박스 출하…콜드체인 신선도 유지
전국 17개 거점 향해 분류·배송…스마트 물류 시스템의 핵심

 

【 청년일보 】 "두부 하나 만드는데 이렇게 정성을 들인다고요?"

 

충북 음성군에 위치한 풀무원 두부공장에서 직접 순두부를 만들어보는 체험이 한창이다.

 

끓인 두유에 간수를 섞자마자 포슬포슬한 질감이 살아나고, 틀에 올려 눌러내자 마치 공장에서 막 나온 듯한 ‘갓 만든 두부’가 완성된다.

 

참가자들은 진지한 얼굴로, 또 어느새 입꼬리를 올린 채 두부 만들기에 푹 빠져 있었다.

 

 

풀무원이 운영하는 이 체험 프로그램은 단순한 공장 견학을 넘어, ‘두부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를 눈으로 보고 손으로 직접 체험해보는 교육형 콘텐츠다.

 

2008년부터 누적 3만5천명 이상이 참여했으며, 최근에는 지속가능한 식문화 교육을 접목해 콘텐츠를 강화했다.

 

◆ "하루 30만 모"…풀무원의 '두부 메카' 음성공장

 

풀무원 음성 두부공장은 하루 최대 30만 모를 생산할 수 있는 국내 최대 규모의 두부 생산시설이다. 2003년 준공된 이 공장은 경두부와 연두부, 두부면, 유기농 두부 등 풀무원의 주요 제품 대부분을 책임지고 있다.

 

연면적 1만5천154 제곱미터(4천584평)에 달하는 공장에는 총 5개 생산라인이 운영되며, 일부는 수출용 제품도 생산 중이다. 2023년 이 공장에서만 총 52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공장은 1·2공장동으로 나뉜다. 경두부는 1공장에서, 연두부와 두부면, 푸딩형 가공두부 등은 2공장에서 생산된다.

 

모든 공정은 전자동 설비로 운영되며, IoT(사물인터넷) 기반의 실시간 품질 모니터링 체계(QMS)를 통해 생산에서 포장, 출하까지 철저히 관리된다.

 

공장 내부에 들어서면, 먼지 한 톨도 허용되지 않는 청결한 환경에 먼저 놀라게 된다. 현장을 둘러보며 ‘두부가 이렇게 과학적으로 만들어지는 식품이었나’ 싶을 만큼, 정교하고 체계적인 생산 프로세스가 눈앞에 펼쳐진다.

 

두부의 시작은 콩이다. 크기와 수분함량 등을 기준으로 까다롭게 선별된 콩은 3차례 세척 후 12시간 이상 불려진다.

 

 

이어 전통 맷돌 방식으로 콩을 갈고, 고온에서 가열한 뒤 두유와 비지로 분리한다.

 

천일염에서 추출한 간수로 두유를 응고시켜 순두부를 만든 후, 이를 눌러 네모난 판두부로 만들어가는 전 과정은 약 3시간가량 소요된다.

 

포장 과정에서도 철저함은 이어진다. 두부를 감싸는 물은 3단계 정수 후 UV살균 처리한 물이며, 필름 포장 이후에는 금속·X-ray·화상검사까지 3단계 이물 검사가 진행된다.

 

공장 내부에서는 많게는 14단계, 세분화하면 120여단계를 거쳐 두부가 만들어진다. 그 모든 과정을 지켜보는 동안, 한 모의 두부에 담긴 정성과 기술력에 감탄이 절로 나왔다.

 

 

경두부와 같은 일반 두부는 높은 자동화율을 자랑하지만, 두부면 공정은 다르다.

 

순두부를 얇게 펴 포두부 형태로 만든 후 절단하고, 다시 칼국수 면처럼 가늘게 잘라 케이스에 담는 과정은 여전히 사람의 손이 필요하다.

 

면이 케이스에 끼지 않도록 정리하면서도 정확한 중량을 맞춰야 하기에, 이 공정에는 경두부보다 많은 인력이 투입된다.

 

자동화 설비가 정교해졌다고는 하지만, 마지막 품질을 완성하는 건 사람의 손이라는 사실을 실감하는 순간이었다.

 

이옥규 풀무원 홍보 담당자는 “두부면은 입자 크기나 촉감, 두께에 따라 섬세한 조절이 필요한 제품이라 수작업 비중이 높다”며 “자동화된 공정과 작업자의 정교한 손길이 어우러져 최상의 품질을 구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공장 견학과 함께 운영되는 두부 만들기 체험에서는 참가자들이 직접 두유에 간수를 넣어 두부를 만들어볼 수 있다.

 

이어 진짜 두부를 만들어 볼 수 있는 시간도 마련됐다. 테이블에는 간수, 두유, 두부틀 등이 준비돼 있었다.

