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년일보 】 치매 치료에서 가장 흔한 오해는 "기억을 되살리는 것"이 재활의 목표라는 생각이다. 그러나 임상 현장에서 치매 전문의와 재활 전문가가 주목하는 지점은 기억 회복이 아니라 기능 유지와 진행 속도의 조절이다. 이 관점에서 볼 때, 인지치료와 운동치료의 병행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에 가깝다. 인지치료는 주의력, 실행기능, 판단력, 문제 해결 능력 등 뇌의 고위 기능을 자극한다. 이는 단순한 퍼즐이나 퀴즈 풀이를 넘어, 일상 상황을 모방한 과제 수행을 통해 뇌 신경망의 사용 빈도를 유지하는 데 목적이 있다. 사용되지 않는 신경 회로는 빠르게 약화되기 때문에, 인지 자극은 치매 진행을 늦추는 가장 기본적인 비약물적 개입이다. 하지만 인지치료만으로는 한계가 분명하다. 뇌는 고립된 기관이 아니라 신체 활동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실제로 하체 근육을 사용한 반복적인 운동은 뇌혈류를 증가시키고, 신경가소성(neuroplasticity)을 촉진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운동치료는 근력 유지와 낙상 예방을 넘어, 뇌 기능 유지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치료다. 중요한 점은 인지치료와 운동치료가 각각 작용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의 효과를 증폭시킨다는 데 있다.
【 청년일보 】 대한민국 경제의 훈풍에 봄꽃보다 반도체가 먼저 개화한 듯 하다. HBM(고대역폭메모리)을 앞세운 반도체 수출은 연일 신기록을 경신하는 한편 국내 주요 상장사들의 영업이익 전망치는 장밋빛 청사진으로 가득하다. 산업통상부에 따르면 지난달 한국의 반도체 수출은 252억 달러를 기록했다. AI 투자 확대로 인한 수요 증가와 이에 따른 메모리 가격 급등에 월 기준 전(全)기간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하며 3개월 연속 200억 달러 이상 수출을 이어갔다. 지난해 10월 157억 달러였던 반도체 수출 규모는 11월 173억 달러, 12월 208억 달러, 올해 1월 205억 달러, 2월 252억 달러로 매월 역대급 기록을 새로 쓰고 있다. 이달 초 격화한 미국·이스라엘과 이란의 군사적 충돌에 따른 대외 불확실성 확대도 반도체 업계를 비껴갔다. 관세청에 따르면 이달 1일부터 10일까지 반도체 수출액은 76억 달러로 전년 동기 28억 달러 대비 175.9% 상승했다. 같은 기간 반도체 수출 비중은 35.3%로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15.4%p 증가했다.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도 막을 수 없는 파죽지세의 성장세다. 반도체 수출 비중이 전체의 35%를 넘
【 청년일보 】 대장간에 놓인 무쇠는 처음부터 칼의 형상을 하고 있지 않다. 거칠고 투박하며, 윤기 없이 묵직하다. 그 자체로도 단단하지만, 아직은 날이 없다. 그러나 대장장이는 그 안에 숨어 있는 가능성을 믿는다. 무쇠를 불 속에 넣고 충분히 달아오를 때까지 기다린 뒤 모루 위에 올려 망치를 내리친다. 한 번의 망치질로는 아무 변화도 없는 듯 보인다. 하지만 그는 멈추지 않는다. 다시 불에 넣고, 다시 두드리고, 다시 식힌다. 그렇게 반복되는 시간 속에서 무쇠는 결이 다져지고 강도가 높아지며, 마침내 제 쓰임을 감당하는 칼로 완성된다. 이 과정은 단번에 이루어지지 않는다. 처음부터 완벽한 선과 균형을 가진 칼은 없다. 그리고 처음부터 능숙한 사람도 없다. 누구나 서툰 상태로 시작하고, 실수 속에서 배우며, 시행착오를 통과하면서 조금씩 나아진다. 성장이라는 것은 한 번의 성공으로 증명되는 결과가 아니라, 반복 속에서 축적되는 변화다. 청년의 시기는 바로 그 축적의 시간이다. 우리는 목표를 향해 나아가다가 예상치 못한 벽을 만난다. 준비한 만큼의 결과를 얻지 못할 때도 있고, 기대와 다른 평가를 받을 때도 있다. 그럴 때 마음은 복잡해지고 나에 대한 확신은 약
