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형 당뇨병 환자들에게 필요한 인슐린 공급난이 일어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http://www.youthdaily.co.kr/data/photos/20250938/art_17581795145419_548366.jpg)
【 청년일보 】 국내 최대 의약품 위탁시험기관 중 하나인 ‘SLS바이오’가 식품의약품안전처(이하 ‘식약처’)로부터 품질검사기관 재지정 불허 통보를 받으면서, 다국적 제약사 완제 수입 의약품의 대규모 공급중단이 현실화가 되고 있다.
특히 1형 당뇨 환자들에게 필수적인 인슐린 제제의 공급중단 가능성이 큰 상황으로, 1형 당뇨 환자들은 긴급조치 시행과 근본적인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이에 식약처는 SLS바이오를 통해 인슐린을 공급하고 있던 노보노디스크와 협력해 인슐린 등 의약품 공급이 정상화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19일 제약·바이오업계에 따르면 SLS바이오는 지난 6월 9일 식약처로부터 의약외품을 제외한 의약품 품질 시험 대한 영업정지 처분을 받았다. 사유는 연구원의 역량 평가 10개 시험 항목 중 1개 항목에 대한 평가 기준 미달이다.
당시 SLS바이오는 영업정지 처분에 대해 식약처 요구수준으로 연구원 역량 평가 부분을 보완할 계획이며, 이후 역량 재평가 요청 및 문제가 됐던 평가 기준을 달성해 의약품 품질시험이 가능하도록 만들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SLS바이오는 의약품 품질검사기관으로 재지정되지 못했다. 최근 식약처가 SLS바이오에 대해 의약품 품질검사기관 재지정 신청을 불허한 것이다. 이에 대해 SLS바이오는 식약처와 협의해 재지정 신청 절차를 추진하고 영업정지 사유를 신속히 해소하겠다는 입장이다.
SLS바이오의 품질검사기관 재지정이 불허되면서 수입 의약품 공급 중단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1형 당뇨병 환자들에게 필수적인 인슐린 제제는 대규모 공급 중단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는 대표적인 의약품 중 하나다.
한국1형당뇨병환우회(이하 ‘환우회’)는 이번 불허 결정으로 국내에 입고되는 의약품들이 품질검사를 진행하지 못해 환자들에게 적시에 공급되지 못할 위기에 처해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SLS바이오는 영업정지 처분을 받은 이후 3개월 동안 사실상 정상적인 검사가 불가능한 상황이었음을 강조, 그 시간 동안 업체와 식약처 모두 뚜렷한 대책을 세우지 못한 채 재지정 불허 결정을 내린 것은 무책임한 일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품질관리 제도의 엄정함도 중요하지만, 환자의 안전을 보장할 수 있는 대안이 먼저 마련됐어야 함을 외치며, 식약처를 향해 인슐린과 같은 필수의약품 공급이 중단되지 않도록 긴급 조치 시행을 촉구했다.
김미영 한국1형당뇨병환우회 대표는 “1형 당뇨병 환자들에게 필요한 인슐린은 사노피, 일라이 릴리, 노보노디스크 등 글로벌 3사에서 생산해 공급하고 있으며, 이 중 국내 시장의 50% 점유율을 차지하는 노보노디스크의 7개 품목을 SLS바이오가 검수를 해오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더욱이 현재 SLS바이오 사태로 묶인 인슐린 물량이 다음달인 10월에 판매 예정인 제품이었다”면서 “국내에 공급되고 있는 인슐린 물량이 거의 일정하다는 것을 고려하면 10월에 공급 대란이 일어날 수 있는 상황이다”고 비판했다.
김미영 한국1형당뇨병환우회 대표는 식약처의 대응에 대해서도 제기했다.
