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년일보 】 본인정보전송요구권 확대를 담은 개인정보보호위원회의 시행령 개정안이 스타트업과 중소기업의 생존을 위협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코리아스타트업포럼(이하 코스포)은 21일 서울 디캠프 선릉점에서 '마이데이터 정책 스타트업 간담회'를 열고 개정안이 가져올 산업적·법적 영향을 집중 논의했다.
이번 간담회는 개보위가 추진 중인 시행령의 실질적 내용과 파급효과를 점검하기 위해 마련된 자리로, 경영·법학·벤처 분야 전문가들이 참여해 본인정보전송요구권 확대가 데이터 경제·스타트업 생태계에 미칠 구조적 문제를 짚었다.
첫 발제자로 나선 김용희 선문대 교수는 현재 추진 중인 개정안이 '데이터 활용 활성화'라는 정부 설명과 달리 사실상 기업의 데이터 통제 강화로 귀결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규제개혁위원회가 지난해 개선을 권고했던 사항을 불과 4개월 만에 같은 내용으로 다시 추진하는 것은 행정 절차의 신뢰성을 훼손할 수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주문 패턴, 가격 전략, 고객 세분화, 셀러 정보 등 스타트업이 수년간 축적해 온 핵심 영업비밀이 정당한 사유 없이 전송 대상에 포함되는 점을 "치명적 결함"으로 규정했다. 아울러 민감정보가 포함될 가능성에도 보호조치가 충분치 않으며, 스크래핑 허용과 전문기관 중심 구조 등도 자기모순적 요소라고 평가했다.
뒤이어 진행된 패널토론에서 정신동 한국외대 교수는 이번 시행령이 EU 규제보다 상세한 수준이라며 "선제적 규제 도입보다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법률이 규정한 '요구' 수준을 넘어서는 과도한 설계는 국회의 입법권을 침해할 수 있으며, 행정기관이 시장 구조를 직접 설계하는 결과로도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정원준 한국법제연구원 연구위원은 본인전송요구권의 목적 자체가 명확하지 않다고 짚었다.
그는 "정보 공개의 연장선인지, 정보 활용을 위한 접근 권한인지 구분해야 한다"며 목적과 범위가 명확해지지 않는 이상 제도 설계의 혼란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업계의 우려도 컸다. 최지영 코스포 상임이사는 "스타트업의 경쟁력은 차별적 아이디어와 이를 통해 축적한 데이터"라며 "해당 데이터가 경쟁사에 노출될 가능성이 커지면 창업 동기와 혁신 의지가 약화된다"고 지적했다.
유정희 벤처기업협회 본부장 역시 "데이터 전송 시스템 구축 비용과 보안 리스크는 중소·벤처기업에 과도한 부담"이라며 "결과적으로 대기업이나 특정 전문기관에 정보가 집중돼 시장의 독과점 구조가 심화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혁신 서비스 진입 장벽을 높이고 플랫폼 경제의 성장세를 둔화시킬 수 있는 만큼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코스포는 "전문가들의 의견을 통해 개정안의 실체를 점검하는 계기가 됐다"며 "개보위가 규제개혁위원회 권고와 현장의 의견을 수용해 사회적 합의 기반에서 제도를 재설계해야 한다"고 밝혔다.
【 청년일보=조성현 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