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년일보 】 롯데물산이 지난달 31일 서울 영등포구 양평동 롯데칠성음료 부지를 2천804억5천630만원에 매입한다고 공시하며 부동산 개발 사업 복귀를 선언했다.
롯데물산은 이번 매입이 롯데월드타워 완공 이후 중단됐던 개발 기능을 되살려 부동산 전문 기업으로 도약한다는 방침이나, 회사가 보유한 현금이 매입 대금에 못 미치는 상황이라는 점에서 무리한 계열사 우회 지원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8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롯데물산이 매입한 부지는 서울 영등포구 양평동 5가 119번지 외 17필지 일원으로 총 2만1천217㎡ 규모다. 해당 부지는 롯데칠성음료가 지난 1965년 매입한 이후 약 60년간 물류센터와 차량 정비 기지로 활용해온 곳이다.
롯데물산은 이번 매입 목적을 부동산 개발로 명시하고 고부가가치 자산 발굴을 위한 전략적 투자라고 설명하고 있다. 지하철 9호선 선유도역 인근 역세권이자 여의도 업무지구와 인접한 입지적 장점을 활용해 복합 주거 시설을 건립한다는 방침이다.
장재훈 롯데물산 대표는 시그니엘 레지던스의 성공 사례를 바탕으로 안정적 수익 구조를 구축하겠다는 의지도 내비쳤다.
장 대표는 "안정적인 수익 구조를 기반으로 고부가가치 부동산 발굴과 투자를 확대해 나갈 것"이라며 "매입 부지에 대한 최적 개발안을 검토 중이며, 지역사회와 인허가 당국 등 이해관계자와 상생할 수 있도록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롯데물산의 2025년 말 기준 보유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2천224억원 규모로, 공시된 부지 매입 대금인 2천805억원보다 약 581억원이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미 롯데건설과 롯데케미칼 지원에 수 조 원을 투입한 상황에서 또다시 차입을 통해 계열사 자산을 사들이는 모양새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또한 롯데물산의 총차입금은 2조5천811억원으로, 이중 1년 안에 상환해야 할 빚을 의미하는 유동부채만 1조1천886억원 규모다. 특히 장기차입금 중 상환일이 1년 안에 도래하는 유동부채 규모만 8천943억원에 달한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이미 계열사 지원으로 현금 유출이 상당한 상황에서 단기 상환 압력이 높은 부채를 안고 대규모 투자를 강행하는 것은 리스크가 있다"라며 "유동자산 대비 유동부채 비중이 과도하게 높으면 향후 신용도나 자금 조달 금리 설정에서 불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라고 밝혔다.
롯데물산은 그동안 롯데그룹 위기 때마다 구원투수로 등판했다. 롯데건설 지원을 위해 설립된 '프로젝트샬롯'에 2천억원을 이자율 8.54%로 대여했고, 롯데건설 영구채 유동화를 위해 1천500억원 규모의 자금보충약정도 제공하고 있다.
지원 대상은 건설에 국한되지 않는다. 롯데케미칼이 발행한 회사채의 은행 지급보증을 위해 랜드마크 자산인 롯데월드타워와 몰을 통째로 담보로 제공했다. 담보 한도액은 1조6천447억원에 달하며 담보 기간은 롯데케미칼의 채무 상환이 완료될 때까지 이어진다.
이번 거래는 2023년 7월 롯데홈쇼핑의 양평동 사옥 매입 때와 판박이라는 시각도 있다.
당시 롯데홈쇼핑은 롯데지주·롯데웰푸드로부터 사옥을 2천39억원에 매입했으나, 2대 주주인 태광산업은 유동성 위기에 빠진 그룹을 돕기 위한 고가 매입이라며 공정위에 신고했다. 공정위는 이후 현장조사를 거쳐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이번 부지 거래 역시 가격 적정성 논란이 불거졌다. 롯데물산이 지불한 평당 단가는 약 4천370만원으로 추산된다. 이는 2025년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기준 인근 평당 시세인 3천200만원~3천700만원을 크게 상회한다. 인근 당산동 상급지 아파트 실거래가인 약 4천400만원 수준으로 미개발 부지를 사들인 셈이다.
해당 부지는 2021년 롯데건설이 청년임대주택 1천400여 가구를 건립하려다 주민들의 강력한 반대로 사업이 중단된 전례가 있다. 부동산 경기 침체와 공사비 상승 속에 높은 토지 매입가를 감당할 만한 수익성을 확보할 수 있을지도 불투명하다.
롯데물산 측은 이번 거래가 계열사 지원이 아닌 수익 창출을 위한 전략적 투자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롯데물산 관계자는 "매입 대금 2천805억원을 한 번에 납부하는 상황이 아니기에 자금이 부족하지 않으며 현금 창출 능력도 뛰어난 상황"이라며 "상각전영업이익(EBITDA)이 2천312억원으로 현금 창출 능력이 매우 안정적이기에 유동비율 및 재무 지표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하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양평동 부지는 개발 가치가 높은 금싸라기 땅으로 수익 창출을 위한 부지 매입일 뿐 계열사 지원 목적은 없다"라며 "만약 그룹 유동성 확보 창구가 목적이었다면 롯데칠성음료 측에서 계열사가 아닌 외부에 매각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매도자인 롯데칠성음료는 이번 매각을 통해 부채비율을 낮추고 차입금을 8천억원 수준으로 줄일 방침이다. 그러나 이는 그룹 내 자금 돌려막기를 통해 특정 계열사의 재무 지표만 개선할 뿐 그룹 전체의 현금 유출과 리스크 전이를 심화시킨다는 우려가 나온다.
투자은행(IB)업계 관계자는 "(롯데)그룹이 50조원 규모의 자산을 팔아 현금을 만드는 승부수가 재무 상태를 개선할 기회가 될지, 아니면 우량한 계열사들까지 함께 흔들리게 할지 지켜보고 있다"라며 "보유한 현금보다 더 많은 돈을 써야 하는 투자 방식과 현재의 불안한 재무 수치는 투자자들의 신뢰를 얻는 데 큰 부담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 청년일보=김재두 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