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년일보 】 우리의 몸과 마음은 사회적 관계 속에서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다. 마음의 아픔은 몸의 면역력과 수명을 좌우하며, 불평등에 노출되거나 소외된 경험이 많을수록 건강이 위협받는다. 면역과 사회적 연결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으므로, 현대인의 건강 문제를 이해하려면 면역을 사회적 관점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
◆ 면역에 대한 생물학적 관점
전통적으로 면역은 자기(self)와 비자기(non-self)를 구분하고, 비자기를 공격해 신체를 보호하는 생물학적 시스템으로 이해됐다. 1960년 노벨생리의학상을 수상한 프랭크 맥팔레인 버넷은 림프구가 자기 항원을 인식하면 제거되고, 비자기 항원을 인식하면 활성화된다는 '클론 선택이론'을 제시하며 '자기/비자기 패러다임'을 구축했다.
그러나 면역학자 폴리 매칭거가 "면역은 비자기를 공격하는 것이 아니라, 위험 신호를 감지하는 시스템"이라 주장하며 기존 패러다임에 반기를 들었다. 실제로 면역은 인체와 공생 관계에 있는 세균은 공격하지 않으며, 손상된 세포가 위험 신호를 보내면 자기이든 비자기이든 면역의 공격 대상이 된다. 즉, 면역은 적을 구분하는 시스템이 아니라, 위험을 감지하고 세균과 세포 간 관계를 조정하는 조율 시스템인 셈이다.
◆ 사회적 관계 속에서의 면역
최근, 면역은 단순히 생물학적 현상에 국한되지 않고 사회적 조건과 환경에 의해 영향받는다는 관점이 확산하고 있다. 사회역학에서는 면역이 사회적 조건·불평등·정치적 환경에 의해 형성된다고 본다. 오염된 환경, 불안정한 노동 조건, 차별적 의료 접근성 등은 모두 면역력에 영향을 끼친다.
정신신경면역학에서도 이러한 관점을 확인할 수 있다. 미국의 임상 건강 심리학자 키콜트 글레이저 부부 연구에 따르면, 배우자를 잃은 사람이나 돌봄 노동자, 부부 갈등이 심한 사람은 면역세포 활성이 낮고 상처 회복 속도가 느렸다.
한국에서도 사회적 차별이나 직장 내 괴롭힘을 경험한 사람은 염증지표가 높고 면역조절 호르몬인 코르티솔의 리듬이 불안정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미국 공중보건서비스단은 외로움과 고립감을 '유행병'이라 규정하며, 외로움이 조기 사망 위험을 26~29% 높이고, 심장병과 뇌졸중 위험을 각각 29%와 32% 증가시킨다고 발표했다.
사회적 고립은 심혈관 질환 위험, 면역력 저하, 수면 질 저하 등 다양한 건강 문제와 직결되며, 매일 담배 15개비를 피우는 것과 비슷한 수준으로 해롭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 건강한 사회적 면역을 위해
사회적 지지는 면역 균형을 유지하도록 돕는다. 긍정적인 정서와 웃음은 NK세포(자연살해세포)를 증가시키고, 충분한 수면은 T세포 활성화와 백신 반응 강화에 기여한다. 사회적 연결망의 질과 밀도가 개인과 공동체의 건강을 결정하는 셈이다.
지역 공동체와 공공 정책이 사회적 관계의 회복을 지원해야 하며, 사람과 사람 사이의 연결이 서로의 건강을 돌보는 사회적 면역으로 이어지도록 노력해야 한다.
【 청년서포터즈 9기 채율미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