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서포터즈 8기 한지연 [계명대학교 식품가공전공 2학년]](http://www.youthdaily.co.kr/data/photos/20250522/art_17485103256397_195ee7.jpg)
【 청년일보 】 최근 편의점 카운터에서 가장 많이 판매되는 ‘회식 아이템’을 꼽으면 단연 숙취해소제다. 시장조사 업체 트렌드모니터가 지난 4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대 응답자의 42.1%가 “술을 마시기 전과 후에 숙취해소제를 챙겨 먹는다”고 답했고, 전체 연령 기준 ‘복용경험’은 2016년 85.0%에서 2024년 92.7%로 급증했다.
폭발적인 수요에 힘입어 국내 숙취해소제 시장은 2023년 3,500억 원 규모로 성장했고, 연평균 10% 이상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 업계는 “MZ세대가 건강과 다음 날 컨디션을 중시하면서 기회가 커졌다”며 신제품을 쏟아내고 있지만, 뒤집어 보면 그만큼 경쟁도 치열해졌다.
제품 포장에는 ‘혈중 알코올 분해’, ‘아세트알데히드 제거’ 같은 과학 용어가 즐비하다. 액상∙환∙젤리 등 제형도 다양해져 취향에 따라 고르는 재미까지 더했다. 그러나 소비자는 화려한 광고 문구 뒤에 숨은 핵심 질문인 ‘정말 효과가 있나?’에 대한 답을 확인하기 어렵다.
‘2022년 영국 학술지에 실린 문헌고찰’로 전 세계 386명을 대상으로 한 21건의 무작위 대조시험을 분석했다. 결과는 간명했다. “홍삼과 헛개나무 등 일부 성분이 통계적으로 유의한 효과을 보이긴 했으나, 연구 설계와 표본이 미흡해 모든 증거가 매우 낮은 품질에 머문다”는 것이다.
연구를 주도한 킹스칼리지 런던의 에머트 로버츠 박사는 “현재로선 어떤 약물도 ‘확실한 숙취 치료제’라고 권할 수 없다. 술을 줄이거나 물과 휴식을 충분히 취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강조했다. 같은 내용을 다룬 대중 매체들은 한술 더 떠 “세상에 만병통치 해장약은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과학적 근거 부족 논란은 규제로 이어졌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해 ‘숙취해소 표시 및 광고 실증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고 2025년 1월 1일부터는 인체 적용 시험으로 효능을 증명하지 못하면 ‘숙취해소’라는 문구를 쓸 수 없도록 했다. 혈중 알코올과 아세트알데히드 농도 변화 등 객관적 지표를 요구하는 강도 높은 기준에 중소업체 상당수가 벌써부터 ‘실증 비용 부담’을 호소한다.
결론적으로 20대에게 숙취해소제는 ‘다음 날의 보험’처럼 자리 잡았지만, 과학적 증거는 아직 보험료를 정당화하지 못한다. 규제와 연구가 뒤따르지 않는다면 작은 병에 담긴 안심은 결국 착시로 남을지도 모른다.
【 청년서포터즈 8기 한지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