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발언대] '간호법', 지금까지 무엇이 문제였는가?

등록 2024.07.20 12:00:00 수정 2024.07.20 12:00:05
청년서포터즈 7기 김균하 a36596470@gmail.com

 

【 청년일보 】 "간호법, 지금까지 무엇이 문제였는가?"


◆ 간호법의 발자취


간호법은 제17대 국회부터 논의되어 왔으나 이후 지속해서 폐기 또는 국회 전체회의, 법사위에서 회부돼 계류되어 왔다. 이후 2023년 05월 16일 윤석열 대통령의 재의 요구권 행사와 같은 달 30일 국회 본회의에서 최종적으로 폐기됐으나 당해 11월 22일 고영인 의원 외 21인의 간호 법안이 발의됐다. 이러한 간호법은 지난 11일 다양한 보건 의료 직능단체의 대표자들이 한자리에 모여 진행한 '정책간담회'에서 더불어민주당 김윤 의원이 의료개혁 및 입법계획 관련 발표에서 재추진 의지를 보이며 다시금 주목받고 있다.


◆ 간호법은 어떤 법안인가?


먼저 간호법은 간호사 인력 확충, 근무 시간 관리, 교육 및 훈련 강화, 근무 환경의 개선 등 간호사의 업무 과중과 긴 근무시간 등 열악한 근무환경으로 인한 심각한 스트레스와 피로를 해소하기 위한 방안이 담겨 있었다. 또한, 업무 범위 명확화, 간호종합계획 및 실태조사, 적정간호사 확보 및 배치, 간호사 인권 침해 방지 및 조사 교육 의무화, 처우개선을 위한 기본 지침 개정 및 재원 확보 방안 마련 등 일부 세부적 조항도 담겨있었으나 대한의사협회와 10여 개 보건복지의료연대의 격렬한 반대로 난항을 겪고 최종적으로 윤석열 대통령의 재의 요구권 행사 이후 폐기의 길을 걷게 됐다.


◆ 대한의사협회와 10여개 보건복지의료연대의 반대, 왜?


이들이 이토록 격렬이 반대한 가장 큰 이유는 '간호사의 업무범위'에 대한 조항이었다. 간호사의 업무범위는 기존 의료법상 '의사 지도하에 시행하는 진료의 보조'였으나 간호법에서는 '의사 또는 처방 하에 진행되는 환자 진료에 필요한 업무' 규정돼 '진료의 보조'가 아닌 '진료에 필요한 업무'가 됐다.


이는 의사의 업무뿐만 아닌 대한 응급구조사협회, 대한 방사선사협회, 대한 임상병리사협회 등등 보건복지의료연대에 속한 직군인 1급 응급구조사, 방사선사, 임상병리사 등의 업무를 필요시 간호사가 시행할 수 있다고 폭넓은 해석을 할 수 있었다.


또한, 대한의사협회는 기존 의료법에는 존재하지 않았지만 간호법에서 갑작스럽게 법률의 목적으로 등장한 '의료기관과 지역사회에서의 간호'에 대해 "법률의 목적은 제정 이후 거의 개정하지 않는다"라며 앞서 말한 업무 범위를 합쳐 '지역사회에서 진료에 필요한 업무'가 "더 나아가 향후 개정 또는 시행령 제정 등으로 인해 간호사가 개원할 수 있는 근거를 만들 수 있다"라고 폭넓은 해석과 함께 큰 우려를 표했다.


이러한 해석에 있어 대한 간호협회는 "터무니없는 주장, 해당 조항들은 국민 건강 증진과 국민 간호를 위한 조항일 뿐이다"라 해명했으나 해명 이후 구체적인 조항으로 수정하는 등의 조치가 이루어지지 않았고 이로 인해 반발이 발생했으며 이후 정부안에서는 '의사 지도하에 시행하는 진료의 보조'로 수정됐다.


하지만, 수정 이후로도 대한의사협회와 10여 개 보건복지의료연대에서 지속적으로 반대의 목소리를 냈던 것은 간호법이 발의된 가장 큰 목적과 법안의 내용이 모순적이라고 해석했기 때문이었다.

 

간호법이 발의된 가장 큰 이유는 '간호사 업무범위의 명확화를 통한 업무 과중 해결'이지만 '지역사회 간호', '의사 또는 처방 하에 진행되는 환자 진료에 필요한 업무'는 간호사의 업무를 열거식으로 명확히 해 업무 과중의 예 중 하나인 무면허 의료 행위를 방지하는 것이 아닌 무면허 의료 행위를 합법화하면서 업무범위를 포괄적으로 확대, 더 나아가 병원 밖인 지역사회에서 이렇게 확대된 업무를 시행할 수 있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기에 우려의 목소리와 반대가 확산됐던 것이다.


이처럼 알 수 있는 것은 간호법 조항 일부로 인해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히게 됐고 대립했던 대한 간호협회와 대한의사협회 및 10여 개 보건복지의료연대 사이 상호 존중을 바탕으로 배려하는 논의가 부족했다고 보인다.


◆ 현재, 앞으로의 간호법은


현재는 제22대 국회 출범 이후 정부와 대한 간호협회, 대한의사협회를 비롯한 10여개 보건복지의료연대가 함께 간호법에 대해 논의하고 있으며 지난 11일 '정책간담회' 이후로도 상호 존중과 이해를 바탕으로 지속적인 논의를 통해 앞으로 발의될 간호법은 풀지 못했던 과거의 숙제들을 풀어나갈 것이라고 한다.


대한의사협회, 10여 개 보건복지의료연대가 우려하는 점인 '지역사회', '직역 간 업무 침탈'에 대해 앞으로 많은 논의가 필요할 것이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양측이 입장을 고수하는 것이 아닌 우려하는 점이 현실화되는 가능성을 현저히 낮추기 위해 세부적인 법령 또는 시행령의 구체화가 필요해 보인다.


또한, 간호사 인력 확충, 근무 시간 관리, 교육 및 훈련 강화, 근무 환경의 개선 등 간호사의 업무 과중과 긴 근무시간 등 열악한 근무환경으로 인한 심각한 스트레스와 피로를 해소하기 위한 방안 외에도 간호사의 업무 과중과 무면허 의료 행위 등 문제를 야기하고 있는 '간호사의 업무범위' 역시 포괄적인 '의사 지도하에 진료의 보조'는 세부적 법령 또는 시행령의 구체화를 통해 열거식으로 명확히 함으로써 간호사를 보호하도록 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의료법, 응급의료법, 의료기사법은 모두 궁극적으로 국민의 건강과 안전을 보호하고 증진하며 이를 통해 전반적인 보건의료체계를 강화하는 것이 목적이다. 또한, 이러한 법들은 의료에 종사하는 자들의 처우를 확립하고 그들을 보호하고 있다.


앞으로 많은 논의와 협의를 통해 발의될 간호법은 타 직역 간 이해관계를 해소해 반발과 난항 등이 발생치 않기를 빌며 '환자의 건강을 위해 곁에서 간호'라는 신념을 가슴 깊은 곳에 새긴 채 의료현장, 간호가 필요한 환자 곁에서 무수한 땀을 흘리며 노고를 다하고 있는 간호사에게 절실한 처우개선이 좌절치 않고 이루어져 간호사의 숨통을 옥죄고 있는 무거운 쇠사슬이 풀리기를 빈다.
 


【 청년서포터즈 7기 김균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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