김 대표는 “의약품을 다른 품질검사기관으로 넘기더라도 의약품마다 품질을 관리하는 방법 등이 달라 품질 관리 검사 세팅에 2~3개월이 소요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SLS바이오가 영업정지 처분을 받은 6월부터 품질검사기관 재지정 불허된 9월까지 3개월의 시간 동안 품질 검사·관리를 할 수 있는 다른 기관으로 인슐린 등 의약품을 넘겨 의약품 공급이 원활히 이루어질 수 있도록 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더불어 “국정 과제 안에 국가필수의약품 확대와 안정적인 공급체계를 마련하겠다는 내용이 들어있고, 최근 식약처장과 환자단체장 간 간담회에서 인슐린 공급 안전성을 강조했음에도 불구하고 해결이 되지 않고 있어 답답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환자들의 요구에 노보노디스크와 식약처는 인슐린 등 의약품 공급이 신속하게 이루어질 수 있도록 긴밀히 협력하고 있다.
노보노디스크 관계자는 “SLS바이오 사태 발생 직후, 식약처에 공급 제한 상황을 신속하게 보고했으며, 국내에 입고된 제품은 해외에서 승인된 품질 검사 결과를 기반으로 공급될 수 있도록 조치하는 등 공급 재개를 위한 다양한 조치를 즉각 시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향후 생산되는 제품은 우선순위를 높여 배치함으로써 공급 차질을 최소화하고자 노력하고 있으며, 새로운 의약품 시험검사 기관으로의 이전을 위한 제반 절차도 신속하게 진행 중”이라고 안내했다.
식약처 관계자는 “최근 일부 시험기관의 재지정 지연 및 지정 불가판정에 따른 의약품 공급 불안정 문제가 발생함에 따라 인슐린 제제를 포함한 해당 시험검사기관에 의뢰된 의약품에 대한 수급 정상화 지원방안을 마련해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인슐린 제제의 경우 노보노디스크의 인슐린 제제 4개 품목에 대해 지난달(8월)부터 이미 두 차례 행정지원(시험검사기관 문제로 계류 중인 품목에 대해 제조원 성적서로 선 출하 및 수입자 품질검사 결과 사후제출 허용) 조치를 통해 현재 공급은 정상화된 상태”라고 안내했다.
이어 “그 외 3개 품목에 대해서도 수급에 차질이 발생하지 않도록 동일한 행정지원을 실시할 예정이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이번 공급 불안정 문제는 일부 시험검사기관의 유효기간 만료 및 재지정 지연에 따른 매우 예외적인 사항에 해당한다”면서 “상황에 따른 검사기관 이전 등에 대해 업계와 지속적인 소통 및 행정지원 등 통해 안정적인 수급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환우회에서는 식약처의 주장에 대해 공급이 재개된 것은 SLS바이오가 품질 관리하는 인슐린 제품 품목 중 일부에 불과하다고 반박했다.
김미영 대표는 “SLS바이오가 관리하던 총 7개 인슐린 제제 품목 중 일부에 대해서만 제조원 성적서로 선 출하 및 수입자 품질검사 결과 사후제출 허용하는 형태로 품질관리 면제를 통한 공급을 재개해 준 것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품질관리가 면제된 인슐린은 초속효성 인슐린으로, 기저 인슐린과 함께 복용해야 1형 당뇨병을 관리할 수 있다”며, 식약처의 대처는 1형 당뇨병 환자들의 시선에서 보면 미흡한 부분이 있음을 꼬집었다.
인슐린 제제 등 의약품 공급 안정화 대책을 근본적으로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환우회는 최근 수년간 공급 중단 사례가 반복돼 왔으며, 그때마다 환자들은 생존의 위협에 대한 불안을 감내해야 했다고 밝혔다.
따라서 이제라도 정부는 장기적으로 국내 또는 국제 제약사가 안정적으로 인슐린을 생산·공급할 수 있도록 지원을 검토해야 하며, 식약처와 다국적 제약사가 긴밀히 협력해 안정적인 공급 체계를 세우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공급 차질이 우려될 경우 제약사가 미리 보고하도록 하고, 주요 의약품의 재고·공급 현황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는 모니터링 체계를 갖추어 환자와 의료진이 갑작스러운 품절 사태에 대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 청년일보=김민준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