 

두유가 담긴 주전자에서 김이 모락모락 피어올랐다. "지금이 제일 중요한 순간이에요. 간수를 넣은 주전자를 3번 정도 돌려주세요!" 진행자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참가자들은 긴장한 표정으로 두부를 만들기 시작했다.

 

 

뜨거운 온기를 간직한 두유에 간수를 넣자 순식간에 하얀 결이 몽글몽글 피어났다. 두유는 곧 응고되며 순두부의 형태를 갖추기 시작했다.

 

탱글탱글하게 굳어가는 모습을 본 누군가는 "진짜 두부가 된다!"며 감탄했고, 또 다른 누군가는 "지금 먹어도 되는 거예요?"라며 숟가락을 들었다.

 

이어서 펼쳐진 두 번째 공정은 ‘틀에 붓기’다. 이날 참가자들은 적당히 응고된 순두부를 면포가 깔린 두부 틀 위에 조심스럽게 부었다.

 

수분을 빼고 모양을 잡기 위해 면포를 팽팽하게 당기는 손끝에선 묘한 긴장감도 흘렀다. 누군가는 “초등학교 3학년 과학 시간 이후로 두부는 처음”이라며 웃었다.

 

 

단 15분. 하지만 그 짧은 시간 안에 순두부가 굳고, 눌리고, 형태를 갖춰 하나의 ‘두부’가 되기까지 이 소박한 과정이 낯설면서도 뿌듯한 시간이었다. 작지만 온전한 ‘내가 만든 두부’가 완성됐다.

 

한 입 맛본 그 따끈한 두부는 기자의 오래된 기억을 깨웠다. 어린 시절, 장날마다 시장 좌판에서 보았던 투박한 손두부가 생각났다.

 

겉은 거칠었지만 속은 부드럽고 고소했던 그 맛이 순간 떠올랐다. 간을 하지 않아도 고유의 풍미만으로 충분했던 그 시절의 향수와 함께, 음성에서 만든 두부는 그렇게 다시 한 번 마음을 적셨다.

 

 

◆ '콜드체인 허브' 음성 물류센터…하루에 10만 박스 출하

 

두부공장 인근에는 풀무원의 핵심 물류시설인 음성 물류센터가 자리잡고 있다. 이곳은 풀무원의 제품을 하루 10만 박스 이상 출하하는 저온 자동화 스마트물류센터다.

 

전국 17개 지역 거점으로 총 850여대의 배송 차량이 제품을 실시간 분배하는 크로스도킹 시스템의 허브다. 풀무원은 매장 직납 운영 및 가맹점 창고 수송 체계를 구축했다.

 

 

스마트물류센터에 들어서자 패딩을 입고 있었지만, 몸이 으슬으슬할 만큼 냉기가 느껴졌다.

 

센터 내부는 냉장 4도, 냉동 -18도 이하의 정온 관리가 유지되고 있었고, 출입문에는 이중도어와 에어커튼이 설치돼 외부 공기 유입까지 철저히 차단되고 있었다.

 

제품 입고부터 분류, 포장, 출하까지는 완전 자동화 설비가 담당한다. IoT 기반 자동분류기, 중량감지 센서, 자동라벨링 시스템, 바코드 인식기 등이 유기적으로 연결돼 오차율을 최소화한다.

 

 

또한 풀무원은 크로스도킹 구조를 통해 제품 입고 후 매장 주문에 맞게 재구성한 후, 전국 17개 지역 거점센터로 재분배한다. 또 배송 차량은 수소·전기차를 도입해 친환경 운송체계도 구축하고 있다.

 

◆ "두부 한 모가 만드는 변화"…풀무원의 지속가능한 식탁

 

풀무원은 올해 창립 41주년을 맞아 ‘신경영선언’을 선포하며 ‘글로벌 No.1 지속가능 식품기업’으로의 도약을 선언했다.

 

이를 위해 식물성 식품 확대, 글로벌 확장, ESG 고도화 및 푸드테크 기반 미래대응을 4대 전략으로 설정했다.

 

음성 두부공장과 물류센터는 이러한 4대 전략이 실현되는 최전선이다. 건강한 식탁과 지속가능한 시스템이 조화를 이루며, 그 결과물이 전국의 소비자 식탁 위에 오르고 있다.

 

 

풀무원이 지향하는 미래는 분명하다. 건강한 식탁과 지속가능한 지구, 그 두 축을 모두 책임지는 글로벌 식품기업으로 도약해 나가는 것이다.

 

음성에서 시작된 한 모의 두부는 지금, 그 변화의 출발점이 되고 있다.
 


【 청년일보=신현숙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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