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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talk]"상도의' 두고 기싸움...일진 vs SKC 공방전 '접입가경'

 

【 청년일보 】몇 년 전의 일이었다. 서울 강서구 염창동 소재 한 아파트 단지 근처 학교 근처에 슈퍼마켓이 있었다. 주인은 친절했고, 직원들도 파트별로 꽤 많았다. 주변 사람들의 평판도 좋았다. 하지만 어느날 슈퍼마켓 바로 앞에 국내 굴지의 대기업의 대형마트 직영점이 들어선다는 소식이 들렸다.

 

이후 슈퍼마켓 사장은 인테리어가 한창인 건물 앞에서 시위를 벌였다. 절대 대형 할인마트가 들어서선 안된다는 절규였다. 결국 대형마트 직영점은 공사를 중단했다. 그러나 얼마 뒤인가 대형할인마트 직영점이 들어섰고, 지금 그 슈퍼마켓은 현재 자취를 감춘 상태다.

 

슈퍼마켓은 사라졌는데 직원들은 대형할인마트에서 근무를 하고 있다. 이직한 모양이었다.

 

 

지난해 6월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김성원 국민의힘(당시 자유한국당)의원은 대형 프랜차이즈 직영점의 골목상권내 근점출점 기준을 마련한 내용의 ‘대기업 등의 영업활동 공정화 및 소상공인 보호에 관한 법률안’을 발의한 바 있다.

 

골목상권 보호를 위해 ‘공정영업’ 대상 업종과 품목을 지정해 대기업의 매장 출범과 영업시간을 제한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기 위해서였다.

 

이 법안은 공정거래위원회가 생계형 적합업종 중에서 영업질서의 확립 및 소상공인 보호를 위해 대기업 등의 영업활동을 제한할 필요가 있다고 인정한 업종과 품목을 ‘공정영업’ 대상 업종과 품목으로 지정해 고시하도록 하고 있다.

 

쉽게 말해 동네 커피숍 근처에 스타벅스와 같은 대형 커피전문점을 들어설 수 없도록 규제한 셈이다.

 

공정경쟁에 대한 이슈는 대기업과 소상공인들만의 문제는 아니다. 중견기업들 역시 대기업들의 상도의를 져 버린 행태에 비명횡사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일례로, 최근 국내 굴지의 대기업와 동박사업을 주력으로 성장하고 있는 중견기업간 갈등이 적잖은 관심을 끌고 있다.

 

바로 SK그룹 계열의 SKC와 일진그룹의 일진머티리얼스가 전지박(일명 동박)사업을 두고 전쟁(?)을 치루고 있다.

 

 

일진머티리얼스는 자동차 밧데리 등에 소요되는 동박 생산을 주력으로 하는 기업인데 SKC가 자회사인 SK넥실리스를 통해 동박사업 확대에 나서면서 극심한 갈등을 빚고 있다.

 

두 회사간 갈등의 발단은 해외시장에서 벌어졌다. 일진머티리얼스는 수년전부터 말레이시아 쿠칭시 소재에 동박 생산공장을 설립해 가동 중이다.

 

그런데 최근 SK넥실리스가 일진머티리얼스 동박 생산공장 근접거리에 같은 제품인 동박 생산공장 설립에 나서면서 일진측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일진측은 “대규모 자금을 내세운 대기업이 자사 공장 근접거리에 동일한 생산공장을 설립하게 되면 숙련공 등 생산인력들의 인력 빼내나기 등이 우려된다”면서 “그동안 많은 시행착오를 겪은 끝에 사업을 안정화시키고 있는 단계에서 근접거리에 동일한 생산공장을 세우겠다는 건 인력을 빼내가고 기술탈취까지 하려는 불순한 의도이자, 이는 상도의에 어긋난 행태”라고 비난했다.

 

반면 SKC측은 “공장 신설 부지는 말레이시아 정부에서 추천한 곳들로, 아직 확정된 바 없다”면서 “일진측의 주장은 지나치게 과장된 측면이 있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일진측은 자사 공장시설 근접지역에 SKC가 공장을 설립하게 될 경우 인력이탈 및 이로 인한 기술탈취가 야기될 것이란 우려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

 

두 회사간 갈등이 증폭되면서 대기업의 중견기업 죽이기와 상도의에 어긋난 행태 등 일부 언론의 지적이 잇따르자, SKC는 더욱 옹졸한(?) 반격에 나섰다.

 

더욱이 일진머티리얼스와 SK넥실리스 양사 대표가 면담을 한 이후다. 알려진 바에 의하면 일진측은 면담 자리에서 대기업의 상도의 문제를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양사 대표가 면담을 가진 만큼 다소 갈등이 해소될 것이라 기대를 모았으나, 상황은 더욱 악화일로를 겪게 됐다.

 

 

그동안 대기업의 횡포 등 여론의 뭇매를 맞아온 SK넥실리스가 20개 언론사를 대상으로 전북 정읍 소재 동박공장 현장에 대한 방문행사를 추진하면서 양사간 갈등이 극대화되고 있다. 이를 두고 일진측 관계자들은 물론 일각에서도 대기업의 옹졸한 보복이자, 처신이란 지적마저 나온다.

 

이에 대해 SK넥실리스 관계자는 "이번 행사는 올해초 KCFT 인수 완료 및 사명 변경 이후 출범식과 함께 추진했던 것이나 코로나19 상황 때문에 진행하지 못한 것”이라며 “방역단계 완화에 맞춰 다시 추진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 두 회사간 갈등이 극화된 상황, 여론에서 주목하고  있다는 점 등을 감안하면 또 다른 오해를 야기하기에 충분하다고 지적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중소기업과 대기업간 경쟁이 벌어지면 자금력 등을 내세운 대기업을 이겨낼 재간이 없는 게 사실”이라며 “여론의 뭇매를 맞자 코로나19 국면인데도 20개 언론사를 대상으로 IR행사를 벌인다는 건 갈등 해소보다는 전면전을 치루겠다는 의도로밖엔 볼수 없다”고 꼬집었다.

 

이어 “중견기업들이 오랜 노력 끝에 노하우를 쌓아 핵심소재를 개발, 경쟁력을 갖추고 성장할 것 같으면 대기업들이 시장에 뛰어들어 중견기업들을 고사시키는 경우가 많다”면서 “기업의 목적이 이윤창출이기도 하나, 전체 산업발전을 위해 윤리경영에도 힘써야 하지 않겠냐”고 지적했다.

 

 

 

【 청년일보 = 김양규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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