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민, 로봇 배달 상용화 '성큼'…라이더·배달대행 '우려'

등록 2024.08.14 08:00:00 수정 2024.08.14 08:00:05
김원빈 기자 uoswbw@youthdaily.co.kr

우아한형제들, 배달 로봇 '딜리' 상용화 위한 인증 획득…서울·수도권 실용화 계획
라이더 "실질적 임금 감소 우려"…배달대행업계 "배달비 상승·혹한기 장기화할 것"
우아한형제들 "번거롭고, 장시간 소요되는 라이더 기피 지역만 담당...효율성 기대"

 

【 청년일보 】 국내 1위 배달 애플리케이션(앱) 배달의민족(이하 배민)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이 로봇 배달 상용화를 준비하는 가운데, 배달 기사(이하 라이더)와 배달대행업계의 우려 섞인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우아한형제들이 자체 개발한 배달 로봇 '딜리(Dilly)'는 지난달 26일 한국로봇산업진흥원의 실외이동로봇 운행안전인증을 획득했다. 

 

실외이동로봇 운행안전인증은 작년 국회를 통과한 '지능형 로봇 개발 및 보급 촉진법'에 따라 도로교통법상 보도에 해당하는 지역에서 배달 로봇을 운행하기 위해서 반드시 받아야 하는 인증이다.

 

인증을 획득한 실외 이동로봇은 인간 보행자에 준하는 지위를 갖게 된다. 즉, 시내 일반 보도와 횡단보도를 자유롭게 통행할 수 있다. 

 

우아한형제들은 지난 2017년부터 로봇 배달을 위해 노하우를 축적해 온 바 있다. 회사 측은 비교적 로봇 이동이 원활한 인프라와 도로 형태가 갖춰져 있는 서울시 강남구 일대에서 도어 투 도어(D2D) 로봇 배달을 시범적으로 운영해 왔다

 

딜리는 카메라, 라이다(LiDAR) 등의 센서를 갖추고 있어 복잡한 도심 환경에서 주변 사물과 장애물을 빠르고 정확하게 파악할 수도 있다.

 

유동인구가 많은 복잡한 보행로에서 행인을 피하고 돌발 상황에서도 새로운 경로를 생성하는 고성능 자율주행 알고리즘을 탑재했다. 딜리는 사람 보행 속도와 유사한 4km/h 주행 속도로 자율주행하며, 최대 14km/h로 주행할 수 있다.

 

우아한형제들 측은 배달 로봇을 조만간 실용화한다는 계획이다. 그간 규제 샌드박스 구역 내에서만 실증 수준으로 로봇을 운영해 왔지만, 앞으로는 서울과 수도권 일부 지역에서 딜리와 배민 앱을 연계해 낮은 비용의 배달 서비스를 선보일 예정이다.

 

이처럼 우아한형제들이 로봇배달 상용화를 목전에 둔 가운데, 현재 실질적인 배달을 수행하고 있는 라이더·배달대행업계에서 배달 로봇과 로봇 배달 상용화에 관해 부정적 시각을 내놓고 있다.

 

먼저 라이더 측은 장기적으로 배달 로봇이 라이더의 노동력을 대체하고, 실질적 임금을 감소시킬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라이더가 가장 많이 활동하는 서울과 수도권을 중심으로 로봇 배달이 상용화될 경우 라이더에 대한 수요가 줄어들고, 그에 따라 라이더가 제공하는 노동에 대한 가치가 상대적으로 저하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한 라이더 단체 관계자는 "당장 배달 로봇이 라이더의 일자리를 대체하는 일은 없겠지만, 분명한 것은 라이더 자체에 대한 수요가 점차 감소할 수도 있다는 것"이라면서 "배민 측은 상대적으로 값싼 로봇 배달을 소비자에게 장려할 가능성이 높고, 장기적으로 효율성이 높은 로봇을 활용해 라이더가 제공하는 노동의 가치를 희석시키는 게 회사에도 유리할 것"이라고 짚었다. 

 

배달대행업계에서는 단기적으로는 배달 로봇이 완전히 배달대행 플랫폼과 라이더를 대체할 수는 없을 것이라면서도, 장기적으로는 배달대행업계의 사양화에 일조할 수 있다는 근심섞인 의견을 내놓고 있다.

 

업계에 정통한 관계자는 "현재 배달대행업계는 배달 플랫폼업계의 '무료배달' 경쟁으로 인해 생존의 위협을 받고 있는 상황"이라면서 "현실적으로 로봇 기술이 발전할수록 배달업계 자체가 사양화될 것을 우려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그는 "기술진보로 배달 로봇이 상용화될 경우, 로봇이 운용될 수 있는 도보 및 인프라가 잘 정리된 지역 위주의 근거리 배송을 담당할 가능성이 높다"라면서 "라이더는 로봇이 배송할 수 없는 지역, 즉 상대적으로 난이도가 높은 배달을 수행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한 "이럴 경우 로봇 배송은 상대적으로 금액이 저렴하고, 라이더가 수행하는 배송은 금액이 높게 책정돼 주소지 인근 상황에 따라 배달비가 상이해 차별이 발생할 수 있다"라고 전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업계 자체가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배달 로봇이 새로운 변수로 등장할 경우 배달대행 플랫폼에 대한 수요가 일정 부분 감소할 가능성이 있다"라면서 "끝나지 않는 혹한기를 더욱 장기화할 수 있는 변수가 될 것으로 본다"라고 평가했다.

 

이에 관해 우아한형제들 측은 "배달 로봇은 라이더를 도와 더 효율적으로 배달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하며, 배달 수요가 높을 때 부족한 배달원 수를 보충할 수 있다"라면서 "배달 로봇은 이동이 번거롭고, 배달에 장시간이 소요되는 라이더 기피 지역 담당해 더 높은 효율성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우아한형제들은 향후 배달 로봇 및 무인 배달 기술을 꾸준히 연구하고 향상시켜 증가하는 배달 수요에 원활하게 대응하고, 배달 및 물류산업의 혁신을 주도하고자 한다"라고 강조했다.

 


【 청년일보=김원빈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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