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 주담대 '풍선효과' 우려…금융당국 조치 ‘촉각’

등록 2024.10.23 08:00:00 수정 2024.10.23 08:01:08
신정아 기자 jashin2024@youthdaily.co.kr

지난달 보험권 가계부채 4천억원 증가
보험사 “대출한도 소진…심사인력 부족”
NH농협생보·손보, 하나생명...대출 중단
삼성·한화·교보생명, 주담대 금리 인상

 

【 청년일보 】 주택담보대출(이하 주담대) 규제로 인한 풍선효과 우려가 커지고 있다.

 

보험업권에서는 대출한도 소진 및 심사인력 부족 등으로 주담대 취급 중단사태가 발생하는 가운데 주담대 취급 규모가 큰 보험사들은 대출 금리 인상 등으로 대응책을 펴는 모양새다.  

 

금융당국에서는 가계부채가 제2금융권으로 쏠릴 것을 우려해 그동안 상황을 주시한 만큼 향후 보험업권에도 가계대출 규제에 압박이 실릴 수 있을 전망이다.

 

23일 금융당국과 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지난 15일 보험·저축은행·상호금융·여신전문금융회사 등 제2금융권 및 유관협회 관계자들을 소집해 가계대출 관리를 강화해 줄 것을 요청했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지난달 제2금융권 가계부채는 5천억원 줄어든 반면, 주담대는 7천억원 증가했다. 특히 보험업권은 가계부채가 4천억원 증가했다. 타 업권인 상호금융권(-4천억원)과 여전사(-4천억원), 저축은행(-2천억원)이 감소세를 보인 것과는 대조적이다.

 

금융당국은 “지난달 미 연준의 기준금리 빅컷(Big-cut) 등 금리와 부동산 상황에 따라 가계부채 증가세가 언제든지 확대될 수 있으므로 모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추가적인 가계부채 관리수단을 검토하고 있다”며 “금융권도 지속적으로 가계부채 관리에 만전을 기해 주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금융당국은 가계부채 관리를 위해 제1금융권 주담대 규제에 나섰지만, 부작용으로 제2금융권으로 수요가 옮겨가는 풍선효과를 우려하는 상황이다.

 

주담대를 취급하는 일부 보험사들에서는 대출한도 소진 및 심사 직원이 대출 수요를 감당하지 못하는 사태가 발생하고 있다.

 

먼저 NH농협생명은 지난달 12일부터 유주택자에 대해 주담대 신규 취급을 중단했고, NH농협손해보험도 주담대 한도 소진으로 지난 17일부터 대출을 일시 중단했다. 양사 모두 아직까지 재개 계획은 마련되지 않은 상태다. 한화생명도 내달 주담대 한도가 이미 소진된 가운데, 12월 실행 한도에 대한 신청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하나생명은 지난 17일부터 대출심사 인력 부족 등을 이유로 신규 주담대 신청을 받지 않기로 했다. 보험사에서 주담대 취급을 막은 건 처음이다.

 

하나생명 관계자는 “최근 주담대 신청이 몰리면서 대출 심사인력 부족으로 신규 주담대 신청을 받지 않기로 했다”고 말했다.

 

앞서 보험사들은 주담대를 제한하기 위해 대출 금리를 인상했다. 금융당국의 주담대 규제 주문에 은행권의 대출 금리가 높아지면서 보험사 주담대 금리 하단이 은행보다 낮아지는 금리 역전에 따른 조치였다.

 

하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유의미한 효과가 나타나지 않는 모습이다.

 

보험사 중 주담대 물량이 가장 많은 삼성생명 다음 순위인 한화생명은 지난 15일부터 주담대 5년 고정형 금리 하단을 0.2%p 인상했다.

 

앞서 지난달에 이달 신청분부터 주담대 연동형 적용 금리를 0.4%포인트, 3년 고정형을 0.5%포인트, 5년 고정형을 0.3%포인트씩 올린 이후 추가 조정이다. 이는 지난달 5일 기준 주담대 상품 ‘홈드림 모기지론’의 실행 물량이 조기 소진된 데 따른 조치였다.

 

한화생명 관계자는 “이번 금리 인상은 오는 12월 실행분부터 적용된다”며 “한화생명에서 취급하는 주담대 상품 중 5년 고정형 금리 하단이 가장 낮아, 이쪽으로만 수요가 몰려 대출 포트폴리오가 한쪽으로 치우치는 것을 방지하고자 금리를 조정했다”고 말했다.

 

이어 “실행분 기준 60일 전부터 접수받고 있는데, 지난 9월 초 해당 월의 실행 물량이 모두 소진된 이후 신청이 누적되면서 거듭 물량 소진이 이어지고 있다”며 “그런 와중에 심사 인력도 부족한 관계로 업무가 과중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외 삼성생명도 지난 8월 28일 주담대 금리를 0.2%포인트 인상했으며, 교보생명도 이달 초 주담대 금리 하단을 0.3~0.35%포인트 올렸다.

 

아울러 삼성생명은 지난 9월 초부터 완전한 무주택자만 주담대를 받을 수 있게 했으며, 원금을 일정 기간 후 상환하는 거치형 대출 취급도 중단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은행과 달리 보험사는 정해진 물량 안에서 주담대를 운용하는데, 올 들어 은행권의 주담대 규제가 높아지다 보니 보험권으로 수요가 몰렸다”며 “이런 상황에서 금융당국은 일부 보험사가 주담대 한도를 더 늘리려는 것을 방지하고자 규제 기조를 강화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금융위원회 고위 관계자는 "최근 보험업권의 주담대 수요는 보험사가 대출금리를 올리는 등 자발적인 노력에 힘입어 다소 진정되는 분위기"라며 "현재는 새마을금고와 지방은행의 상황이 더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이어 "구체적으로 보험업권의 주담대 규제 필요성 등에 대해서는 23일 가계대출 점검회의 때 결과를 보고 판단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금융당국은 이날 권대영 금융위원회 사무처장 주재로 제2금융권 가계대출 점검회의를 진행할 예정이다.

 


【 청년일보=신정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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