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홈플(下)] "암초 지나 더 큰 암초" 만난 홈플러스…생존법은 결국 '이것'

등록 2025.03.14 08:00:03 수정 2025.03.14 08:00:11
김원빈 기자 uoswbw@youthdaily.co.kr

기업회생절차 개시 후 상품 납품 중단·어음 부도 처리…"일반적 쇼핑 어려워"
C커머스 홈플러스 인수 시 경쟁사 부담 가중…"소비자도 상품 선택권 박탈"
유통업계 "우량점포 매각 중단·상품판매 집중"…투자업계 "자산 투명화 필요"

 

홈플러스가 기업회생 절차에 돌입한 가운데, 투자자와 소비자 등 이해관계자들의 불안이 날이 갈수록 점증하고 있다. 대형 마트업계 2위에 자리하며 소비자와 가장 가까운 곳에서 삶에 보탬이 되고자 고군분투했던 홈플러스의 지난 궤적을 살펴본다. 또한, 2015년 이후 MBK파트너스와 함께 한 홈플러스의 주요한 문제점을 되짚고, 다시 한번 도약의 날개를 달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 본다. [편집자주]


<글 싣는 순서>


(上) 국민 생활 속 함께 한 홈플러스 '28년'…"롤러코스터 기업史"
(中) '최강'의 MBK, '최악'의 위기…"홈플러스의 추락"
(下) "암초 지나 더 큰 암초" 만난 홈플러스..…생존법은 결국 '이것'

 

【 청년일보 】 홈플러스에 대한 기업회생절차가 시작된 이후 유통업계는 물론 여타 산업계에 미치는 파장이 날로 커지고 있다.

 

한때 홈플러스에 상품 납품을 중단했던 주요 식품업체들 대부분은 이를 재개하고 있지만, 일부 금융기관들은 홈플러스 어음을 부도 처리하고, 금융당국이 MBK파트너스에 대한 세무조사에 착수하는 등 악재가 지속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과 전문가들은 홈플러스가 투자자와 소비자를 위해 자본 상황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는 지적과 함께, 현재의 부동산 매각 전략을 변경해야 한다는 주장을 내놓고 있다.

 

◆ "기업 회생부터 어음부도까지"…실제 파산·부도 시 경쟁사도 '부담'

 

업계는 홈플러스가 현재 처한 상황을 단기간에 돌파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지난 4일 서울회생법원에 의해 기업회생절차가 시작된 이후 홈플러스는 그 야말로 '혼란의 시간'를 보내고 있다.

 

홈플러스 매장 현장에서도 납품 중단으로 인한 여파가 지속되고 있었다.

 

서울 시내에 위치한 한 홈플러스 매장에서는 평소와 달리 비어있는 매대를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었다.

 

인근에서 물품을 정리하던 직원 A씨는 "회사 사정이 어려워 납품이 제때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언제 상품이 다시 들어올지 고객들에 확답을 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홈플러스가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하자 오뚜기·삼양·롯데웰푸드 등 대형 식품업체들은 일제히 상품 납품을 일시 중단하는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현재 몇몇 업체들은 홈플러스의 설득으로 납품을 재개한 상황이지만, 삼성·LG 등 주요 가전업체들은 여전히 납품 재개를 망설이고 있다.

 

실제 취재를 위해 방문한 매장의 한 가전 코너에서는 가전제품에 대한 판매를 일시 중단한 상태였다. 해당 가전 코너에서 근무하는 직원 B씨는 "현재로서는 홈플러스에서 가전 구매를 하지 말 것을 권한다"며 "구입 결정을 해도 제품이 언제 발송될지 확답을 드릴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홈플러스에 대한 금융기관의 '손절'도 이어지고 있다.

 

일례로 지난 11일 신한은행은 홈플러스의 당좌예금 계좌를 차단했다. 당좌예금계좌는 회사나 개인사업자가 은행에 지급 대행을 위해 개설하는 계좌다.이 예금을 바탕으로 은행은 수표·어음 등을 발행하고 어음이 돌아오면 예금주를 대신해 대금을 지급한다.

