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발언대] 효율만이 답일까?…청년 산업공학도가 본 인간 중심의 기술

등록 2025.10.25 09:00:00 수정 2025.10.25 09:00:09
청년서포터즈 9기 허진영 jyheo68@hanyang.ac.kr

 

【 청년일보 】 "산업공학 = 효율화?"

 

사실 틀린 말은 아니다. 산업공학은 본질적으로 공정을 단순화하고, 불필요한 자원을 줄이며, 시스템을 최적화하는 학문이다. 산업공학은 역사적으로 생산 라인의 낭비를 최소화하고, 물류 경로를 짧게 만들고, 인력을 적재적소에 배치하는 데서 큰 역할을 해왔다.

 

실제 산업 현장에서도 효율은 가장 중요한 가치 중 하나다. 하지만 산업공학을 공부할수록 "효율만이 정말 답일까?"라는 질문이 생긴다.

 

기술이 빠르게 고도화되는 지금, 효율이라는 단어만으로 설명할 수 없는 문제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공장 자동화는 생산 속도를 올렸지만, 현장의 숙련 노동자들은 일자리를 잃기도 한다.

 

인공지능 기반 고객 서비스는 반응 속도는 빨라졌지만, 사람 냄새 나는 대화는 사라졌다. 데이터로는 포착할 수 없는 인간의 맥락과 감정이 기술 설계 과정에서 배제되는 것이다. 기술의 진보가 모두에게 혜택을 주지 않는 현실에서, 효율은 때로 진보가 아닌 '배제의 언어'가 될 수 있다.

 

산업공학의 목표는 단순히 속도와 비용을 줄이는 데 그치지 않는다. 시스템을 설계하는 이유는 결국 인간의 삶을 더 낫게 만들기 위해서다. 그렇기 때문에 '인간 중심의 기술 설계'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효율은 수단이지 목적이 아니다. 아무리 완벽한 알고리즘이라도, 그 기술이 사람을 배제하거나 소외시킨다면 그것은 좋은 기술이라고 할 수 없다. 기술이 인간의 삶을 지탱하는 방향으로 작동해야만 진정한 의미의 '혁신'이 된다.

 

청년 산업공학도로서 나는 설계의 출발점이 '사람'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시스템의 숫자만 보는 대신, 그 안에 존재하는 사람들을 상상해야 한다.

 

예를 들어 공장 라인을 설계할 때도 단순히 동선을 최적화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작업자의 피로도나 안전성, 작업 환경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 교통 시스템을 설계할 때도 이동 속도만이 아니라 이용자의 접근성, 다양한 사회적 약자의 이동권을 함께 생각하는 것이 필요하다. 기술이 누구를 위해, 어떤 사회를 만들기 위해 존재하는지에 대한 고민이 설계의 출발점이 되어야 한다.

 

지금 청년 세대는 빠르게 변화하는 기술의 한가운데에 서 있다. AI, 디지털 트윈, 자동화, 스마트팩토리 등 산업공학이 다루는 기술들은 그 어느 때보다 거대한 영향력을 갖고 있다. 이런 시대일수록 '효율'이라는 단어에 가려져 잊히기 쉬운 가치들을 다시 꺼내야 한다. 기술의 방향은 기술 자체가 아니라, 그것을 설계하는 사람에 의해 결정된다.

 

나는 산업공학도로서 단순히 '어떻게 더 빠르게, 더 싸게 만들까'를 고민하기보단 '이 기술이 사람들에게 어떤 의미를 가질까', '누군가를 배제하지는 않을까'를 먼저 묻는 설계자가 되고 싶다.

 

효율과 인간 중심의 기술이 공존할 수 있는 산업공학, 그것이 우리가 만들어가야 할 미래라고 믿는다. 그리고 그 시작은 청년 세대의 고민과 질문에서부터 시작될 것이다.
 


【 청년서포터즈 9기 허진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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