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년일보 】최근 개방형 직위 공개채용에 나선 IBK기업은행(이하 기업은행)이 응시자들에게 서류전형 결과를 통보하면서 불합격한 지원자들의 실명과 이메일 등 개인 정보를 노출해 적잖은 논란이 일고 있다.
특히 일부 불합격자들은 본인들의 개인 정보가 노출되자, 기업은행의 채용을 중계한 인사혁신처에 항의하는 소동까지 빚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응시자들의 신상정보 노출 사건은 기업은행이 응시자들의 이메일로 서류전형 결과를 통보하는 과정에서 '개별발송' 설정을 빠트리면서 야기됐다는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이번 사건으로 인해 국책은행인 기업은행의 채용시스템 관리의 허술함에 대한 비난은 물론 일부 응시자들은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고 있으며, 이들의 개인정보가 노출된 만큼 향후 2차 피해까지 우려되는 등 향후 적잖은 파장이 예상된다.
22일 은행권 등에 따르면 기업은행은 지난달 28일부터 이달 12일까지 개방형 직위인 홍보 및 브랜드본부장을 선발하기 위한 공개 채용에 나섰다.
1급 본부장대우 직급의 2년 전문계약직으로, 홍보와 브랜드 전략 사회공헌업무 등을 총괄할 담당자를 채용하기 위해서다.
기업은행은 지난 12일까지 지원자 신청 접수를 마감하고, 약 일주일 간(주말 제외)의 서류심사를 마친 후 지난 21일 오후 늦게 문자와 이메일을 통해 응시자들에게 서류전형 결과를 통보했다.
문제는 응시자들에게 합격 및 불합격여부 등 서류전형 결과를 통보하는 과정에서 불합격자들의 실명과 이메일 등 개인 정보가 그대로 노출됐다는 점이다.
기업은행 공개채용에 응시한 A씨는 “인쿠르트 등 취업사이트에 채용의뢰를 하고 있었는데 인사혁신처의 담당자로부터 기업은행 개방형 직위 채용에 지원을 해보라는 권고를 받았다”면서 “기업은행이 국책은행인 만큼 인사혁신처가 채용을 중계를 했기에 신뢰를 할 수 있었고, 이에 지원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 21일 오후 문자와 이메일을 통해 서류전형 심사결과를 통보받았는데 불합격 통보였다”면서 “불합격 통보를 받았다는 것 보다는 불합격한 응시자들의 이름과 이메일 등 개인 정보가 그대로 노출됐다는 점이 충격적이었다”고 덧붙였다.
A씨는 채용분야 및 자격요건이 홍보 및 브랜드 마케팅, 사회공헌 등을 담당할 경력직이었고, 노출된 불합격자들의 이름과 이메일을 확인했을때 응시자들이 누군지를 알수 있었다고 지적했다.
A씨는 “이번 기업은행의 개방형 직위 공개채용 서류심사에서 불합격 통보를 받은 응시자들의 수는 22명이다”면서 “채용인원이 1명이고, 5배수로 서류전형 합격자를 추려낸다는 점에서 총 응시자 수는 27명이었다고 추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채용분야 및 지원자격이 홍보 및 브랜드마케팅 분야이고, 15년 이상 경력자라는 점에서 응시자들의 범위가 좁을 수 밖에 없었고, 불합격자들 중에는 지인들도 적지않았다”고도 했다.
불합격자들은 정부부처부터 언론 출신 홍보 및 유통업체 홍보팀장 그리고 금융회사 홍보담당 경력 보유자 등 다양했다.
특히 이들 불합격자들 중에는 현재 재직 중인 자들도 적지 않다는 점에서 향후 응시한 사실이 알려질 경우 곤욕을 치룰 수 있는 등 2차 피해의 우려마저 제기 되고 있다.
A씨는 “이번 개인정보 노출 사건은 기업은행 인사부 직원의 이메일 발송 실수로 빚어진 것으로 보인다"면서 “보안에 철저해야 할 국책은행이 채용 및 개인정보 관리를 이처럼 허술하게 운영할 줄은 몰랐다"고 꼬집었다.
이어 “특히 불합격자들 중 현재 재직 중인 사람들도 있는데, 이직하기 위해 응시한 사실이 알려질 경우 회사내에서 상당히 곤혹스럽게 될 것”이라며 “이번 사태에 대해 윤종원 행장 등 기업은행 본사 차원의 사과가 반드시 있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법조계 일각에서는 입사 지원자들에 대한 개인정보 유출에 따른 피해보상 요구 등 법적 조치도 가능하다는 시각이다.
법조계 한 관계자는 “개인정보분쟁조정위에 재발방지 및 손해배상 등에 대한 조정 의뢰를 고려해 볼 수 있을 것”이라며 “재산적 손해가 있다면 배상청구가 가능하고, 정신적 피해를 이유로 소정의 위자료 청구도 검토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 청년일보=김양규 / 강정욱 / 김서정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