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일보】 포스코와 함께 국내 유수 철강기업으로 불리는 현대제철이 최근 ‘파업 위기·노조 리스크’ 수렁에 빠졌다는 우려가 나온다.
전문가와 업계 일각에선 파업 강행 시 철강 수급에 비상이 걸리는 것은 물론 자칫 자동차, 건설, 조선 등 후방산업 연쇄 생산 감소로 직결될 가능성도 있다는 분석에 무게가 실린다.
◆노사 16차 교섭 끝내 불발···파업 현실화 시 ‘철강재 대란' 불가피
2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현대제철은 지난 22일 전국금속노동조합 현대제철 4개 지회(당진·인천·포항·당진하이스코)가 제안한 16차 교섭에도 불참했다. 현대제철 노조는 이날 오후 2시 충남 당진에서 사측과 교섭을 진행할 예정이었다.
노조는 지난 3월부터 임금 및 단체협상(이하 임단협)을 시작해 최근 15차 교섭까지 진행했지만 사측이 모두 불참하면서 팽팽한 대결 구도를 이어갔다.
노조측은 ▲기본급 16만5200원 인상 ▲지난해 영업익 15% 성과급 지급 ▲연·월차 제도 및 2015~2017년 특별호봉 지급에 따른 이중임금제 개선 ▲교대 및 상주 수당 인상, 차량구입 지원금 개선 등을 요구하고 있다.
그 외에 사측이 협상 테이블에 나오지 않는 주된 이유로 ‘특별격려금’이 꼽힌다. 노조는 지난해 회사가 최대 실적을 거둔 만큼 같은 계열사에 속하는 현대차, 기아, 현대모비스와 같이 특별공로금 400만원 지급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사측은 지난해 이미 임금협상을 통해 기본급 7만5000원 인상과 성과급(기본급 200%+770만원)까지 지급했다며 이를 거부했다. 여기에 그룹 내 다른 계열사들이 특별격려금을 지급했다고 해서 현대제철도 특별격려금을 지급해야 할 명분이 없다는 설명이다.
이를 거부하자 노조는 지난 5월2일부터 140여 일간 당진제철소 사장실을 점거하고, 공동 교섭을 요구하는 등 사측을 거듭 압박하고 있다. 이 때문에 사측이 쉽사리 임단협에 응하기 어렵다는 관측도 나온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하청노조까지 정규직 채용 문제를 두고 사측과 마찰음이 생겼다. 오는 28일부터 24시간 총파업에 돌입하기로 하면서 원·하청 노조의 파업이 현실화하면 ‘철강재 대란’이 일어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된다.
◆포스코 생산 차질 여전히 '현재진행형'···업계 "파업 강행은 곧 제조업 위기"
앞서 노조는 지난 7월 21일부터 23일까지 조합원들을 대상으로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진행한 결과 94.18% 찬성으로 가결됐다. 같은 달인 25일에는 중앙노동위원회가 조정중지 결정을 내리면서 합법적인 파업권을 획득했다.
노조가 각 지회별로 게릴라성 파업을 예고한 만큼 철강업계에선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무엇보다 파업에 나서면 철강 수급에 막대한 차질이 불가피하다는 것이 업계 입장이다. 국내 조강 생산량의 약 35%를 담당해온 포스코 포항제철소가 태풍 ‘힌남노’로 침수되면서 제품 생산이 불가능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포스코에 따르면 3개월 내 단계적으로 압연공장 대부분 재가동할 전망이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정상적인 수율이 나올 때까지 수개월의 시간이 더 소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현대제철이 국내 철강업계 ‘맏형’ 격인 포스코의 빈자리를 메워줘야 한다는 설명이다. 이런 상황 속에서 파업에 들어간다면 철강에만 국한되지 않고 자동차·건설·조선업계 등 후방산업이 공급난에 직면할 것이란 전문가들의 분석이 나왔다.
한 경제학과 교수는 청년일보와의 전화통화에서 “실제로 노조가 파업을 할 지 안 할 지 미지수지만 만약 한다는 가정하에서 봤을 때 심각한 파장을 몰고 올 것이다”면서 “물론 합법적 쟁의권을 얻었다지만 가뜩이나 국내 경기가 침체기에 빠진 점, 국민 여론을 고려해 투쟁을 멈춰야 한다”고 빈축했다.
익명을 요구한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외부 불확실성 요인과 중국의 ‘제로 코로나’ 정책, 차량용 반도체 공급난이 장기화됨에 따라 업계는 그간 악재에 시달렸다”면서 “현재는 많이 완화됐지만 만약 철강 수급난이 가중된다면 수요 기업입장에선 불안에 떨 수밖에 없고 차량 업계뿐만 아니라 제조업 전반에 큰 재앙을 몰고 올 것이다”고 귀띔했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포스코가 아직 정상 가동화를 못한 악재 속에서 현대제철이 파업 수순을 밟는다면 오롯이 그 피해는 산업계 전반에 걸칠 것이다”고 우려했다.
【청년일보=이창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