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년일보 】 애플의 신형 스마트폰 '아이폰12'가 국내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강력한 성능과 다양한 수요에 대응한 4종의 모델, 아이폰 특유의 각진 디자인 등이 기존 애플 팬뿐 아니라 신형 스마트폰을 찾던 국내 고객의 마음까지 사로잡았다.
하지만, 서비스 부분에서는 큰 실책을 저지르면서 도마 위에 올랐다. 이전부터 이어온 '한국 서비스 홀대' 논란이 고조되고 있는 양상이다.
◇ 국내 출시 한 달 만에 60만 대 이상 판매, 전작보다 20% 이상 조기 판매
이동통신 업계 등에 따르면 지난 10월 30일 출시된 아이폰12는 이동통신 3사에서만 약 50만 대의 판매고를 올렸다. 전체 판매량의 약 10~20%를 차지하는 자급제 모델을 고려하면 60만 대 이상이 국내에서 판매됐다고 업계에서는 예상하고 있다.
전작 '아이폰11'과 비교했을 때도 20% 이상 판매 속도가 빠르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이는 국내에서 가장 많이 팔린 삼성의 플래그십 스마트폰 '갤럭시 S20' 시리즈와 맞먹는 수치다. 총 200만 대 이상이 팔린 갤럭시 S20은 출시 첫 달에 이동통신 3사에서 50만 대 이상이 판매된 것으로 알려졌다.
사전예약 기간부터 아이폰12에 대한 국내 이용자의 반응은 뜨거웠다. 1시간도 되지 않아 자급제 물량이 매진되었으며, 이동통신 3사가 사전예약자에 제공하는 '새벽배송', '1시간배송' 서비스 등도 일찌감치 마감됐다.
아이폰12의 이러한 인기에는 이전부터 탄탄히 구축된 애플 팬들의 수요와 더불어 신형 스마트폰을 기다리던 이용자의 구매 욕구를 충족한 것이 원인으로 꼽힌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아이폰12는 강력한 성능과 함께 과거 최고 인기 기종이었던 '아이폰4' 시절의 각진 모서리 디자인을 채택하면서 눈길을 끌었다"며 "아이폰12·미니·프로·프로 맥스 등 성능과 디자인에 따라 4가지 모델을 준비해 이용자의 선택권도 넓힌 점도 주효했다"고 평가했다.
◇ 국내 이용자 홀대 논란, 청와대 청원까지 간 '빅서 게이트'
이와 같은 아이폰12의 흥행에도 애플에 대한 국내 이용자의 시선은 곱지만은 않다. 특히, 최근 발생한 속칭 '빅서 게이트'가 발생하면서 애플의 미흡한 A/S에 쌓인 불만이 한꺼번에 터지고 있다.
지난 11월 27일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애플의 새 운영체제(OS) 업데이트로 인해 손상이 된 구형 기기 사용자에 대해 제조사가 기기를 원상복구하거나 무상수리할 것을 명령해 주세요'라는 글이 올라왔다.
맥북 프로 2014년형 13인치 모델을 사용하던 이용자는 최근 애플의 신규 OS '빅서' 업데이트 알림이 표시되자 이에 따라 작업을 진행했다. 하지만, 오류로 인해 기기가 '벽돌(기기가 작동이 불가능한 상태)'이 되면서 더 이상 사용이 불가능해졌다.
이에 이용자는 한국 공식 A/S 센터인 '애플스토어 가로수길점'을 세 차례 방문했지만, 애플 측은 황당한 대응으로 분노를 샀다. 애플 측은 "빅서 업데이트로 인한 고장이라고 증명할 수 없고 OS 업데이트는 고객의 선택"이라며 무상 A/S를 거부했다.
문제는 애플 구형 기기가 빅서 업데이트로 벽돌이 되는 현상이 전 세계적으로 발생하는 상황에서 일어났다는 것이다. 미국 애플 홈페이지에서는 이러한 문제가 발생 시 임시조치 방법을 설명한 후, 그래도 해결되지 않으면 A/S센터로 가져오라고 안내했다.
하지만 애플코리아 가로수길점은 "무조건 A/S 기간이 지났으므로 유상 수리만 가능하다"는 답변만 되풀이했다.
무엇보다 이용자를 대하는 직원의 태도가 더 큰 화를 초래했다. 두 번째 방문 시에는 현재 매장에 매니저가 미국 사람밖에 없다며 "영어가 가능하냐"고 이용자에게 물었으며, 세 번째 방문 때에는 입장 바꿔서 생각해보라는 이용자의 말에 애플스토어 가로수길점 매니저는 "저는 구형 기기를 이용하는 저의 책임이라고 생각할 것입니다"라고 말했다.
결국 해당 이용자는 자신이 가져온 맥북을 국내 다른 이용자들이 보던 현장에서 부수고 커뮤니티, 청와대 국민청원 등에 글을 올리며 항의를 이어가고 있다.
애플의 한국 A/S가 좋지 않다는 평가는 이전부터 계속되어 왔다. 객관적인 자료만 봐도 삼성전자, LG전자에 비해 크게 뒤떨어진다. 애플이 한국에서 직접 운영하는 애플스토어는 지난 2018년 1월 설립한 서울 가로수길점이 유일하다. 11월 30일 2호점인 여의도점을 오픈한다고 공지했으나 주변국인 일본(8개), 중국(40여 개)에 비하면 여전히 적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양정숙 의원이 지난 10월 국회 입법조사처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애플의 국내 공식 수리점 수는 92개로 삼성전자(178개), LG전자(171개)의 절반 수준에 그쳤다.
또한, 지난 2월 이동통신 전문 리서치기관 컨슈머인사이트가 최근 1년간 스마트폰 구매자 중 A/S 경험자 2473명의 만족도를 분석한 결과 애플은 삼성전자(809점), LG전자(807점)에 비해 80점 이상 뒤처진 724점에 머물렀다.
【 청년일보=박준영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