【 청년일보 】 손·발톱 무좀은 많은 분들이 겪고 있지만, 의외로 가볍게 여기기 쉬운 질환입니다. "보기 싫을 뿐, 아프지 않으니 괜찮다"는 생각으로 방치하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그러나 손·발톱 무좀은 단순한 미용상의 문제가 아니라, 명확한 치료가 필요한 감염성 질환입니다. 손·발톱 무좀은 피부사상균에 의해 발생하는 감염 질환으로, 시간이 지날수록 손톱이나 발톱이 두꺼워지고 색이 변하며 쉽게 부스러지는 특징을 보입니다. 초기에는 변색이나 작은 균열 정도로 시작하지만, 진행되면 발톱이 심하게 변형되어 신발 착용 시 통증을 유발하거나 2차 세균 감염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특히 발톱무좀은 발 피부 무좀과 함께 나타나는 경우가 많아, 적절히 치료하지 않으면 지속적인 재감염의 원인이 됩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점은 손·발톱 무좀이 전염성 질환이라는 사실입니다. 가족 간 수건, 슬리퍼, 욕실 매트 등을 함께 사용할 경우 감염이 확산될 수 있습니다. 공공시설의 샤워실이나 수영장, 헬스장 등에서도 감염 위험이 존재합니다. 따라서 개인 위생 관리와 함께 조기 치료가 필요합니다. 고령자나 당뇨병 환자, 면역력이 저하된 분들에게는 더욱 주의가 요구됩니다. 발톱이 두꺼워지고
【 청년일보 】 초고령사회로 접어들면서 재활치료의 대상은 단순한 기능 저하를 넘어, 인지저하와 복합 만성질환을 함께 가진 고령 환자로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이들에게 재활치료를 적용할 때 가장 중요한 기준은 '강도'나 '속도'가 아니라 안전성이다. 특히 유산소 운동은 심폐 기능과 뇌 건강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지만, 잘못 설계될 경우 낙상, 과부하, 불안 증가라는 역효과를 초래할 수 있다. 고령·인지저하 환자를 위한 유산소 재활은 일반 성인 운동 처방과 명확히 구분되어야 한다. 첫 번째 원칙은 낙상 위험을 최소화한 구조적 안전성이다. 서서 진행하는 보행 중심 운동은 인지저하 환자에게 방향 감각 혼란과 불안을 유발할 수 있다. 따라서 앉은 자세에서 안정적으로 수행 가능한 유산소 운동이 기본이 되어야 하며, 이는 치료 지속성과 참여도를 높이는 핵심 요소다. 두 번째는 예측 가능한 반복 운동이다. 인지저하 환자는 복잡한 지시나 잦은 환경 변화에 쉽게 혼란을 느낀다. 단순하고 동일한 패턴의 반복 운동은 불안을 줄이고, 몸의 기억을 통해 자연스럽게 참여를 유도한다. 이러한 반복적 유산소 자극은 뇌혈류를 안정적으로 증가시키고, 인지 기능 저하 속도를 늦추는 데 도움을
【 청년일보 】 이재명 대통령이 '설탕 부담금'에 대한 도입 필요성을 공개적으로 제기하면서 이른바 '설탕세'를 둘러싼 논의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국회에서도 가당 음료에 별도의 부담금을 부과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법안이 발의되며 제도 도입 논의에 다시 속도가 붙는 분위기다. 설탕세 논의는 당류 과잉 섭취가 비만과 당뇨병 등 각종 만성질환 위험을 높이는 만큼 세금 부과를 통해 소비를 줄이고 국민 건강을 개선하겠다는 취지다. 실제로 노르웨이, 프랑스, 영국, 멕시코 등 여러 국가가 이미 설탕세를 도입해 운영하고 있으며, 세계보건기구(WHO) 역시 각국 정부에 설탕세 도입을 권고한 바 있다. 국내에서도 가당 음료에 부담금을 부과하는 법안이 과거 발의된 적 있지만 실제 제도화로 이어지지는 못했다. 당시 발의된 개정안에는 당 함량에 따라 100ℓ당 최소 1천원에서 최대 2만8천원의 부담금을 부과하는 기준이 담겼다. 문제는 정책의 효과와 부작용을 둘러싼 논쟁이 여전히 진행형이라는 점이다. 식음료업계 일각에서는 설탕 부담금이 제조 단계에서 발생하는 비용으로 작용해 결국 제품 가격에 반영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특히 식음료업계은 이미 원가 상승과 소비 둔화 등으로
【 청년일보 】 대한민국은 치매 100만 명 시대를 눈앞에 두고 있다. 수명의 연장은 축복이지만, 돌봄의 책임이 특정 가족에게 과도하게 집중되는 구조라면 그 축복은 오래 지속되기 어렵다. 치매는 더 이상 개인의 질환이 아니다. 국가의 보건의료 체계와 복지 시스템, 지역사회 안전망의 역량을 동시에 시험하는 사회적 과제다. 이제 핵심 질문은 분명하다. 환자 수 증가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가 아니라, 가족의 돌봄 부담을 어떻게 구조적으로 덜어낼 것인가다. 현행 돌봄 체계는 제도적 기반을 갖추고 있음에도 여전히 ‘가족 책임 중심’이라는 관성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장기요양보험과 재가 서비스가 확대되었지만, 정보 접근의 장벽과 기관 간 연계 부족, 지역 간 격차는 여전하다. 무엇보다 돌봄을 수행하는 가족의 신체적 피로와 정서적 소진, 경제적 부담을 체계적으로 완화하는 장치는 충분하지 않다. 치매 환자 한 사람의 일상 뒤에 또 다른 한 사람의 삶이 서서히 무너지고 있다는 사실을 정책은 더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 해법은 조기 개입의 일상화에서 출발한다. 경도인지장애 단계부터 사례관리를 시작하고, 조기 진단과 맞춤형 관리, 지속적 모니터링을 하나의 흐름으로 연결해야
