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년일보 】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가 내년부터 연간 60억원 규모의 감독분담금을 납부하게 되면서, 남모를 속앓이를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지난달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 시행으로 가상자산 거래소도 제도권으로 편입되면서 금융감독원의 감독대상에 새로이 포함됐기 때문이다.
16일 금융당국 및 가산자산업계 등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최근 제도권에 신규 편입된 가상자산업계에 감독분담금 부과를 통보했다.
이번에 가상자산업계에 통보된 감독분담금 요율은 0.5% 수준이다. 지난해 업비트(두나무), 빗썸, 코인원 등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 세 곳의 매출이 약 1조2천억원인 점을 고려하면 내년 감독분담금은 60억원 안팎에서 결정될 가능성이 높다.
감독분담금은 금감원이 금융회사를 감독·검사하는 명목으로 받는 일종의 수수료로, 매출 30억원 이상인 은행, 증권사, 보험사 등의 총부채 또는 영업수익에 비례해 결정된다.
가상자산업계가 감독분담금을 부담하게 된 이유는 지난달 19일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 시행으로 가상자산 거래소도 제도권 안으로 들어왔기 때문이다. 이는 가상자산 사업자도 금감원의 감독대상에 포함됐다는 의미다.
그러나 감독분담금 요율이 0.5% 수준으로 잠정 결정되면서 가상자산업계는 다소 당혹스럽다는 입장이다. 당초 가상자산업계에서는 개별 거래소의 분담금 요율을 0.02% 안팎으로 예상했다.
가상자산업계 관계자는 "가상자산이 제도권 안에 들어온 만큼 감독분담금은 당연히 지불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도 "다른 업종과 비교했을 때 분담금 요율이 과도하게 책정됐다는 생각이 든다"고 전했다.
이어 "특히 증권사·핀테크사 등과 비교했을 때 그 차이가 너무 크다"고 토로했다.
실제로 0.5%라는 분담금 요율은 여타 금융권과 비교했을 때 꽤 높은 수준으로 알려졌다. 가상자산 거래소와 유사한 증권사의 경우 0.036% 요율로 감독분담금을 지불하고 있으며, 비은행으로 분류되는 핀테크사는 0.017%에 불과하다.
이밖에 ▲은행 0.004% ▲보험사 0.015% ▲법인보험대리점(GA) 0.027% 등과 비교할 때도 그 차이가 크다.
이와 관련, 금융당국은 감독분담금 요율은 해당 업권의 매출, 영업수익, 감독에 투입되는 인력규모 등을 고려해 책정되기 때문에 다른 업권과의 직접적인 비교는 적절하지 않다는 입장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감독분담금은 보통 투입인력과 매출이 '8:2' 비율로 책정되는데, 가상자산업계의 경우 타 업권에 비해 인력이 더 많이 투입될 것으로 전망돼 상대적으로 높은 요율이 나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게다가 올해 가상자산감독국과 가상자산조사국이 신설했고, 가상자산 사업자 관련 검사인력에 30~40명 가량이 배치돼 감독분담금 규모를 줄이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문제는 현재 가상자산업계에서 감독분담금 납부 대상인 '연 매출 30억원 이상' 사업자가 몇 곳 없다는 점이다. 이에 일각에서는 업계 전체의 분담금을 일부 사업자가 부담해야 한다는 점에서 당국차원의 배려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가상자산업계 관계자는 "우리 업계의 전체 영업이익을 합쳐도 시중은행 한 곳의 10분의 1도 안 될 것"이라며 "이마저도 가상자산 사업자 중 감독분담금을 낼 수 있는 거래소는 사실상 규모가 큰 몇몇 회사에 불과할 텐데 60억원은 터무니없이 많은 금액"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내야 한다면 성실히 납부하겠지만, 금융당국에서 요율을 결정할 때 업계의 경영상황 등을 고려해 주셨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금융위원회는 가산자산 사업자에 대한 감독분담금 부과기준 마련을 위해 지난 1일 '금융위원회 설치 등에 관한 법률 시행령' 개정안과 '금융기관분담금 징수 등에 관한 규정 개정안'을 입법예고하고, 다음달 10일까지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을 청취 중에 있다.
【 청년일보=신한나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