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7 (토)

  • 흐림동두천 1.0℃
  • 흐림강릉 1.3℃
  • 서울 3.2℃
  • 대전 3.3℃
  • 대구 6.8℃
  • 울산 6.6℃
  • 광주 8.3℃
  • 부산 7.7℃
  • 흐림고창 6.7℃
  • 흐림제주 10.7℃
  • 흐림강화 2.2℃
  • 흐림보은 3.2℃
  • 흐림금산 4.4℃
  • 흐림강진군 8.7℃
  • 흐림경주시 6.7℃
  • 흐림거제 8.0℃
기상청 제공

[기자수첩] "종합금융의 꿈" 밝혔지만...'겉도는' OK금융그룹

 

【 청년일보 】 대부업 조기철수를 추진 중인 OK금융그룹이 향후 종합금융그룹으로 도약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종합금융그룹'으로의 도약은 최윤 OK금융그룹 회장의 오랜 꿈이기도 하다.

 

최근 금융당국은 대부업계 1위인 러시앤캐시(아프로파이낸셜대부)에 대한 국내시장 철수를 최종 승인했다. OK금융그룹은 지난 2014년 OK저축은행의 출범을 통해 2금융에 진출하면서 2024년 말까지 대부업을 철수하기로 금융당국과 약속한 바 있다. 이를 1년 이상 앞당긴 것이다.

 

OK금융그룹이 올해 안에 대부업의 꼬리표를 떼게 되면 과거 여러 차례 도전했지만 실패했던 증권사 인수에 본격적으로 나설 수 있게 된다.

 

앞서 OK금융그룹은 지난 2015년 LIG투자증권(현 케이프투자증권), 2016년 리딩투자증권 인수전에 참여했지만 줄곧 고배를 마셨다. 또한 2017년에는 이베스트투자증권 인수전에 나서 우선협상대상자에 선정됐지만, 당시 금융위원회가 대부업 중심의 사업구조를 개편하라는 요건충족 명령을 내리면서 무산되기도 했다.

 

대부업을 청산할 경우 OK금융그룹은 증권사 인수의 가장 큰 걸림돌로 지목되던 대주주 적격성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있게 될 전망이다. 이를 통해 종합금융그룹으로 외연을 확장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할 수 있게 된다. 

 

그러나 종합금융그룹이란 목표를 앞두고 벌어진 내부갈등은 좀 처럼 해결 기미를 보이지 못하고 있다. 크고 작은 내부 갈등이 쌓이면서 노사간 불신이 적잖은 리스크로 부각되고 있다. 

 

지난해 OK금융그룹은 계열사 임직원 가운데 고객센터 직원들에게만 사업장 내 휴대폰 소지를 금지했다가 노조의 큰 반발을 야기했다.

 

OK금융그룹 측은 하루에도 많은 고객정보를 다루는 만큼, 개인정보 유출을 사전에 방지하기 위해 고객센터 직원들의 휴대폰 사용을 금지했다는 논리를 펼쳤지만, 노조는 해당 사안을 국가인권위원회에 제소하는 등 충돌을 빚었다. 

 

결국 인권위는 해당 사건에 대해 "사업장 내 휴대폰 소지를 금지한 행위는 차별행위"라면서 "직책에 따른 차별이 발생하지 않도록 휴대전화 소지를 제한하지 말 것"을 권고했다. 그러나 OK금융그룹은 이를 수용하지 않고 '모든 직원들의 휴대전화 사용 금지'라는 퇴행적인 조치로 유야무야 마무리했다.

 

OK금융그룹 노조는 이 같은 회사의 결정 뒤에는 최윤 회장의 지시가 있었을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노조를 인정하지 않는 OK금융그룹 특유의 분위기는 재일교포 3세인 최윤 회장이 한국의 노조 문화를 탐탁치 않아 하기 때문이라는 주장이 적지않다. 

 

OK금융그룹 노조 관계자는 "OK금융에는 앞서 약 20년 전, 15년 전 두 차례 노조가 있었으나, 최윤 회장의 압력으로 해산됐다"고 전했다. 

 

더욱이 올해 초에는 1년 이상 이어진 임금단체협상 과정 속에서 노조가 정길호 OK저축은행 대표를 부당노동 행위로 고발하는 사건도 발생했다. 1년이 넘는 단체교섭 기간 동안 60개가 넘는 노조의 요구를 별다른 대화 없이 거부하고, 교섭시간 역시 업무시간이 종료된 이후에야 진행하는 등 교섭해태를 보여 왔다는 이유에서다.

