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기업 '엑소더스' 뇌관 우려에도 …당정, '노란봉투법' 강행 처리 속도전

등록 2025.08.04 08:00:01 수정 2025.08.04 08:00:10
이창현 기자 chlee3166@youthdaily.co.kr

더불어민주당, 국회 본회의 처리 예고…재계 "韓경제 불확실성 가중"
기업활동 위축 속 파업 일싱화 우려...외국기업, 엑소더스 '뇌관' 우려

 

【 청년일보 】 최근 경영계의 우려와 잇단 읍소에도 정부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노조법 2·3조 개정안(일명 노란봉투법) 입법 처리에 속도를 내고 있다. 

 

재계 안팎에선 노란봉투법이 통과될 시 노조의 파업이 일싱화될 우려가 있어 국내 산업 생태계가 송두리째 흔들릴 수 있다며 강한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재계 일각에선 경영활동 위축은 물론 국내 산업구조의 불확실성이 고조돼 투자매력도 역시 하락할 수 있는 만큼 자칫 외국계 기업들의 '엑소더스(대탈출)'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지적마저 내놓고 있다.

 

다수의 전문가들은 이 같은 기업활동 위축을 초래할 수 있는 규제로 한국경제의 불확실성만 더욱 가중시킬 것이라며 입법 절차에 신중을 가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4일 정치권에 따르면 지난달 28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는 노란봉투법을 전체회의에서 통과시켰다. 이후 집권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했다. 

 

민주당이 이날 국회 본회의 처리를 예고한 노란봉투법은 하청업체 노조도 원청과 교섭할 수 있도록 '사용자' 범위를 넓힌 것이 주요 골자다. 

 

재계 안팎에선 사용자 범위를 원청으로 확대하면 수많은 하청업체 노조가 교섭을 요구할 것이고, 원청사업주는 개별 교섭에 응하느라 경영활동에 온전히 집중할 수 없다며 그간 반대의 뜻을 피력해왔다. 

 

또한 법안은 노조 쟁의 범위를 경영 행위까지 확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근로조건의 불일치'에 한정됐던 기존 쟁의행위의 범위를 '근로조건에 영향을 주는 경영상 결정'까지 확대한 것이다.

 

기업 투자 결정, 사업장 이전, 구조조정 같은 의사결정까지도 쟁의행위(파업)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것으로 재계에선 '파업 만능주의'를 조장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아울러 노조의 불법 파업에 대한 무분별한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하는 내용도 담고 있어 사실상 면책특권을 부여했다는 지적이다. 

이처럼 노동쟁의 개념 확대와 손해배상 책임 제한으로 경영계에선 산업현장 내 파업이 일상화될 수 있다며 정치권을 향해 개정 중단을 촉구했다. 

 

앞서 지난달 30일 한국경영자총협회(이하 경총)를 비롯해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 한국조선해양플랜트협회 등 주요 업종별 단체는 "국내 제조업이 자동차, 조선, 건설 등 업종별로 다단계 협업체계로 구성돼 있는 상황에서, 원청 기업들을 상대로 끊임없는 쟁의행위가 발생해 원·하청간 산업 생태계가 붕괴될 것이 자명하다"고 주장했다.

 

 

손경식 경총 회장도 첫 단독 기자회견을 열며 "법이 개정돼 수십, 수백 개의 하청업체 노조가 교섭을 요구한다면 원청 사업주는 건건이 대응할 수가 없어 산업현장은 극도의 혼란 상태에 빠질 것"이라고 언급했다.

 

손 회장은 "원청기업을 대상으로 한 하청노조의 파업이 빈번하게 발생하면 원청기업은 협력업체와 거래를 단절하거나 해외로 사업체를 이전할 수도 있다"면서 "그로 인한 피해는 중소·영세업체 근로자들과 미래세대에게 돌아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주한미국상공회의소(AMCHAM·암참) 마찬가지로 노란봉투법에 대해 "이번 법안이 현재 형태로 시행될 경우, 한국에 대한 미국 기업들의 투자 의사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노란봉투법은 21대 국회 때와 지난해 국회 본회의에서 가결된 바 있으며, 윤석열 전 대통령의 거부권(재의요구권) 행사로 두 차례 폐기된 바 있다.

 

그러나 정권이 바뀌면서 여당에선 지체할 이유가 없다며 본회의에서 처리하겠다는 입장을 표명하고 있다. 

 

노란봉투법의 취지는 '노동자 권익 보호'지만 재계 내에선 산업 생태계를 뿌리째 흔들고 기업 경영활동 운신의 폭이 좁아질 수 있다며 신중한 검토를 촉구했다.

 

무엇보다 해당 법안이 귀족노조 이미지를 희석(?)시키려는 전략적 도구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조준모 성균관대 경제학과 교수는 "노동시장 전반의 건전성을 높이기보다, 일부 조직 기반 확대를 위한 수단으로 활용될 가능성이 크다"면서 "구체적 내용과 사회적 파장을 더 정밀하게 들여다볼 시점"이라고 말했다.

 

조 교수는 "입법은 차분하게 벌어질 수 있는 모든 시나리오를 미리 고려해 순치시키는 작업이어야 한다"면서 "산업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해 노사관계의 균형을 맞춘 합리적 대안을 재논의해줄 것을 호소한다"고 부연했다.

 

정석주 한국조선해양플랜트협회 전무는 "장기 공정과 다수 협력사로 구성된 조선업 특성상 하청노조의 교섭 요구 증가로 인한 혼란과 생산 차질 가능성이 제기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조선업계는 그간 기술력과 생산 안정성을 기반으로 외국 선주들로부터 신뢰를 확보해왔으며, 개정안으로 생산 공정에 영향이 발생할 경우 이 같은 신뢰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역설했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경제가 성장하려면 결국 기업이 주체가 돼야 하는데 이같은 법안은 국내에서 사업을 접게 하고 해외로 내쫓아내는 격"이라고 지적했다.

 
 


【 청년일보=이창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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