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년일보 】 2025년 10월 고용동향에서 건설업의 심각한 '고용 한파'가 18개월 연속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2만개가 넘는 일자리가 사라진 가운데, 일감이 줄어들며 종사자들의 주당 평균 근로시간마저 크게 감소해 고용의 양과 질이 동시에 무너지는 '이중고' 현상이 뚜렷해졌다.
국가데이터처(통계청)가 지난 12일 발표한 '2025년 10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건설업 취업자 수는 193만7천명으로, 206만1천명이던 전년 동월 대비 12만3천명(-6.0%)이나 급감했다.
문제는 이 감소세가 1년 반 동안 단 한 번의 반등도 없이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건설업 취업자는 2024년 5월(-4만7천명)을 시작으로 18개월 연속 전년 동월 대비 감소세를 기록 중이다.
업계는 이같은 현상이 단기적인 충격이 아닌, 부동산 PF 부실과 원자재값 상승, 수주 절벽 등이 복합된 구조적 침체 국면에 진입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번 고용 지표는 현장을 떠난 사람뿐만 아니라, 일자리를 유지한 근로자들에게도 고통을 전가하고 있다.
10월 건설업의 주당 평균 취업시간은 38.2시간으로, 전년 동월(39.7시간) 대비 1.5시간이나 줄었다.
이는 전체 산업군 중에서도 가장 큰 폭의 감소세로, 근로 시간이 줄어든다는 것은 임금 감소를 의미한다.
신규 프로젝트가 급감하고 기존 공사마저 중단되면서, 현장 근로자들은 일자리를 유지하더라도 이전만큼의 소득을 올리지 못하는 '고용 불완전성'에 내몰리고 있다.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올해는 준공이 많았기도 했지만, 전국적으로 현장 자체가 많이 줄어들었다"라며 "경기 침체로 인해 현장이 줄었으니 당연히 인력도 줄어들 수밖에 없다. 지방이나 중소 건설사들은 더 심각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같은 건설업의 위기는 고용 시장의 가장 약한 고리인 '일용근로자' 시장의 붕괴와 정확히 맞물려 진행되고 있다.
10월 전체 일용근로자 수는 전년 동월 대비 5만5천명 감소했다.
주목할 점은 이 감소율(-6.0%)이 건설업 취업자 감소율(-6.0%)과 소수점 첫째 자리까지 동일하다는 것으로 12만3천명의 건설업 일자리 감소가 현장의 일용직 시장 붕괴와 동시 다발적으로 발생했음을 보여준다.
이러한 통계적 위기에 더해, 실제 현장에서는 당장의 '일감난'과 구조적인 '인력난'이 동시에 닥친 최악의 상황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건축시공기능장협회 김용학 회장은 "(건설) 현장 자체가 24년에 비하면 40% 정도 줄어든 것 같다"라며 "청년층 자체도 우리 현장에서는 20%도 안 돼서 대부분이 50대 이상이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이어 "인재를 키우고 싶어도 사람이 없다. 건설 관련 자격증을 땄더라도 (청년들이)현장에 안 들어온다"라고 밝혔다.
또 다른 문제는 건설업의 추락이 '나 홀로'가 아니라는 점이다.
10월 고용 시장은 특정 산업만 무너지는 '선별적 혹한기' 현상을 뚜렷하게 보여줬다.
산업별로는 건설업(-12만3천명)뿐만 아니라 농림어업(-12만4천명), 제조업(-5만1천명)까지, 1·2차 산업 전반에서 대규모 일자리가 동시에 증발했다.
반면, 같은 시기 보건업 및 사회복지서비스업(28만명), 예술·스포츠 및 여가관련서비스업(7만명), 도매 및 소매업(4만6천명) 등 서비스업은 성장을 이어가며 격차를 벌렸다.
결국 10월 고용동향은 전체 취업자 수(19만3천명 증가) 라는 숫자 뒤에, 서비스업 기반의 사무직·전문직은 팽창하고 건설·제조업 기반의 현장직·일용직은 무너지는 '고용 시장 양극화' 현상이 고착화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전문가들은 건설업에서 시작된 고용 충격이 제조업 등 유사 산업으로 확산하고, 이들 산업의 침체가 다시 내수 부진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의 고리가 형성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이은형 연구위원은 "건설업 취업자 수는 건설경기와 밀접하게 연동되는 지표다. 최근의 경기 침체가 취업자 수 감소로 이어지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말했다.
이어 "다만, 건설업은 타 산업과의 연관성이 크다. AI, 반도체 공장 증설이나 K-컬처 관련 인프라 구축 등 신성장 동력이 경기를 이끌어준다면, 건설업 역시 반등할 수 있으며 취업자 수도 다시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 청년일보=김재두 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