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년일보 】 최근 전기차 수요 둔화에 따른 배터리 업황 부진으로 국내 배터리 업계 1위 업체인 LG에너지솔루션이 휘청거리고 있다. 지난해 상반기까지만 해도 미국 중심의 글로벌 전기차 수요 성장에 힘입어 호황을 누렸지만 후반부터 수요 둔화 현상이 본격화되면서 이른바 '보릿고개'에 직면한 것이다.
이 처럼 '어닝 쇼크'(실적충격), 주가 약세 등 겹악재에 직면하면서 배터리 업계 일각에선 김동명號가 대외적 여건 악화를 극복하기 위한 새로운 출구 전략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3일 배터리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25일 LG에너지솔루션은 실적설명회를 통해 올 1분기 매출 6조1천287억원, 영업이익 1천573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매출과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9.9%, 75.2% 감소한 수준이다.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관련 생산세액공제(AMPC)는 1천889억원으로 이를 제외하면 316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해 사실상 적자 전환된 셈이다.
사측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본격화된 글로벌 전기차 수요 부진과 주요 메탈 가격 하락에 따른 원재료 투입 가격 시차 영향 등으로 매출 및 영업이익이 감소했다고 밝혔다.
실제로 지난 2021년을 기점으로 전기차 시장은 성장률이 크게 둔화되고 있다. 에너지 전문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글로벌 전기차 성장률은 16.6%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글로벌 전기차 판매 성장률은 2021년 109.0%의 '고점'을 기록했다가 ▲2022년 56.9% ▲2023년 33.5%로 하락했다.
특히 이같은 배터리 업황 침체는 국내 주식시장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전기차 산업 침체로 인해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달 8일, 개장 직후 35만8천원까지 밀리면서 52주 신저가를 기록하기도 했다. 지난해 7월, 장중 62만원으로 최고점을 찍은 것과 비교하면 상당히 대조적인 부분이다.
배터리 상장 경쟁사인 삼성SDI의 경우 영업이익은 2천67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8.8% 줄었다. 다만, AMPC 금액을 제외하고 배터리 업계 유일하게 흑자를 기록하며 LG에너지솔루션과 상반된 실적을 보였다.
증권가 안팎에서는 올 2분기에도 좋은 성적표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잿빛'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용욱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유럽 수요 부진 및 테슬라 판매량 부진 여파에 출하량 부진이 이어지고 있다"면서 "2분기에도 전방 수요 부진으로 출하량 상승폭이 제한적이며, 중대형 배터리 평균판매단가(ASP)도 큰 폭으로 하락해 수익성 부진이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업황 둔화로 전례 없는 위기에 직면한 만큼 'LG에너지솔루션 2.0 시대'를 선언한 김동명 신임 CEO의 중장기적 전략에도 적신호가 켜졌다.
김 CEO는 1998년 배터리연구센터에 입사해 연구개발(R&D), 생산, 상품기획, 사업부장 등 배터리사업 전반에 대해 다양한 역량을 쌓았다. 2014년 모바일전지개발센터장, 2017년 소형전지사업부장을 거쳐 2020년부터 자동차전지사업부장을 맡는 등 핵심 부문의 성장을 이끌어 배터리사업 전반에 대해 '잔뼈'가 굵은 인물로 전해진다.
지난해 12월 초 공식 취임한 김 CEO는 취임사에서 "지난 3년이 양적 성장과 사업의 기반을 다진 엔솔 1.0의 시대였다면 이제는 강한 실행력을 바탕으로 누구도 넘볼 수 없는 압도적인 경쟁 우위를 확보해 진정한 질적 성장을 이루는 엔솔 2.0의 시대를 만들어 가야 한다"고 밝혔다.
김 CEO는 '질적 성장을 이끌 이기는 전략'으로 ▲초격차 제품·품질 기술력 ▲구조적인 원가 경쟁력 확보 ▲압도적인 고객 충성도 확보 ▲미래 기술과 사업모델 혁신 선도 등 4가지 중점 과제를 강조했다.
배터리 업계 일각에선 불확실한 시장 상황 속에서 양적·질적 성장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기 위해선 R&D에 좀 더 공격적으로 투자할 뿐만 아니라 차별화된 신제품을 개발해 신규 시장을 개척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고객사인 제너럴모터스(GM), 테슬라, 폭스바겐 등의 실적에 전적으로 의존하기 보다는 미래 핵심기술에 사활을 걸어야 한다"면서 "R&D에도 과감히 투자하는 건 물론 석·박사 급의 고급 인력 확보 역시 김 CEO의 핵심과제"라고 밝혔다.
【 청년일보=이창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