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년일보 】 2024년 10월 15일, 대한민국에서 비만 치료제 '위고비'가 첫 판매되었다. 이날, 위고비의 국내 중간 유통을 맡은 쥴릭파마코리아는 오전부터 병의원을 상대로 위고비 주문을 받았고, 주문 문의가 쇄도하면서 오전 중 한 차례 주문 사이트가 마비된 뒤 복구되는 해프닝이 벌어지기도 했다. 국내 시장에 화려하게 상륙한 위고비는 최근 전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는 GLP-1 계열 약물이다.
GLP-1 계열 약물이란 체내의 GLP-1(Glucagon-Like Peptide-1) 수용체와 결합하여 인슐린 분비 촉진과 식욕 억제 등의 효과를 장시간 유지하도록 하는 치료제이다. 이때, GLP-1은 체내의 소장에서 분비되는 인크레틴 호르몬의 일종으로, 식사 후 혈당 조절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러한 호르몬의 특성을 모방하여 체내에서 GLP-1이 지속적으로 작용하는 것처럼 '착각'을 유도함으로써 혈당을 낮추고 식욕을 줄여서 체중을 줄이는 효과를 나타낸다.
본래 GLP-1 계열 약물은 제2형 당뇨병 치료제로 개발되었으나, 체중 감소에 탁월한 효과를 보이면서 비만 치료제로서 새로운 가능성을 주목받았다.
현재 위고비는 주사제로, 환자가 스스로 투여해야 하는 방식으로 인해 치료 순응도가 낮다는 문제가 있다. 이에 따라 경구형 제제의 GLP-1이 대안으로서 주목을 받고 있다. 경구형 제제는 주사 제제보다 복용 편의성이 매우 높기 때문에 환자가 집에서 간편하게 복용할 수 있어서 치료 지속률이 향상되고 시장이 확대될 것으로 기대된다.
현재 제약·바이오 기업들은 경구형 GLP-1 계열 약물의 개발을 위해 생체이용률을 높이고 위산 환경에서도 안정적인 제형을 확보하기 위한 다양한 연구를 활발히 진행하고 있다. 현재 노보디스크(Novo Nordisk)는 경구용 세마글루타이드에 대해 2025년 상반기에 FDA에 허가 신청을 했고 결과를 기다리는 중이다. 또한, 일라이릴리(Eli Lilly)의 오포글리포론도 임상 3상을 완료했고 2025년 하반기 FDA 허가 신청을 준비 중이다. 이 외에도 아스트라제네카와 화이자 등 글로벌 제약회사들도 경구형 GLP-1 개발에 뛰어들고 있다.
국내 기업은 대부분 임상 1~2상 단계를 진행 중으로 글로벌 시장보다 임상 속도가 다소 느리다. 국내에서 경구용 GLP-1 비만약의 파이프라인을 보유한 바이오 기업은 킵스바이오파마, 디앤디파마텍, 인벤티지랩 등이다.
한편, 주사제 형태의 GLP-1 계열 약물은 전문의약품으로 의사의 처방전이 있어야만 구매가 가능하다. 그러나 일부 의료기관에서는 환자의 상태를 충분히 확인하지 않은 채, 요청만으로 처방을 내주는 사례도 보고되고 있다. 온라인상에는 위고비 처방 병원을 찾는 글도 올라오는 등 약물의 상업적 소비가 우려되는 모습이 여럿 포착되었다.
경구형 GLP-1 계열 약물은 복용이 간편해 접근성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되지만, 그만큼 오남용과 부작용에 대한 우려도 주사제 GLP-1 계열보다 커지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므로 경구형 GLP-1 계열 약물 출시 전에 관리 체계가 마련되어야 한다. 치료제의 발전이 건강한 사회로 이어지기 위해서 국민들이 의학적 접근과 더불어 공공의 안전과 책임 있는 사용 문화를 함께 확립해 나가는 노력이 필요하다.
【 청년서포터즈 9기 고은채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