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년일보 】 롯데백화점이 지역 밀착형 매장으로의 전환과 함께 급변하는 유통환경에 신속한 대응으로 수익 개선에 본격 돌입한다.
19일 백화점업계에 따르면, 롯데백화점은 업계에서 가장 많은 수의 점포를 보유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저조한 영업이익으로 고전하고 있다.
백화점업계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롯데백화점이 추구했던 전략은 일종의 '대중 백화점'이라고 할 수 있다"라며 "백화점이 일부 상류층의 전유물이었던 지난 2000년대 이전의 시점에서 중산층 및 서민을 대상으로 한 차별화된 테넌트, 점포 수로 업계 지분을 급격하게 넓혀와 '주요 백화점'으로 올라서는 데 성공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도 "다만, 업계에서 최다 점포 수를 보유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별다른 이익을 내지 못하고 있는 비수도권의 비효율 점포로 최근 발목을 잡히고 있는 상황"이라며 "고물가로 인해 업계가 '프리미엄'으로 전략을 선회하고 있는 추세를 고려할 때 롯데백화점도 점포 운영에 있어 중대한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하다고 본다"라고 말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업계는 정준호 롯데백화점 대표가 그간 쌓아온 역량을 구체적으로 발휘해 가시적인 성과를 도출할 시점에 대해서도 관심을 두고 있다.
정 대표는 롯데에 합류하기 이전에 지난 1987년 신세계인터내셔날에 입사해 2014년까지 활동했다. 특히 그는 이 시기 해외패션 부문을 담당하며 지방시, 셀렌느 등 명품 브랜드를 들여오는 등의 성과를 올렸다.
업계에서는 롯데가 지난 인사에서 정 대표의 연임을 결정한 주된 요인으로 이 점을 주목하고 있다. 롯데백화점이 대중 백화점의 이미지를 벗어나 '프리미엄 백화점'으로 탈바꿈하는 데 핵심적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정 대표는 작년 매장 리뉴얼과 명품 브랜드 등을 대거 보강하면서 롯데백화점의 고급화를 이끄는 등 소기의 성과를 올렸다는 평가를 받은 바 있다.
실제 고급화에 집중적으로 공을 들인 롯데백화점 잠실점의 작년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6.1% 신장한 2조7천569억원을 기록하며 2023년 전체 백화점 매출 중 2위 차지하기도 했다.
다만, 정 대표의 이러한 노력에도 롯데백화점의 올해 1분기 실적에는 적신호가 켜졌다.
롯데백화점은 올해 1분기 매출과 영업이익(별도기준) 각각 8천156억원과 903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4%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31.7% 급감했다.
반면, 같은 기간 신세계백화점은 매출 6천641억원, 영업이익 1천137억원을 기록하며 각각 7% 3.1% 증가했다. 현대백화점도 매출과 영업이익에 있어 전년 동기 대비 각각 3.6%, 8.3% 증가한 5천936억원, 영업이익 1천31억원을 달성했다.
고물가에도 영업이익을 올리며 연초부터 청신호를 쏘아 올린 신세계백화점과 현대백화점에 비해 롯데백화점은 체면을 구긴 셈이다.
롯데백화점은 이러한 난관을 극복하기 위해 올해 ▲지역밀착형 백화점으로의 비수도권 점포 혁신 ▲급변하는 유통환경에 대한 신속한 대응 등에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먼저 롯데백화점은 '중소형점 활성화 태스크포스(TF)'를 신설해 비수도권 점포들이 지역밀착형 백화점으로 변화할 수 있도록 변신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롯데백화점은 입점 브랜드를 차별화하고 지역 밀착형 특화매장을 강화해 인근 지역 소비자들을 끌어들이기 위한 노력을 집중할 전망이다.
일례로 올해 5월 롯데백화점 대구점에서는 옥상공원에 '풋살장'을 오픈해 지역주민들을 위한 라이프스타일 상품기획(MD)을 진행해 큰 호응을 얻은 바 있다. 또 같은 달 30일에는 1190㎡(약 360평) 규모의 '나이키 라이즈' 매장을 오픈해 나이키의 모든 카테고리 상품을 한자리에서 만나 볼 수 있도록 했다.
또한 롯데프리미엄아울렛 동부산점에서는 아울렛 최초 '무신사 스탠다드' 매장을 오픈하며 지역 주민을 위한 트렌디한 브랜드를 속속 도입하고 있다. 롯데백화점 측은 올해 역시 이와 같은 지역밀착형 백화점으로의 혁신을 지속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여기에 더해 롯데백화점은 올 초 신설한 '쇼핑몰사업본부'를 중심으로 급변하는 유통환경에 빠르게 대응하고 성공적인 신규 쇼핑몰을 개발할 수 있도록 역량을 집결한다.
최근 리뉴얼 오픈한 백화점과 쇼핑몰의 강점을 결합한 '컨버전스형 프리미엄 쇼핑몰'인 '타임빌라스(TIMEVILLAS) 수원'이 그 첫 번째 성과다.
롯데백화점이 그동안 쌓아온 유통 역량과 쇼핑의 미래 가치를 결집한 새로운 쇼핑 플랫폼인 타임빌라스는 백화점이 가진 '프리미엄' 테넌트와 서비스를 쇼핑몰에 적용하고, 쇼핑몰이 가지는 '다양성'을 백화점에도 반영해 쇼핑의 새로운 스탠다드를 선보이고 있다는 게 장점이다.
타임빌라스 수원은 2년여간의 기획 및 준비 과정을 거쳐 올해 8월 그랜드 오픈을 목표로 새단장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외관은 물론 내부 인테리어, MD 콘텐츠, 서비스까지 전 부분에 걸친 혁신을 추진 중이다.
그뿐만 아니라, 350여개의 매장의 개편도 이어가고 있다. 80% 이상 완료한 MD 콘텐츠 개편의 효과로, 점포는 젊어지고 매출은 크게 늘며 소비자들에게 호평을 얻고 있다고 회사 측은 강조했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중소형 점포는 각 점포별 지역 특성에 맞게 새로운 브랜드를 유치하고 체험형 콘텐츠를 늘려 '지역 밀착형' 백화점으로 활성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어 "타임빌라스 수원은 향후 '로에베뷰티', '로라메르시에', '몽클레르' 등 해외 패션 및 뷰티 브랜드를 추가로 유치하고, 이후에는 '랜디스 도넛', '고든램지 스트리트 버거' 등 인기 F&B도 추가로 도입하는 등 연내 새단장을 마무리하고 완성된 모습을 선보일 계획"이라며 "앞으로도 롯데백화점은 백화점, 쇼핑몰이라는 채널의 경계를 허물고 소비들에게 차원이 다른 쇼핑 경험을 선사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 청년일보=김원빈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