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발언대] 몸보다 마음이 아픈 청년들…'더 나은 사회' 위한 우리의 선택

등록 2025.10.11 12:00:00 수정 2025.10.11 12:00:07
청년서포터즈 9기 김한이 hannie@cu.ac.kr

 

【 청년일보 】 "숫자로 보는 청년 정신건강의 현주소"

 

올해 9월 국무조정실이 발표한 '2024년 청년의 삶 실태조사'는 충격적인 현실을 보여준다. 거의 집에만 있는 고립·은둔 청년의 비율이 5.2%로, 단 2년 만에 2배 이상 증가했다. 이는 2022년 조사의 2.4%에서 급격히 늘어난 수치다.

 

더욱 심각한 것은 우울증을 겪었다고 응답한 청년이 8.8%로, 2년 전 6.1%보다 44% 증가했다는 점이다. 극단적 선택을 생각해 본 청년도 2.4%에서 2.9%로 늘었고, 32.2%의 청년이 번아웃을 경험했다고 응답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는 이러한 현실을 더욱 구체적으로 보여준다. 20대 우울증 환자는 2017년 76,246명에서 2021년 173,745명으로 무려 127.1% 급증했다. 전체 우울증 환자 중 20·30대가 차지하는 비율도 2018년 26%에서 2022년 36%로 10%포인트나 늘어났다.

 

◆ 왜 청년들은 우울해하는가

 

청년들이 고립·은둔 생활을 하는 가장 큰 이유는 '취업의 어려움'(32.8%)이었다. 이어서 '인간관계 어려움'(11.1%), '학업 중단'(9.7%) 순으로 나타났다.

 

김선영 이대서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단기 계약직이나 플랫폼 노동시장의 확대로 청년들이 고용 불안정에 시달리고, 전세난이나 월세 급등 때문에 주거 불안정이 생기면서 청년 우울증이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특히 주목할 점은 외로움이 우울증과 가장 강한 상관관계를 보인다는 연구 결과다. 배성만 단국대 심리학과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유년기와 성인기의 불행한 경험, 사회적 고립, 외로움은 우울증과 양의 상관관계를 나타냈으며, 그중에서도 외로움이 가장 강력한 영향을 미쳤다.

 

디지털 환경도 중요한 요인으로 지적된다. SNS에서 타인의 좋은 모습만 보고 자신과의 격차를 확대 해석하거나, 온라인 위주의 단절된 인간관계로 인한 외로움이 청년 우울증 급증의 배경이 되고 있다.

 

◆ 정신건강 상담의 문턱은 여전히 높아

 

정신건강 문제로 전문가 상담이 필요했으나 받지 못한 청년이 6.3%에 달했다. 그 이유로는 비용 부담(38.6%)을 가장 많이 꼽았다.

 

하지만 긍정적인 변화도 감지된다. 과거와 달리 정신건강의학과에 대한 젊은 층의 부정적 인식이 크게 개선되면서, 초기에 내원하는 경우가 늘어났다고 분석한다.

 

홍나래 대한신경정신의학회 홍보기획의사는 "정신건강의학과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많이 개선된 결과로 보인다"며 "청년들은 요즘 정신건강 진료비 지원을 적극 활용하는 모습을 보인다"고 말했다.

 

◆ 청년이 직접 나선 혁신적 해법

 

특히 주목할 만한 것은 청년들이 직접 나서서 해결책을 모색하는 움직임이다. 국립정신건강센터가 운영하는 정신건강 서포터즈 '영마인드 링크'는 전국에서 선발된 250명의 청년이 지난 7월부터 10월까지 청년 우울증, 은둔·고립, 음주 폐해 등 다양한 정신건강 문제 해결 방안을 직접 제시하고 수행했다.

 

곽영숙 국립정신건강센터장은 "청년들의 창의적인 아이디어와 열정이 정신건강과 관련된 사회 분위기를 긍정적이고 미래지향적으로 변화시킬 것"이라며 "이번 프로그램을 통해 청년 정신건강 리더를 발굴해 지원함으로써 지역사회 문제 해결에 기여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 우리 모두의 과제

 

청년 우울증 문제는 단순히 개인의 문제가 아니다. 고용 불안정, 주거 불안정, 과도한 사회적 경쟁, 외로움과 고립 등 구조적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더 나은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정부의 정책적 지원과 함께 사회 전체의 인식 변화가 필요하다. 정신건강 문제를 개인의 나약함이 아닌 누구나 겪을 수 있는 건강 문제로 인식하고, 도움을 요청하는 것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문화를 만들어가야 한다.

 

무엇보다 청년들이 직접 나서서 해결책을 모색하고 실행하는 모습은 희망적이다. 이들의 창의적 아이디어와 열정이 사회 전체의 정신건강 증진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몸보다 마음이 아픈' 청년들에게 필요한 것은 비난이 아닌 이해와 지원이다. 더 나은 사회를 위한 변화는 바로 우리 모두의 관심과 실천에서 시작된다.
 


【 청년서포터즈 9기 김한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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