 

SC제일은행도 추가 피해 발생을 막기 위한 목적으로 홈플러스 어음을 최종 부도 처리했다.

 

최근에는 비록 실시간 이체 등이 발달해 당좌예금계좌는 많이 활용하지 않고 있지만, 주요 은행 가운데 신한·SC제일은행만이 홈플러스와 당좌거래 실적이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한 금융업체 관계자는 "아무리 당좌예금 계좌를 많이 활용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금융기관에서 특정 기업에 대해 이를 중지하거나, 어음을 부도 처리하는 것은 기업 신용도에 있어 분명히 부정적인 시그널"이라며 "SC제일은행, 신한은행 외에 여타 금융기관들도 홈플러스를 예의주시하는 것으로 안다"고 귀띔했다.

 

이에 일각에서는 홈플러스가 현재 직면한 채무 상환 등의 문제를 해결할지라도 정상적인 영업을 지속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기업 신용도가 대폭 하락한 상태에서 추가적인 자본 유동성을 확보하는 데 더 큰 어려움을 겪게 되는 것은 불가피하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한편, 홈플러스가 난국을 해결하지 못한 채 실제 파산·부도에 이를 경우 이마트·롯데마트 등 경쟁사의 부담은 되려 가중될 수도 있다는 주장도 함께 제기되고 있다.

 

특히, MBK파트너스가 홈플러스를 매각할 시 일각에서 제기하는 바와 같이 이를 알리익스프레스와 같은 중국계 전자상거래 플랫폼(이하 C커머스)이 인수한다면 국내 대형 마트업계는 더욱 고전할 수밖에 없다는 게 이들의 지적이다.

 

한 유통업체 관계자는 "가능성은 적지만, C커머스업체가 홈플러스를 인수할 경우 이마트, 롯데마트와 같은 국내 대형 마트업체들이 대등하게 경쟁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국내 유통시장 진출을 틈틈이 노리고 있는 C커머스 업체가 전국에 오프라인 매장을 확보하고 있는 홈플러스를 인수한다면, 일거에 온·오프라인 판매 채널을 동시에 확보하게 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이럴 경우 이미 온라인 시장에서 유의미한 점유율을 확보하고 있는 C커머스의 국내 영향력이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며 "홈플러스의 경쟁사들은 아직 이와 같은 대규모 중국계 자본에 대응할 준비가 되어있지 않아 우려스럽다"고 전했다.

 

소비자 입장에서도 홈플러스가 사라질 경우 매장 및 상품 선택권이 침해받을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 소비자 시민단체 관계지는 "홈플러스가 폐업하고, 이마트와 롯데마트만 남는 상황을 상정할 경우, 소비자들의 '선택 권리'가 크게 침해받을 우려가 있다"며 "특히 홈플러스만 있는 지역의 경우 대형마트에 접근할 수 있는 가능성 자체가 차단될 수 있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가격적인 측면에 있어서도 두 업체만 남게 된다면, 지금처럼 대형마트 업체들이 저렴한 가격에 상품을 판매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진다"며 "최소 세 곳 이상의 경쟁사들이 서로 견제하며 주도하는 시장 환경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 홈플러스, '대형 마트업 본질'에 집중해야…"자본 현황 투명화 필수"

 

업계에서는 홈플러스가 이와 같은 어려운 상황에 봉착해 있을수록 '대형 마트업의 본질'에 보다 심혈을 기울여 집중해야 한다는 공통된 의견을 내놓는다.

 

'좋은 품질의 물건을 싸게 매입해 더 저렴한 가격에 판매하는' 대형마트 제1의 원칙을 더욱 철저히 준수해 고객들을 오프라인 매장으로 어떻게든 끌어모아야 한다는 게 이들의 공통된 주장이다.

 

구체적으로 업계 관계자들은 ▲상품 차별화 강화 및 할인 프로모션 지속 ▲우량점포 매각 중단 등이 현재로서 취할 수 있는 가장 현명한 타개책이라고 제언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근본적으로 사모펀드에 매각된 순간부터 업계에서는 늘 이와 같은 상황이 발생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있었다"며 "홈플러스가 망가지는 모습을 보니 안타깝다"고 전했다.

