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발언대] 인간인가, AI인가? 샘 올트먼의 'Orb'가 던지는 윤리적 물음

등록 2025.06.14 08:00:00 수정 2025.06.14 08:00:06
청년서포터즈 8기 김영훈 k1y22h@naver.com

 

【 청년일보 】 Chat GPT를 비롯한 생성형 인공지능의 비약적인 발전은 인간과 기계의 경계를 점점 흐리게 만들고 있다.

 

이제 텍스트는 물론 이미지, 영상, 음성에 이르기까지 AI는 인간과 유사한 창작 능력을 보여주며 일상 곳곳에 스며들고 있다. 이러한 기술은 생산성과 편의성을 극대화하는 한편, 우리가 누구인지, 무엇이 진짜 사람인지에 대한 근본적인 물음을 던지고 있다.

 

오픈AI CEO 샘 올트먼이 주도하는 월드코인(Worldcoin) 프로젝트는 이러한 정체성의 혼란 속에서 '진짜 인간 인증'을 핵심 과제로 제시한다. 이 프로젝트의 중심에 있는 장치 '오브(Orb)'는 사람의 홍채를 스캔하여 '월드ID(World ID)'를 생성하고, 이를 블록체인에 등록하는 방식으로 디지털 정체성을 확립하려 한다.

 

AI가 점점 인간을 흉내 낼 수 있는 시대에, 우리는 어떤 방식으로 '인간'임을 증명할 수 있을까? 올트먼의 시도는 이 질문에 대한 기술적 해답을 제시하고 있다.

 

하지만 오브를 둘러싼 논란은 단순히 기술의 효과성에 그치지 않는다. 오히려 그것이 촉발하는 윤리적 문제들은 더욱 깊고 복합적이다. 먼저, 프라이버시 침해 가능성이 제기된다. 오브는 홍채를 스캔하여 '홍채 코드'라는 형태로 정보를 저장하며, 원본 이미지는 즉시 삭제된다고 설명된다.

 

하지만 유럽 규제 당국은 이 '익명화된 정보'조차도 개인 정보로 간주하며, 저장 자체를 문제 삼는다. 이와 관련해 사용자의 생체 정보가 완전히 통제 가능한 방식으로 처리되고 있는지에 대한 투명성은 여전히 부족하다.

 

또한 중앙화된 권력 집중 문제도 있다. 월드ID는 블록체인 기반으로 설계되어 있지만, 실제로는 특정 민간 기업이 생체 인증 정보를 수집하고 이를 관리하는 구조다. 이는 디지털 정체성이라는 민감한 권한이 일부 기업에 집중될 수 있다는 점에서, 감시 사회로의 이행을 우려하게 만든다. 기술의 중립성이 기업의 운영 논리에 종속될 경우, 그 파급력은 단순한 인증을 넘어 사회 통제의 수단으로 전이될 수 있다.

 

더불어 기술의 실효성과 필요성에 대한 회의론도 존재한다. 홍채 스캔이라는 고도의 생체 기술을 통해 생성된 디지털 ID가 정말로 인간과 AI를 구분할 수 있는 충분조건이 되는가에 대해 의문이 제기된다. 일부 전문가들은 오히려 이러한 기술이 새로운 형태의 보안 위협을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으며, 오브 미니의 디자인이나 사용자 경험에 대해서도 비판적인 시각이 존재한다.

 

AI가 인간의 사고와 창작을 흉내 내는 시대에, 디지털 정체성에 대한 명확한 기준을 세우려는 시도는 분명 의미 있다. 오브는 기술적으로 한계와 논란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자체로 중요한 질문을 던진다. 우리는 앞으로 어떤 기준으로 사람을 판단할 것인가? 데이터로 정의된 정체성은 진정한 자아를 대변할 수 있는가?

 

결국 기술은 윤리와 함께 갈 때 비로소 사회적 수용성을 가질 수 있다. 따라서 오브와 같은 생체 인증 기술이 인류에게 긍정적인 미래를 제시하려면, 생체 정보 처리에 대한 투명성, 인증 시스템의 탈중앙화 및 사용자 통제권 강화, 기술 필요성에 대한 공론화와 민주적 합의 형성 등 다양한 조건이 충족되어야 한다.

 

AI와 인간의 경계가 희미해지는 이 전환기의 끝에서, 기술이 인간을 보완할 수는 있어도 대체하지 못한다는 명제를 되새기며, 우리는 더 신중하고 윤리적인 기술 발전의 방향을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 청년서포터즈 8기 김영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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