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발언대] "몸과 마음은 하나다"…신경면역학이 열어가는 미래

등록 2025.06.29 11:00:00 수정 2025.06.29 11:01:14
청년서포터즈 8기 조승연 kkng0207@naver.com

 

【 청년일보 】 감기에 걸리면 우울해지기도 하고, 스트레스가 심한 날에는 이상하게 배탈이나 염증 반응이 쉽게 나타나는 경험은 누구에게나 익숙하다. 과거에는 단순한 ‘우연의 일치’로 치부되던 이러한 현상들이, 이제는 과학적으로 설명 가능한 시대가 왔다. 그 중심에 있는 것이 바로 신경면역학(Neuroimmunology) 이다.

 

신경면역학은 신경계와 면역계의 상호작용을 다루는 융합 분야다. 과거에는 이 두 시스템이 서로 무관하게 작동한다고 여겨졌지만, 실제로는 스트레스, 감정, 뇌의 활동이 면역 반응에 영향을 주고, 반대로 염증 반응이나 면역세포의 활성도 뇌 기능과 정서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 밝혀졌다.

 

대표적인 예는 스트레스와 면역력 저하이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뇌의 시상하부-뇌하수체-부신축(HPA axis)이 활성화되어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이 분비되고, 이는 면역 기능을 억제한다. 반대로 만성 염증은 우울감, 불안, 인지 저하 등의 뇌 증상을 유발할 수 있다. 이는 단지 심리적인 현상이 아닌, 염증성 사이토카인이 뇌에 직접 영향을 미친 결과다.

 

최근에는 이러한 신경–면역 연결이 신경발달장애, 자폐증, 알츠하이머병, 파킨슨병 등의 이해와 치료에도 중요한 실마리를 제공하고 있다. 예컨대 일부 자폐증 환자는 발열 후 사회적 반응이 일시적으로 좋아지는 사례가 보고되는데, 이는 면역계의 특정 분자들이 뇌의 기능에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가능성을 시사한다. 또 알츠하이머병에서는 뇌 속 면역세포인 미세아교세포(microglia)가 과도하게 활성화되며 신경세포를 손상시키는 현상이 주목받고 있다.

 

장내 미생물이 신경면역계의 주요 통로로 떠오르고 있다는 점은 흥미롭다. 장에서 생성된 물질들이 미주신경을 타고 뇌에 신호를 보내는 ‘장–뇌 축(gut-brain axis)’ 개념은, 우리가 먹는 음식과 장내 환경이 감정, 스트레스 반응, 면역 활동에 영향을 미친다는 과학적 근거가 되어주고 있다. 실제로 장 건강을 개선하는 식단이나 운동 습관이 우울증이나 불안 개선에 도움을 준다는 연구도 꾸준히 보고되고 있다.

 

신경면역학은 현대인들의 일상에도 깊숙이 들어와 있는 개념이다. 불규칙한 생활 습관, 수면 부족, 지속적인 스트레스, 서구화된 식습관 등은 모두 뇌와 면역계의 균형을 무너뜨릴 수 있는 요인이다. 반대로 충분한 수면, 규칙적인 식사, 적절한 운동, 심리적 안정은 뇌의 신호 체계와 면역 반응을 안정시키는 핵심 전략이 된다.

 

지금까지의 의학이 몸과 마음을 따로 보아왔다면, 신경면역학은 그것이 하나의 통합된 시스템임을 보여준다. “기분이 건강에 영향을 준다”는 오래된 말이, 이제는 과학적 사실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것이다.

 

신경면역학은 자기 삶의 건강을 주도적으로 설계하기 위한 새로운 관점이 될 수 있다. 몸과 마음, 뇌와 면역의 균형을 이해하고 실천하는 것은 이 시대를 살아가는 현명한 생존 전략이다.
 


【 청년서포터즈 8기 조승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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