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년일보 】 "청년에게 너무 일찍 찾아온 '생명의 무게'"
수십 명의 환자를 돌보는 동안 간호사의 작은 판단 하나가 생사의 갈림길이 되기도 한다. 이런 긴장 속에서 신입 간호사들은 하루에도 수차례 불안과 자기비판을 경험하게 된다.
"하루가 어떻게 지나간 건지 모르겠어요. 오늘도 제대로 했는지 모르겠어요"와 같은 말은 수많은 간호사들의 공통된 마음일지도 모른다.
◆ '전문직'이기 전에 '청년'인 우리
간호는 헌신과 책임감의 직업으로 불린다. 그러나 그 '책임' 아직은 너무 이른 시기에 주어지는 것은 아닐까?
20대 청년들은 여전히 자신을 찾아가는 시기에 서 있다. 간호사는 타인의 생명을 다루는 책임감을 가지게 된다. 사회는 이들에게 '생명에 대한 책임이 있는 의료인'을 기대하지만, 그 안의 개인은 '여전히 성장 중인 청년'이다.
책임감과 불안감 사이에서 균형을 잡지 못해 일을 그만두는 사례도 있다. 실제로 성인간호학회지 논문에 따르면 국내 병원 간호사들이 정서적 소진 평균 점수 34.77점으로, 8개 해외 간호사 집단보다 높은 수준을 보였다. 한국 병원 간호사가 매우 지쳐있음을 보여준다.
◆ 누가 그들의 감정을 돌보는가
간호사는 환자의 고통에 즉각적으로 반응해야 하지만, 동시에 감정을 드러내지 않아야 하는 직업이다. 죽음을 마주한 후에도, 담당하는 다른 환자들을 위해 눈물을 삼켜야 한다.
병원은 업무 매뉴얼과 함께 감정을 다루는 법을 가르치지만 실제 임상 현장에서는 도움이 되지 않는 현실이다. 그래서 일부 간호사들 사이에서는 "간호는 기술이 아니라 감정의 노동"이라는 말이 회자되기도 한다.
◆ 타인을 살리는 일, 나를 잃지 않기 위해
간호사는 타인의 마음과 생명을 돌보는 일을 하지만, 정작 자신의 마음은 돌보지 못한 채 일하는 경우가 많다. '실수하지 않아야 한다'라는 압박 속에서 감정의 여유를 잃고, 자신을 돌볼 시간마저 사라진다.
병원과 사회는 '헌신'만을 요구하기보다, 간호사들이 회복할 수 있는 환경을 함께 만들어야 한다. 누군가의 생명을 책임지는 20대 청년 간호사들, 감당할 수 있을까? 그 답은 단순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분명한 건, 그들은 오늘도 병원 어딘가에서 누군가의 생명을 지키며, 자신도 버텨내고 있다는 사실이다.
【 청년서포터즈 9기 배연서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