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년일보 】 경남제약이 '코로나19' 전용 손소독제를 개발, 출시하겠다던 공언이 물거품으로 돌아갔다. 또한 손소독제를 개발하기 위해 손소독제 전문기업인 씨엘팜텍을 인수한다는 계획 역시 무산된 것으로 확인됐다.
그럼에도 불구 경남제약은 이 같은 사실을 외부에 알리지 않아 적잖은 의구심을 자아내고 있다. 더구나 일각에서는 경영진의 '비윤리적인' 행태란 지적까지 제기되고 있다.
앞서 경남제약은 신종 바이러스 전염병인 '코로나19'가 확산되던 지난 2월부터 수차례에 걸쳐 코로나19 전용 손소독제 개발에 착수하는 한편 3월 중 출시한다는 공식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이로 인한 기대심리로 주가가 상승하는 등 과도한 '코로나19' 마케팅이 아니였냐는 지적이 나온다.
◇ '코로나19 전용 손소독제' 출시 무산...소독제 전문 기업 '씨엘팜텍' 인수도 물거품
경남제약은 지난 2월 코로나19 전용 손소독제 개발에 착수, 3월 중에 출시한다는 공식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그러나 당초 경남제약의 주장과 달리 한달이 다 돼 가는 4월말인 현재까지도 시중에서 해당제품을 찾아볼 수 없는 상황이다.
실제로 본지가 27일 강남 방배역 인근에 위치한 약국 4군데를 방문해 확인해 본 결과 경남제약에서 출시한 '코로나 19 전용 손소독제'를 구매할 수 없었다.
약국을 운영하고 있는 A약사는 "경남제약에서 코로나19 전용 손소독제가 출시됐다는 말은 금시초문"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약국을 운영하고 있는 B약사 역시 "코로나19 전용이라는 광고는 가능할런지 모르지만 실제 전용 손소독제 개발이 가능한지는 의문"이라고 했다.
앞서 경남제약의 모 회사인 라이브파이낸셜은 '코로나19 전용 손소독제' 개발, 출시를 위해 지난 2월 바이러스 소독제 전문 기업인 '씨엘팜텍'을 인수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
씨엘팜텍은 AI 및 구제역 소독제 관련 국내 특허를 3건을 보유한 바이러스 소독제 전문 기업으로, 조류 인플루엔자·구제역 바이러스 예방과 확산 방지를 위한 기능성 살균 소독제를 개발하는 곳으로 알려졌다.
당시 경남제약은 "씨엘팜텍은 소독 효과가 미흡한 기존 소독제의 단점을 보완해 전북대 가금류 질병 방제 연구센터에서 진행한 효능 평가 수행에서 높은 살균력과 소독효력면에서 높은 평가를 받은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코로나19 전용 손 소독제를 개발해 기존 손 소독제 제품보다 한 단계 높은 기능의 강력한 제품을 선보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본지 취재 결과 경남제약은 이미 씨엘팜텍 인수를 포기한 것으로 확인됐다.
전북대측 연구 관계자는 "이곳 연구센터에서 진행한 '씨엘팜텍'의 효능 평가와 관련된 내용에 대해서는 데이터 등에 잘못된 부분이 있었다"라며 "연구센터는 사람을 대상으로 하기도 하지만 주로 가금류 등 동물을 대상으로 하는 연구를 전문으로 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경남제약측도 관련 사실을 인정했다. 배건우 경남제약 대표이사는 "최근 출시한 손소독제는 일반 에탄올 소독제로, 지난 2월 26일 식약처의 허가를 받고 출시했다"면서 "그러나 코로나19 전용 손소독제는 코로나와 관련된 데이터가 없어 사실상 포기한 상태다"고 말했다.
앞서 경남제약은 코로나19 전용 손소독제 개발과 관련 공식 발표를 통해 조류 인플루엔자의 소독 기술이 뛰어나다면서 마치 인체 적용에 대해서도 살균기능 등이 동일하게 인정 받은 것 처럼 밝혔다.
식약처 관계자는 "손소독제도 의약외품으로 구분되어 심사를 받고 출시가 된다"라고 말했다.
또한 최근 코로나19 관련 제약업계가 적극적인 마케팅에 나서고 있는데 대해 "코로나19 전용 등의 일부 단어와 관련해서는 판단하기가 어려운 부분이 있다"면서 "소비자들의 오해를 야기할수 있는 문구 등에 대해서는 모니터링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를 두고 업계 일각에서는 코로나19 확산으로 전 국민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상황을 이용, 이를 해결할 수 있는 제품을 개발, 출시하겠다며 공표해 놓고 약속을 이행하지 못한 것은 무책임한 처사라는 지적이다.
더구나 제품 개발이 전면 중단된 사실을 알리지 않는 등 투자자들은 물론 국민을 기만했다는 도덕성 시비마저 제기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제품개발 중간에 일부 문제가 발생해 상품을 제때 출시하지 못하는 경우는 있으나, 전례 없던 코로나19 사태에 핵심적인 방역물품 개발 소식을 수차례 공표해 놓고 이렇다할 설명없이 제품 출시를 미루거나 중단하는 행태는 도덕적으로 비난을 받을 소지가 크다"고 지적했다.
◇ 'K방역주'에 합류, 테마주에 이름 올린 경남제약
올초 코로나19로 인해 'K방역' 기업들이 주목을 받으며 제약 및 바이오 테마주를 형성, 진단키트를 비롯해 소독제 및 건강관련 기능성식품주들이 주요 관심종목으로 부각됐다.
경남제약 역시 코로나19 전용 손소독제 출시 및 레모나 BTS 광고모델 발탁 등을 내세워 주가가 상승세를 보였다.
실제로 공식 발표자료가 나온 시점과 경남제약의 코스피 종가를 단순 연결시키면, 지난 2월 5일 코로나19 전용 손소독제 개발착수 소식에 경남제약의 주가는 1.07%(90원) 상승했고, 2월 20일 출시 예정 소식에 5.34%(450원)나 상승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팬데믹 선언 이후 전반적으로 주가가 하락했으나, 이후에 산발적으로 이어지는 코로나19 전용 손소독제 개발 및 출시 소식이 투자자들에게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끼친 것은 분명한사실"이라며 "(기업들의) 단순 보도만 믿고 투자하는 경우 낭패를 볼 수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 고 말했다.
이 같은 지적에 대해 경남제약측은 주가 부양의도는 아니라고 해명했다.
경남제약 관계자는 "손소독제 출시에 대해 일부 잘못된 표현이 있었다"면서 "일반소독제와 코로나19전용 소독제를 나눠서 출시할 계획으로, 일반소독제는 이미 출시했다"고 말했다.
이어 "주가상승은 주식 거래정지 전에 비해서 아직 상당히 저평가 되어 있다"면서 "코로나19 전용 손소독제를 통해 주가 상승을 노린 건 말이 안된다"고 해명했다.
한편 경남제약은 지난 2018년 3월 감사의견 ‘비적정’과 경영진의 횡령 배임 혐의가 적발돼 주식거래가 정지된 바 있다.
이후 약 1년 9개월여간 이어지던 주식 거래정지는 지난 2019년 10월 삼성회계법인으로부터 감사의견 ‘적정’을 획득한 후 거래소에 개선계획 이행내역서를 제출한 끝에 논란이 일단락 됐으며, 그해 12월 5일부터 거래가 재개된 바 있다
【 청년일보=김지훈 / 장한서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