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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먹통사고'로 역량 부족 드러낸 KT… 남은 숙제는 '사태수습' 능력

 

【 청년일보 】 지난 25일 낮. KT의 통신망 이용자들은 대혼란을 겪어야 했다. 통신 장애가 발생하면서 인터넷을 비롯해 스마트폰, 유무선전화 등의 사용이 모두 중단됐기 때문이다.

 

가뜩이나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비대면 생활에 의존하는 부분이 많아진 상황에서 이번 KT의 통신망 장애는 여느 때보다 큰 혼란을 야기한 듯하다.

 

KT망을 이용하는 학교나 기관 등에서는 온라인 수업과 시험 등에 차질을 빚었다. 일반 기업의 경우에는 인터넷을 통한 업무 진행 자체가 불가능했다. 스마트폰을 통한 연락도 되지 않아 1시간 넘게 상황 파악 및 전달이 되지 않는 등 크고 작은 불편도 야기됐다.

 

음식점 등에서는 카드 결제와 키오스크 이용이 불가능했고 KT망을 이용하는 공공 와이파이 역시 정지됐다. 금융 거래에 차질이 발생하거나, 택시비 결제가 되지 않는 등의 피해가 속출했다. KT망을 이용하는 KT텔레캅도 먹통이 되면서 사무실 출입이 막혀버린 일도 생겼다.

 

지난 8월 기준 유선통신서비스 통계 현황에 따르면 KT의 초고속 인터넷을 이용하는 회선 수는 940만 6416회선이다. 이는 전체 2277만 5734회선의 41.3%에 달한다. 주요 공공기관에서 이용하는 인터넷 전용선 역시 대부분 KT가 맡아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처럼 많은 사람이 KT망을 이용하고 있어 사고로 인한 파장은 더욱 컸다.

 

통신 장애 사고가 발생한 지 하루가 지났지만, 여전히 인터넷 이용에 불편함을 호소하는 글이 각종 커뮤니티에 도배되는 등 이로 인한 여파가 지속되고 있는 분위기다.

 

이 같은 사태를 야기한 KT의 안일한 대처도 도마 위에 올랐다. KT는 이번 통신 장애의 원인을 처음에는 대규모 '디도스(DDoS) 공격'으로 발표했다. 이후 '네트워크 경로설정(라우팅) 오류'로 번복했다. 정확히는 서비스 고도화를 위한 최신 설비 교체작업 중 발생한 라우팅 오류가 실제 원인이었다.

 

디도스 공격은 서버가 처리할 수 있는 용량을 초과하는 정보를 한꺼번에 보내 과부하를 일으켜 서버를 다운시키는 공격 방식이다. 반면, 라우팅은 트래픽이 과부하될 경우 다른 경로로 설정하는 작업이다. 즉 통신업계에서 정례적으로 진행하는 일이다.

 

업계 일각에서는 사람들이 한참 일하는 시간인 오전 11시 20분경에 라우팅 오류가 발생한 것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네트워크 전반에 미칠 수 있는 작업은 트래픽이 적은 새벽에 진행한다는 게 중론이다.

 

SK브로드밴드의 경우 네트워크 작업을 진행할 경우 새벽 1시에서 5시 사이에 실시한다. 이용자에게 이 같은 내용을 사전 안내하는 건 당연하다.

 

공교롭게도 통신 장애 사고 직전 구현모 KT 대표이사는 신규 인공지능(AI) 사업 전략을 발표했다. 그는 연간 3조 원 규모로 성장이 전망되는 국내 컨택센터(AICC)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관련 서비스를 강화해 나가겠다는 전략을 내놓았다.

 

그런데 발표가 끝난 후 채 20분도 지나지 않아 통신 장애 사고가 발생하면서 체면을 구겼다. 비난도 이어졌다. 일례로, KT가 가장 기본적이고도 중요 업무인 통신망 관리를 소홀히 하고, 수익성만 높이기 위해 '탈(脫)통신'에만 매진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구 대표는 사고가 난 다음날 공식 사과문을 게재했다. 구 대표는 "심층적인 점검과 함께 프로세스를 보완하고, 아울러 이번 사고를 유무선 네트워크 통신망 전반을 면밀히 살피는 계기로 삼겠다"면서 "조속하게 보상방안 또한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번 사고로 혼란을 겪은 이용자들은 KT의 통신 서비스에 대한 불신을 감추지 못하고 있는 듯하다. KT가 피해에 따른 보상을 한다고는 했으나, 이 역시 어느 수준에서 처리될 지도 관심거리다. 자칫 납득 불가한 보상안일 경우 되레 이용자의 공분은 더욱 증폭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불과 3년 전, KT는 한 지역의 통신 관련 서비스가 완전히 무너진 '아현지사 화재 사고'라는 최악의 사고를 경험한 바 있다. 지난 4월에는 유튜버 잇섭의 폭로로 촉발된 '10기가 인터넷 서비스 속도 논란'으로 물의를 빚기도 했다.

 

연이은 악재 속에서 KT를 비판하는 목소리는 한결같아 보인다. 통신사로서 '본업'에 충실하라는 주장이다. 'ABC(AI, 빅데이터, 클라우드)'라는 탈통신 분야 육성에만 매달리면서 정작 중요한 본업을 소홀히 하고 있다는 뼈를 때리는(?) 지적이 아닐 수 없다. 사고 재발과 미흡한 대처 등은 마치 '데자뷰'를 겪는 듯하다.

 

구 대표가 사과문에서 언급했듯이 이번 사태를 계기로 KT는 통신망 전반을 살피는 건 당연하다. 아울러 현재 통신서비스 제공에 있어 또 다른 문제나 발생 가능성 여부에 대해 다시 한번 점검해야 한다.

 

3년 전 큰 사고를 겪었음에도 KT는 같은 실수를 반복했다. 소를 몇 마리나 잃어야 외양간을 고칠 셈인가. 특히 코로나19로 인해 통신망 의존도가 더 커진 현재 KT는 대비태세를 갖추고 있어야 한다. 더욱이 인재로 인한 사고는 '제로'에 가까울 정도로 긴장해야 한다. 이 같은 문제는 KT뿐 아니라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 등 통신업계 전체에 주어진 책무이기도 하다.

 

요컨대 수익 창출을 지향하는 것은 영리 목적인 기업의 숙명이란 점을 부정하지 않는다. 다만 본업을 제대로 이행하지 못하면서 신규 수익 시장 창출에 매달리는 건 종국적으로는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남은 숙제는 사태 수습이다. 이미 벌어진 사고는 어쩔 수 없겠지만 사태 수습을 얼마나 슬기롭게 대처하는지도 KT의 또 다른 역량일 것이다. 우리나라 대표 통신사인 KT가 이번 사고를 계기로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길 기대해 본다. 

 

【 청년일보=박준영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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