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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책임의식 없는 신뢰경영은 없다"...윤종원 기업은행장의 '언행불일치'

 

【 청년일보 】 "단기 실적에 집착해 신뢰를 잃어선 안 된다. 고객 입장에서 불리한 제도는 과감히 개선하고 금융상품 판매 위험 관리에 있어서 고객이 가장 우선돼야 한다"

 

지난해 초 취임사에서 정도 경영을 통해 고객이 신뢰하는 은행을 만들겠다던 윤종원 행장이 했던 말이다. 하지만 취임 2년을 앞두고 그의 말이 가볍게 느껴지는 이유가 뭘까. 최근 디스커버리펀드 사태가 발생한지 600일이 넘었음에도 피해 보상을 두고 윤 행장의 행보는 그의 취임사를 무색하게 할 정도다.

 

윤 행장은 행정고시 27기로 공직에 입문해 기획재정부 경제정책국장, 청와대 경제금융비서관, 국제통화기금(IMF) 상임이사,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대사 등 요직을 거쳤다. 문재인 정부의 두 번째 청와대 경제수석 출신이다.

 

그는 기업은행장의 취임 전부터 ‘청와대 낙하산’ 논란이 일면서 노조의 출근저지 농성에 막혀 선임된지 27일 만에야 첫 출근이 가능했다. 이 처럼 우여곡절 끝에 어렵게 행장에 취임한 그는 기업은행을 고객이 신뢰하는 은행으로 삼겠다며 강한 의지를 피력했다.

 

이후 윤 행장의 고객우선 경영이 실험대에 오르는 사건이 발생했다. 금융권을 강타한 사모펀드 사태가 대표적인 예다. 기업은행도 자유롭지 못한 상황에 직면했다. 사태 이후 금융당국은 은행권에도 불완전 판매에 대한 책임을 물었고, 금융회사들은 강하게 반발하는 등 사태 초기 논란이 거듭되면서 일부는 완전 책임을, 일부는 법적 공방으로 이어지는 등 후유증은 지금까지도 현재진행형이다.

 

펀드사태 논란이 커지자 기업은행도 지난해 6월 윤종원 행장이 디스커버리 피해자들과 만남을 수락하면서 새국면을 예고했다. 펀드 피해자들을 비롯해 금융권 안팎에서는 피해자들과의 소통 행보에 디스커버리 펀드 사태가 급진전을 보게 될 것이란 전망도 나왔다.

 

그러나 단 한 차례의 피해자 면담을 끝으로 1년 5개월이 넘도록 피해자들을 외면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방역수칙에 눌려있던 피해자들은 위드코로나 시행을 계기로 다시 기업은행 본사를 방문, 사태 해결을 다시 촉구하고 나섰다.

 

기업은행은 피해자들의 원성에 지난 17일 첫 만남을 갖게 되면서 무려 7개월 만에 피해자들과 재면담이 이뤄졌다. 하지만 사태 해결의 키를 쥐고 있는 윤종원 행장은 이날 자리에 나타나지 않았다.

 

대신 면담에는 김성태 전무(디스커버리펀드 TF단장·수석부행장)와 임찬희 부행장(개인고객그룹장)이 참석했다. 진전은 없었다. 김 전무는 이날 "윤 행장을 만나도 똑같다"라고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행장을 만나도 해결방법이 없다"는 이 같은 발언은 피해자들을 대놓고 무시한 처사란 지적이 나온다.

 

디스커버리 2개의 펀드(US핀테크글로벌채권·US부동산선순위채권)에서 750억원이 넘는 금액이 환매 지연이 됐다.

 

금감원은 지난 5월 디스커버리펀드 투자 피해자 2명에 대해 각각 64%, 60%를 배상하라는 조정안을 내놨다. 또 나머지 피해자들에게는 투자원금의 최소 40%에서 최대 80% 내에서 보상하라는 배상 기준을 제시했다.

 

기업은행은 금융감독원의 분쟁조정안을 토대로 배상을 진행한다는 입장이지만, 피해자들은 이를 거부, 100% 보상안을 요구하면서 갈등의 골이 깊어지는 모양새다.

 

기업은행은 "법률적 환경이 변화된게 없다"면서 환경이 변하지 않으면 이사회를 설득 할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즉 ‘은행장도 할 수 있는 것이 없다’는 입장이다. 

 

아주 틀린 말은 아닐 것이다. 실제로 기업은행은 기획재정부가 지분 59.2%를 가진 최대주주로, 국책은행이다. 즉 정부의 입김이 어느 은행보다 강한 은행이다. 때문에 일각에선 윤 행장이 펀드 피해보상에 대해 단독 결정이 쉽지 않을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그러나 피해자들은 "사모펀드 사태는 여타 연관된 금융회사들도 금융당국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며 "이 같은 문제는 다른 시중은행도 마찬가지로, 결국 (윤종원 행장) 자신의 임기 내에 처리하기 부담스럽기 때문"이라고 힐난했다.

 

더구나 기업은행이 펀드 피해자들을 대하는 모습은 더욱 실망감을 안기고 있다. 

 

실제로 지난주 11일 서울 을지로 기업은행 본점 로비에서 진행된 디스커버리펀드 피해자 농성 현장에서 "우리도 한때는 기업은행의 VIP 고객이었다"면서 "어떻게 우리를 이렇게 막대할 수 있습니까"라고 절규했다.

 

그러나 기업은행의 저녁 6시가 되자 이들이 농성 중인 본점 로비의 불을 모두 소등했다. 내부규정 상 소등 시간을 준수한 것이라고는 하나, 펀드 피해자들이 해산하지 않은 상황에서 일방적으로 내쫒듯이 한 행태는 무책임한 대응이 아닐 수 없다.

 

약 1시간이 지났음에도 펀드피해자들이 해산하지 않자, 임찬희 부행장이 모습을 드러냈다. 로비의 불은 다시 켜졌다. 이날은 기업은행의 '2021년 기업인 명예의 전당 헌액자 선정' 행사가 열리는 전날로, 막바지 준비가 한창이기도 했다.

 

현재 펀드 피해자들은 윤종원 행장과의 직접 대화를 요구하고 있다.

 

피해자들은 윤 행장에 서면으로 질의서와 요구 사항을 마련해 제출하기로 했고, 윤 행장이 직접 대답해 줄 것으로 요구 중이다. 그러나 기업은행은 윤 행장의 적접 설명이 어려울 경우 김 전무가 대신 설명한다는 단서를 달았다. 결국 윤 행장이 직접 나설 가능성은 없는 셈이다.

 

배상이나 책임 여부를 차치하더라도 한 은행의 최고경영자로서 한때 고객이자, 지금은 펀드 피해자들을 이처럼 철저히 외면하는 행태는 바람직해 보이지는 않아 보인다.

 

"바른 경영을 통해 고객이 신뢰하는 은행을 만들겠다"던 그의 취임 당시 공언이 무색해지는 이유다.  고객 신뢰를 높이기 위해서는 최고경영자는 어떤 위기상황에서도 회피와 외면이 아닌 최소한의 책임의식을 갖고 대해야 한다는 것은 이론의 여지가 없기 때문이다. 

 

대고객 신뢰를 높이겠다면서 정작 피해 고객들을 지금까지 외면으로 일관하는 윤 행장의 '언행불일치' 행보가 빈축을 사는 이유이기도 할 것이다.

 

【 청년일보=이나라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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