 

최근에는 OK금융그룹이 대부업 청산에 앞서 채권관리와 추심 등의 업무를 담당하는 소비자 금융직의 직군전환을 추진하면서 지급한다고 했던 최대 2억원 수준의 지원금(위로금)을 계산착오라는 이유로 최대 2천만원이나 깎는 등 직군전환 신청 직원들의 큰 반발을 사고 있다.

 

일각에서는 OK금융그룹의 계속되는 내부갈등 원인으로 그룹 내 탑-다운(Top-Down) 방식의 의사결정 체계를 지목하고 있다. 사실상 최윤 회장 1인의 의사결정 체계가 구축되어 있다는 게 저축은행권 관계자들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올해 초 OK저축은행 직원들의 인센티브와 수당을 일방적으로 줄이거나, 최근 팀장급 직원들에게 강제로 저녁 9시까지 사무실에 있을 것을 종용하는 등 한국의 기업문화에서 선뜻 이해되지 않는 행태로 빈축을 사기도 했다. 

 

이처럼 문제를 야기하는 의사결정 체계는 OK금융그룹의 지분 관계에서도 명확하게 드러난다. 실제로 최윤 회장은 오케이홀딩스대부의 지분 93% 이상을 보유하고 있다. 오케이홀딩스대부는 그룹의 지주사 격으로 오케이저축은행의 지분 98%를 소유하고 있는 회사다.

 

이어 최 회장은 오케이컴퍼니(100%), 예스자산대부(74%, 20%+총수 친족 54%), 오케이데이터시스템(100%), 해외 계열사인 J&K캐피탈의 지분 100%도 보유 중이다. J&K캐피탈은 아프로파이낸셜의 지분 98.8%, 오케이에프엔아이대부의 지분 100%를 소유하고 있다.

 

물론 대부업의 성공을 거쳐 저축은행권에 진출한 후에도 OK저축은행을 업계 2위로 올리는 데에는 최 회장의 1인 의사결정 체계가 주효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고객센터 직원 휴대폰 수거, 임단협 결렬과 노조의 대표이사 고발, 계열사 내 소비자 금융직군의 전환 과정에서의 지원금 삭감 등 잇따른 내부갈등의 이면에는 최 회장의 1인결정 체계가 원인이란 지적이 적지 않다. 

 

결국 OK금융그룹이나 최윤 회장 개인에게도 계속되는 내부갈등이 '종합금융그룹'이라는 목표를 이루는 데 위험 요인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이에 내부 및 일각에서는 OK금융그룹이 외형 뿐만이 아니라 내실을 도모하기 위해서는 국내 금융지주사들이 직원들을 대하는 방식을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하고 있다. 

 

실제로 올해 초 신한금융지주 회장에 오른 진옥동 회장은 취임식에서 신한을 '고객 자긍심'으로 확장하겠다는 포부를 내세우면서 이를 위한 중요한 요소로 '임직원 모두의 꿈과 행복'을 강조했다.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 역시 올해 신년사에서 존중과 배려가 넘치는 '일 할 맛 나는 조직문화' 구축을 언급했다. 


함영주 하나금융 회장 역시 "직원의 성장이 곧 하나금융그룹의 성장"이라며 "조직을 먼저 생각하고 열심히 일하는 직원이 인정받는 기업문화 속에서 그들이 리더로 성장할 수 있도록 아낌없이 지원하겠다"고 역설하기도 했다. 

 

현재 OK금융그룹은 대부업 청산이라는 큰 일을 앞두고 있다. 이에 OK금융그룹은 여타 국내 금융지주사들의 행보를 눈여겨 봐야 한다. 이를 거울삼아 조직 내부에 잠재돼 있는 불신과 갈등에 대해 보다 유연하게 대처하는 자세가 필요한 시점이 아닐까 싶다. 직원들의 지지와 호응 없는 종합금융그룹의 청사진이 과연 무슨 의미가 있을지 되새겨 볼 필요가 있다는 말이다.

 


【 청년일보=이나라 기자 】




청년발언대

더보기


기자수첩

더보기

배너
배너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