【 청년일보 】 당뇨발 환자와 마주하다 보면 반복해서 떠오르는 질문이 있다. 혈당은 안정적인데, 왜 발의 상처는 제자리에 머무르는가. 기록지 속 수치는 질서정연하지만, 피부는 전혀 다른 언어로 상태를 말하고 있다. 멈춰 선 육아조직, 얇아진 상처의 경계, 빛을 잃은 피부색. 이는 상처의 깊이 문제가 아니라, 피부가 지닌 회복의 질서 자체가 무너졌다는 신호다. 당뇨발은 단순한 외상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오랜 시간 지속된 고혈당 환경은 미세혈관을 손상시키고, 피부 세포로 향하던 산소와 영양의 흐름을 서서히 끊어놓는다. 혈당 수치가 정상 범위로 돌아왔다 해도, 이미 황폐해진 피부의 미세 환경은 쉽게 되살아나지 않는다. 세포는 분열할 힘을 잃고, 상처를 메우기 위해 작동해야 할 신호 체계는 침묵한다. 이 지점에서 ‘수치는 정상인데 조직은 죽어가는’ 모순이 시작된다. 치유의 본질은 덮는 데 있지 않다. 상처를 가린다고 해서 피부가 자라는 것은 아니다. 진정한 회복은 피부 깊은 층에서 세포 간 신호가 다시 연결되고, 새로운 혈관이 돋아나며, 콜라겐 기질이 재구성될 때 비로소 가능해진다. 피부가 스스로 회복을 시도할 수 있는 조건을 다시 만들어주는 것, 그것이 당뇨발 치
【 청년일보 】 한국거래소(KRX)가 주식 거래시간을 기존 6시간30분에서 최대 12시간으로 연장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하면서 시장 안팎의 논란이 거세다. 거래소 측은 글로벌 경쟁과 투자자 편의성을 이유로 들지만, 노동자와 업계, 개인투자자들의 반대가 만만치 않다. 준비가 충분하지 않은 상태에서의 독단적 결정이 과연 혁신이라 불릴 수 있을지 의문이다. 한국거래소는 프리마켓과 애프터마켓을 도입해 하루 거래 시간을 늘리고, 장기적으로는 24시간 거래 체계까지 구축하겠다는 청사진을 밝혔다. 거래소는 해외 주요 시장과의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고, 국내 투자자들이 실시간 정보를 반영한 거래를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특히 해외 주식 투자자가 늘어나는 상황에서, 국내 투자자들의 편의를 고려한 결정이라는 설명이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금융투자협회와 증권사들은 전산 시스템 구축과 인력 배치 문제를 지적하며 충분한 준비가 필요하다고 맞서고 있다. 연장된 거래시간 동안 시스템 장애가 발생할 경우 고객 피해는 물론 시장 전체에 미치는 영향도 크다는 우려다. 준비가 부족한 상태에서 속도만 앞세운 추진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무엇보다 노동자들의 반발이 강하다. 사무금
【 청년일보 】 피부에 만져지는 작은 혹은 대개 통증이 없고 천천히 자라기 때문에 대수롭지 않게 여겨지기 쉽습니다. 그러나 임상 현장에서 보면, 같은 '혹'이라 불려도 그 성격은 전혀 다릅니다. 지방종인지, 표피낭인지, 흔히 피지낭이라 부르는 병변인지에 따라 치료 원칙과 수술 방법, 재발 가능성까지 달라집니다. 진료실에서 표피낭을 단순한 피부 트러블로 여기고 스스로 짜보았다는 환자분들을 자주 만납니다. 그러나 표피낭은 구조를 가진 질환으로, 내용물만 제거해서는 근본적인 해결이 되지 않습니다. 특히 염증이 있는 상태에서 무리하게 압출하면 낭벽이 남아 재발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재발이 반복되면 염증이 만성화되고 흉터나 색소침착 같은 2차 손상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지방종은 피하 지방층에서 발생하는 양성 종양으로, 비교적 말랑하고 경계가 명확한 경우가 많습니다. 반면 표피낭은 각질과 피지 성분이 주머니 형태로 차오른 병변으로, 낭벽을 포함해 완전히 제거하지 않으면 다시 생길 가능성이 높습니다. 겉모습만으로는 유사해 보여도, 초음파 등 영상 진단과 촉진을 통한 정확한 감별이 중요한 이유는 바로 이러한 차이 때문입니다. 정확한 진단은 수술의 범위와 방법을 결정합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