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발언대] “혈액은 국경을 모른다”…한국 헌혈 문화 속 외국인들의 따뜻한 참여

등록 2025.06.07 10:00:00 수정 2025.06.07 10:00:05
청년서포터즈 8기 김수연 03chise@naver.com

 

【 청년일보 】 혈액은 수혈이 필요한 환자의 생명을 구하는 유일한 수단이다. 아직까지 혈액을 대체할 물질은 존재하지 않으며, 인공적으로 만들 수도 없다. 사람의 생명을 살릴 수 있는 혈액은 사고 팔 수 없는 소중한 자원이며, 장기간 보관이 불가능하다는 특성상 지속적이고 자발적인 헌혈 참여가 절실하다.

 

우리나라의 경우 매년 약 300만명의 헌혈자가 있어야 수입 없이 혈액 자급이 가능하다. 따라서 헌혈은 단순한 봉사가 아닌, 사회를 지키는 생명 나눔의 실천이자 장기이식의 한 부분이다.

 

그런데 최근 국내 헌혈 현장에서 낯선 얼굴들이 늘고 있다. 바로 한국 사회에 정착한 외국인들이다. 유학생, 노동자, 결혼 이주민 등 다양한 국적과 배경을 가진 외국인들이 자발적으로 헌혈에 참여하고 있으며, 이들의 따뜻한 행동은 많은 이들에게 감동을 주고 있다.

 

실제로 혈액관리본부 통계에 따르면 외국인 헌혈자는 2017년 3천466명에서 2022년 1만1천98명으로 꾸준히 증가했으며, 2023년에도 1만723명에 달했다. 이러한 증가 추세는 단순한 수치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익숙하지 않은 환경, 낯선 언어 속에서도 그들은 누군가의 생명을 위해 기꺼이 팔을 걷어붙였다.

 

외국인이 대한민국에서 헌혈을 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첫째, 한국에 1년 이상 거주한 경우여야 한다. 만약 최근 1년 내 해외 출국 일수가 90일 이상일 경우, 최종 입국일로부터 1년간 채혈이 보류된다. 둘째, 한국어로 문진을 이해하고 소통할 수 있거나, 통역을 통해 의사소통이 가능한 자여야 한다. 이는 문진 내용에 대한 정확한 이해와 답변이 가능한 헌혈자를 선별함으로써 수혈혈액의 안전을 위한 필수 절차이다. 셋째, 외국인 등록증, 거소증, 한국 운전면허증 등 한국 거주를 증명할 수 있는 서류를 지참해야 한다.

 

이 중 특히 중요한 것은 ‘의사소통’이다. 정확한 문진은 수혈 안정성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혈액관리본부는 영어, 중국어, 일본어 등 언어별로 통번역 서포터즈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외국인 헌혈 희망자가 이메일로 문의하면 헌혈 장소와 가능한 시간대를 조율해 통역 지원을 받을 수 있다. 서울·경기뿐 아니라 부산, 울산, 인천, 대구·경북, 경남, 강원, 충북, 대전·세종·충남, 전북, 광주·전남 지역에서 영어 통역이 가능하며, 중국어와 일본어는 서울·경기 지역에서 제공된다.

 

필자 역시 이 통번역 서포터즈로 활동 중이다. 일주일에 두 번 이상은 외국인 헌혈자의 통역 요청이 들어오고, 10명 이상의 단체 헌혈 요청까지 포함하면 외국인 헌혈자가 상상보다 훨씬 많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다. 이처럼 낯선 곳에서도 꾸준히 생명 나눔의 가치를 실천하는 외국인들은 한국 헌혈 문화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한편, 다가오는 6월 14일은 '세계 헌혈자의 날'이다. 이날은 헌혈의 중요성을 알리고, 전 세계 헌혈자에게 감사를 전하기 위해 제정된 국제기념일이다. 이는 2004년 세계보건기구(WHO), 국제적십자사연맹, 국제헌혈자조직연맹, 국제수혈학회가 ABO 혈액형을 발견한 노벨상 수상자 카를 란트슈타이너의 생일인 6월 14일을 기념일로 정하면서 시작되었다. 한국에서는 매년 대한적십자사가 축제를 진행하며, 올해도 광화문 광장에서 다양한 축하 공연과 부스가 운영될 예정이다.

 

우리는 누구나 예기치 않게 수혈이 필요한 상황에 처할 수 있다. 그 순간 혈액 앞에서는 국적도, 언어도, 문화도 중요하지 않다. 오직 생명을 살리려는 따뜻한 마음만이 존재할 뿐이다.
 


【 청년서포터즈 8기 김수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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