 

그러면서도 "이러한 상황에서 홈플러스가 위기를 타개할 수 있는 방법은 결국 상품 판매를 통한 수익 창출밖에는 없다"며" "최근 진행한 '홈플런 is BACK'과 같이 소비자를 최대한 매장으로 이끌어 낼 수 있는 프로모션을 계속해서 마련해 시선몰이에 힘을 써야한다"고 말했다.

 

이어 "홈플러스가 경쟁사 대비 취약한 델리 식품 등 일부 상품 카테고리의 기획·개발 역량을 강화하는 작업도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라면서 "결국은 '업의 본질'로 최대한 빨리 회귀하는 것이 홈플러스가 살아남는 길"이라고 제언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홈플러스는 지난 수년간 소위 장사가 잘되는 우량점포를 매각하고, 이를 재임대하는 행태를 지속해왔다"며 "진정으로 MBK파트너스가 홈플러스를 살릴 의지가 있다면, 이와 같은 행위는 즉각 중단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우량점포를 매각하면 단기간 현금 자산은 증가할 수 있겠지만, 영업적인 측면에서 봤을 때 상품 매입이 줄게 되고, 이는 가격 경쟁력 저하로 이어지게 된다"며 "제품 가격이 상승하면 누가 홈플러스를 찾겠느냐"라고 반문했다.

 

이와 함께 "홈플러스만이 내놓을 수 있는 차별화된 MD 기획상품을 지속적으로 내놓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투자업계에서는 MBK파트너스가 현재 자본 상황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투자자들의 신뢰를 회복하는 게 급선무라는 주장이 우세하다.

 

대형 증권사의 한 애널리스트는 "MBK파트너스가 투자자와 소비자를 대상으로 현재 구체적인 자본 상황이 어떤지 완전히 투명한 상태로 공개할 필요가 있다"며 "MBK파트너스는 홈플러스의 신용등급 강등 사실을 미리 인지하고 있었던 것으로 드러나 이미 투자자들의 신뢰를 상실한 상태"라고 전했다.

 

실제 MBK파트너스는 지난달 25일 신용등급이 하락할 것이라는 예비 평정 결과를 인지하고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그는 이어 "현재 금융당국이 착수한 세무조사에 성실히 임하고, 추후 홈플러스 회생 안을 투자자와 함께 적극적으로 소통하며 마련하는 모습을 보이며 신뢰를 다시 쌓아 올릴 필요가 있다"며 "아무리 사모펀드의 본질적인 목적이 투자금 회수와 수익 극대화라고는 하지만, MBK파트너스가 이번 홈플러스 사태를 잘 수습하지 못한다면 브랜드 이미지에도 큰 타격을 입게 되고, 추후 입찰 경쟁에서 불리한 자리에 위치할 것이 자명하다"고 꼬집었다.

 

금융업계의 한 전문가도 "홈플러스가 한번 상실한 금융기관의 신뢰를 회복하는 데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며 "과연 이 기간 동안 MBK파트너스가 책임 있게 홈플러스 회생을 위해 노력할지 미지수"라고 말했다.

 

그는 "MBK파트너스는 자사가 지금껏 단 한차례도 배당을 받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홈플러스가 어려움에 처한 상황에서도 우선주 투자자들에 대한 배당은 꾸준히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실제 홈플러스는 우선주 투자자들에 대해 연 100억원에서 300억원의 배당금을 지급해왔다.

 

이와 함께 그는 "물론 사모펀드가 투자자들에 배당금을 지급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행태지만, 홈플러스의 경영상황을 고려했을 때 이 금액을 배당하는 것조차 적절했는지 의문이 생길 수밖에 없다"며 "MBK파트너스가 추후에도 투자업계에서 사업을 영위하고 싶다면, 홈플러스를 본궤도로 올려놓는 작업부터 선행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 청년일보=김원빈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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