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발언대] 반복되는 노동자 사망…안전 시스템은 왜 작동하지 않는가

등록 2025.09.13 11:00:01 수정 2025.09.13 11:59:48
청년서포터즈 8기 박하윤 sksmsgkyun@naver.com

 

【 청년일보 】 2022년 10월, 20대 노동자가 배합기에 끼여 사망했다. 현장 수습 없이 분리막만 설치한 채 '정상화'를 강행했던 이 사건 이후, 불과 1년도 채 되지 않아 2023년 8월 50대 노동자가 반죽 기계에 끼여 사망했다. 그리고 2025년 5월, 또 다시 50대 노동자가 기계에 끼여 목숨을 잃었다. 이 모든 사건은 SPC에서 발생한 사망 사고로, 안전보다 이윤을 우선하는 기업의 민낯을 드러낸다.

 

위의 사고들은 예기치 못한 돌발 상황이 아니라, 이미 반복적으로 경고되어 왔던 위험에 대한 기업의 무시로 발생한 것이다. 사고가 발생한 배합기는 그 이전부터 노동자들 사이에서 위험성이 여러 차례 제기됐다. 그러나 기업은 근본적인 개선보다는 기계 가동률과 생산성을 우선했고, 결국 누군가의 죽음이라는 결과로 이어졌다. 이 사고는 SPC가 노동자의 안전보다 비용과 납기를 먼저 고려했다는 점에서 단순한 과실을 넘어선 구조적인 방임의 결과로 볼 수 있다.

 

SPC의 반복적인 사망 사고는 단순한 안전사고의 범주를 넘어, 기업 구조 전반에 내재한 안전 경시 문화와 관리 체계의 부재를 고스란히 보여준다. 현장 노동자들은 작업 중 기계를 멈추는 것조차 쉽게 허락받지 못하며, 생산성이라는 이름 아래 위험한 작업 환경에 그대로 노출되어 왔다.

 

2022년 평택 SPL 공장에서 벌어진 사망 사고 이후, SPC는 안전 강화 대책을 내놓았다고 주장했지만, 2023년 성남 샤니 공장에서 또다시 유사한 사망 사고가 발생했다는 사실은 대책의 실효성에 큰 의문을 던진다. 특히 해당 사고에서는 2인 1조로 진행되어야 할 작업에서 기계가 멈추지 않은 채 이루어졌고, 동료의 과실에 전적으로 책임을 전가하려는 시도가 논란이 됐다. 이는 기업이 구조적 문제를 개인의 실수로 축소하는 태도를 여전히 버리지 못했음을 의미한다.

 

2025년 SPC삼립 시화공장에서 발생한 세 번째 사망 사고는 그 무책임의 절정을 보여준다. 컨베이어 벨트에 윤활유를 바르던 노동자가 기계에 끼여 사망했음에도, SPC는 사고 후 기자회견이나 공식 해명조차 지연했다. 뿐만 아니라, 사고 현장에서 사용된 윤활유에서 유해 물질이 검출되며 식품 제조 현장의 안전과 위생 관리에 대한 신뢰마저 무너졌다.

 

더욱 심각한 것은 이러한 사고들이 모두 비정규직 노동자에게 집중되고 있다는 점이다. 구조적으로 열악한 위치에 놓인 이들은 안전 교육조차 충분히 받지 못한 채 위험한 작업을 떠맡고 있으며, 사고 발생 시 법적 보호나 적절한 보상도 받기 어려운 환경에 처해 있다. 이는 단순히 SPC 한 기업만의 문제가 아니라, 한국 노동 현장이 여전히 하청과 외주, 간접 고용을 통해 위험을 전가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지난 7월 25일, 이재명 대통령의 현장 방문과 함께 SPC는 10월 1일부터 8시간을 초과하는 야간 근무를 폐지하겠다고 발표했지만, 이는 외부의 압력이 만든 일시적 조치일 뿐이다. 기업의 무책임한 태도는 결국 소비자와 사회의 침묵을 발판 삼아 형성되므로, 사회의 감시가 느슨해지는 순간 기업은 언제든 다시 원래의 모습으로 되돌아갈 수 있다. 따라서 우리는 노동자의 비극적인 사망 사고를 줄이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동자의 인권에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 청년서포터즈 8기 박하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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