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년일보 】 1년 전 계엄군 병력이 진입을 시도하고 시민들이 몰려들어 아비규환이었던 국회의사당. 비상계엄 1주년을 하루 앞둔 2일 이곳은 평온했다. 파손됐던 유리문은 새 강화유리로 교체됐고, 대치로 훼손된 도로와 시설은 3천만원의 예산을 들여 복구를 마쳤다. 외관상 흔적은 지워졌지만, 국회는 헌정사상 초유의 사태를 기록으로 남기기 위한 준비를 시작했다.
3일 예정된 12·3 비상계엄 해제 1주년 관련 각종 행사와 특집 방송을 앞둔 방송사들의 부스 준비 작업만이 이곳이 역사의 현장임을 알리고 있었다.
1년 전 국회 출입이 전면 통제되고 무장 병력이 진입을 시도했던 상황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이날 둘러본 국회 내외부는 당시 발생했던 물리적 파손 흔적을 대부분 지워낸 상태였다.
가장 먼저 찾은 국회 1문(정문) 앞 도로는 평소와 다름없는 교통 흐름을 보였다. 지난해 12월 3일 밤, 경찰 버스와 계엄군의 장갑차가 대치하고 시민들이 몰려와 극심한 혼잡을 빚었던 국회대로는 차량들이 정상적으로 통행하고 있었다.
당시 시민들과 계엄군의 대치 과정에서 일부 파손됐던 도로 경계석과 아스팔트는 보수 공사를 마쳐 별다른 흔적을 찾기 어려웠다.
정문 앞을 지키는 국회 경비대 근무자들은 출입 차량의 신원을 확인하는 등 통상적인 업무를 수행했다.
국회의사당 본관으로 이동했다.
본관 정면 현관은 1년 전 계엄군 병력이 진입을 시도하는 과정에서 유리문이 파손되는 등 가장 큰 물리적 충돌이 빚어졌던 장소다.
현재 이곳에는 새 강화유리문이 설치되어 있고, 프레임도 교체된 상태다.
다만, 당시 계엄군이 진입을 시도하며 부쉈던 본청 233호(국민의힘 정책위의장실) 유리창은 복구되지 않고 가림막으로 덮인 채 그대로 보존되어 있었다.
국회사무처 관계자는 "파손된 출입문과 집기류는 보존 구역을 제외하곤 모두 복구 완료됐다"라고 밝혔다.
현관을 지나 로텐더홀로 들어서자 의원들과 보좌진들, 언론사 기자들이 오가는 일상적인 풍경이 펼쳐졌다. 당시 의원들과 당직자들이 책상과 의자 등을 쌓아 바리케이드를 구축했던 장소다.
바닥에 깔린 붉은 카펫 주변으로 깨진 유리 파편이나 집기 손상 흔적은 찾아볼 수 없었다. 본회의장은 내년도 예산안 심사, 본회의 등을 위해 개방되어 있었으며, 별다른 특이사항은 발견되지 않았다.
야외 잔디광장도 평온을 되찾았다.
1년 전 계엄군 헬기가 착륙을 시도하며 굉음이 울려 퍼졌던 곳이지만, 현재는 말끔하게 정돈된 상태다. 국회사무처는 지난 1년간 약 3천만원의 예산을 투입해 당시 파손된 외곽 담장과 주요 시설물 복구를 완료했다.
의원실 한 보좌관도 "매일 출근해서 그런지 이제는 외관상으로는 흔적을 거의 찾기 힘들다"라며 "벌써 1년이 지났다고하니 주변에서도 가끔 이야기가 나오기는 한다"라고 전했다.
국회는 3일 열릴 계엄 선포 1주기 관련 학술 토론회 및 사진전 행사를 앞두고 막바지 준비 작업이 한창이었다.
물리적인 복구는 완료되었으나, 국회 곳곳에는 헌정사상 초유의 사태를 기록하고 기억하려는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국회사무처는 비상계엄 해제 1주년을 맞아 3일부터 5일까지 '그날 12·3 다크투어'를 개최한다. 이번 행사는 긴박한 상황 속에서도 헌법적 절차에 따라 비상계엄 해제 요구를 결의했던 그날 밤을 기억하기 위해 마련됐다.
탐방 코스는 우원식 국회의장이 월담했던 장소, 계엄군 헬기가 착륙했던 국회 운동장, 계엄군과 가장 극렬하게 대치했던 본청 2층 현관 등 주요 현장으로 구성된다.
특히 3일 오후 5시에는 우원식 의장이 직접 투어를 진행하며, 당시 현장에 있었던 사무처 직원들과 함께 주요 현장을 설명할 예정이다.
국회에서 만난 의원실의 한 선임비서관은 "1년이 이렇게 빨리 지나갔나 싶다. 엊그제 같아요. 정말 1년이 너무 빠르게 지나가서 그때 당시의 기억이 아직까지 생생하다"라며 소회를 밝혔다.
그는 "그때 바로 현장에 나와준 시민들한테 감사하고, 그리고 상부의 명령에도 불구하고 어느 정도 선을 지킨 군인들에게도 감사하다"라고 말했다.
이어 "'대한민국의 민주주의가 이렇게 탄탄하구나' 느꼈다. 우리 다음 청년 세대, 학생들한테까지 잘 이어나가야겠다. 그런 생각이 든다"라고 덧붙였다.
【 청년일보=김재두 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