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서포터즈 8기 이현선 [인하대학교 식품영양학과 3학년]](http://www.youthdaily.co.kr/data/photos/20250834/art_17556555234953_c20f77.jpg)
【 청년일보 】 건강을 위해 짜게 먹지 말라는 말은 이제 낯설지 않다. 습관적으로 삼각김밥이나 햄을 고를 때도, 제품 전면에 붙은 '저염'이라는 단어를 보며 안심하게 된다. 하지만 그 믿음은 과연 근거 있는 걸까?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저염'이라는 표현은 아무 때나 붙일 수 있는 문구가 아니다. 100g당 나트륨이 120mg 미만이거나, 기존 제품보다 나트륨을 25% 이상 줄였을 때만 사용할 수 있다. 기준은 엄연히 존재한다. 하지만 소비자 관점에서 이 기준을 체감하기란 쉽지 않다.
예를 들어 자사 제품보다 25% 줄였다는 이유로 '저염' 표시가 가능하긴 하지만, 여전히 나트륨 함량은 400mg이 넘는 경우도 있다. 기준은 지켰지만, 실질적으로 '덜 짜다'라고 말하기엔 애매한 수치다. 그럼에도 큼지막한 '저염' 문구 하나에 우리는 건강한 선택을 했다고 믿는다. 문제는 이 착각이 반복될수록 우리 식생활은 실제보다 훨씬 짜질 수 있다는 점이다.
표시 방식도 소비자의 오해를 부추긴다. 제품 뒷면에는 '1회 섭취량 기준'으로 나트륨 수치를 작게 표기해 놓는다. 하지만 실제로는 그보다 훨씬 많은 양을 한 번에 먹게 되는 경우가 많다. 표기상으론 낮아 보이지만, 우리가 섭취하는 나트륨은 절대 적지 않다.
특히 영양 정보는 단순한 숫자 이상의 의미를 가져야 한다. 소비자가 실제 섭취량과 기준을 명확히 이해할 수 있어야, 그 정보가 건강한 선택으로 이어질 수 있다. 단지 수치를 나열하는 데 그친 정보는 오히려 잘못된 판단을 불러올 수 있다.
이처럼 '법적 기준은 지켰지만, 소비자가 오해할 수 있는' 구조는 여전히 존재한다. 건강을 위해 신중한 선택을 하려는 사람일수록 오히려 더 혼란을 겪는 아이러니가 벌어지고 있다. 정보가 충분하지 않거나 복잡하게 전달된다면, 아무리 조심해도 건강을 지키는 데 한계가 생긴다.
정부는 나트륨 저감 표시 기준을 확대하고, 표시제도 개선을 예고하고 있다. 하지만 진짜 변화는 수치 뒤에 숨은 맥락까지 소비자에게 명확하게 전달될 때 시작된다. 건강한 식생활은 적게 먹는 데서 끝나는 게 아니라, 제대로 알고, 바르게 고를 수 있을 때 완성된다.
'저염'이라는 단어 하나에 너무 많은 걸 믿고 있었던 건 아닐까. 어쩌면 지금 우리가 짜게 먹는 이유는 우리가 짜게 먹고 있다는 걸 제대로 알지 못해서일지도 모른다.
【 청년서포터즈 8기 이현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