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년일보 】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과 오세훈 서울시장이 최근 비공개 만찬 회동을 가진 사실이 확인되면서, 서울 부동산 시장의 뇌관인 '토지거래허가구역(토허제)' 해제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국토부는 즉각 해명자료를 내고 논의 사실을 부인했으나, 시장에서는 대통령실과 서울시장의 최근 발언을 근거로 연말연시 규제 완화 가능성에 무게를 싣고 있다.
여기에 최근 제기된 정부의 규제지역 지정 관련 행정소송 판결이 내달 15일로 예정돼 있어, 이 시점이 규제 해제의 분수령이 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3일 정치권에 따르면 김 장관과 오 시장은 지난 1일 서울 모처에서 배석자 없이 만찬을 가졌다. 지난달 13일 첫 회동 이후 약 보름 만이다.
이 자리에서 토허제 해제 시점이 조율됐을 것이라는 보도가 나오자 정부는 즉각 진화에 나섰다.
국토교통부는 3일 즉시 해명자료를 통해 서울시와의 만남이 도심 주택공급 확대를 위한 협력 강화 차원이었음을 강조하며 "다만,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에 대해서는 논의한 바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이어 "서울 일부 지역의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 시점 등을 조율했다는 언론 보도 내용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공식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이러한 공식 부인에도 불구하고 시장의 의구심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특히 이번 회동은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의 규제 완화 시사 발언 직후 이뤄졌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최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토허제를)길게 끌고 갈 수 없고, 임시 조치"라고 규정하며 "대전제는 탄탄한 공급대책을 약속대로 마련하고, 시장이 차분해지면 리뷰해 종합적으로 (해제를) 검토할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오세훈 시장 역시 지난 한 달간 토허제 해제 필요성을 꾸준히 강조해왔다.
오 시장은 지난달 20일 서울시의회에서 "집값이 일단 단기적이지만 잡힌 것으로 나오지 않느냐. 토허제 해제를 고려할 시점"이라고 밝혔으며, 같은 달 27일 국회에서도 "토허제를 해제할 수 있는 적절한 타이밍을 찾아보자는 입장을 국토부와 공유"하고 있다고 발언했다.
여기에 최근 정치권에서 제기된 규제지역 지정 관련 법적 공방도 토허제 해제 논의에 불을 지피고 있다.
천하람 개혁신당 원내대표는 지난달 11일 정부가 서울 전체와 경기 12개 시구를 규제지역으로 지정한 '10·15 부동산 대책'에 대해 행정 소송을 제기하고 효력 정지신청을 냈다고 밝혔다.
천 원내대표는 정부가 10월 대책을 발표하면서 '6~8월 통계'만 사용하고, 집값이 안정세에 접어든 9월 통계를 의도적으로 배제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9월 통계를 썼다면 서울 중랑·강북·도봉·금천구와 경기 의왕, 성남 중원구, 수원 장안·팔달구 등 8곳이 규제지역에 포함되지 않았을 것"이라는 취지의 주장을 펼치고 있다.
구체적인 해제 시나리오도 시장 안팎에서 거론된다.
강남 3구와 소위 '마용성광(마포·용산·성동·광진)'을 포함해 동작·강동·영등포·양천구 등 핵심지인 '한강벨트' 지역은 규제를 유지해 투기 수요를 차단할 것으로 보인다.
반면 상대적으로 집값 상승폭이 덜한 지역은 대거 규제가 풀릴 전망이다.
기존에 거론되던 '노도강(노원·도봉·강북)'과 '금관구(금천·관악·구로)'에 더해 중랑·성북·은평·강서구 등 서울 외곽 지역과 중구·종로·동대문·서대문구 등 강북 도심권이 해제 대상에 포함될 것이라는 관측이 유력하게 제기되고 있다.
규제 해제 가능성이 거론되는 현장의 기대감도 감지된다.
노원구의 한 공인중개사는 "(해제가 된다면) 당연히 훨씬 좋다. 절차만 줄어들어도 우리 입장에서는 너무 좋은 일"이라고 반겼다.
이어 "10·15 대책 이전에도 매물이 그렇게 많지는 않았는데, 지금은 매물이 거의 없는 상태"라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외곽 지역의 규제 해제가 당장 집값 폭등으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으로 보면서도, 심리적인 영향은 경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서울 외곽 지역은 애초에 가격이 급등했던 곳이 아닌 데다 기존 대출 규제도 작동하고 있어, 규제를 해제한다고 해서 다시 폭등할 가능성은 낮다"고 진단했다.
다만 이 연구위원은 "규제를 가했다가 다시 푸는 시그널을 주면 '서울 집값은 결국 떨어지지 않는다'는 시장 심리가 더욱 확고해질 수 있고, 이에 따른 매수 수요 증가는 일정 부분 발생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부동산 민심을 다독여야 하는 정부와 서울시의 이해관계에 1월 15일로 예정된 행정소송 판결까지 맞물려 있다.
이르면 연말이나 늦어도 내년 1월 판결 직후에는 가시적인 규제 완화 조치가 나올 것이라는 전망에 힘이 실리는 이유다.
【 청년일보=김재두 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