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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급한불 끈 태영건설…'눈물'아닌 '실천'으로 진정성 보여야

 

【 청년일보 】 우여곡절 끝에 태영건설의 워크아웃 절차가 개시됐다. 지난 12일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이 밝힌 채권단 동의율은 96.1%에 달한다. 


하지만 이같은 압도적 동의에도 불구하고 워크아웃 개시는 단지 기업구조개선의 첫 단추일뿐, 앞으로 가시밭길이 예상된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이는 무엇보다도 워크아웃 개시에 이르기까지 태영건설이 채권단에 보여준 석연치 않은 태도와 무관치 않다.  


특히 지난 3일 워크아웃 신청 이후 처음 채권단을 만난 윤세영 창업회장은 "저와 경영진이 부족한 탓에 부도위기를 몰고 왔다"며 경영상 잘못을 시인하고 워크아웃 개시에 협력해 줄 것을 채권단에 호소했다.


하지만 채권단 설명회 직후 현장에서 만난 채권자들 대부분의 반응은 싸늘하기만 했다. 이유는 기대했던 사재출연이나 SBS 매각 등의 고강도 자구계획이 전혀 없었기 때문이다.

 

이러자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 강석훈 회장은 설명회 즉시 "태영그룹이 그간 맺었던 약속조차 지키지 않고 있어 대단히 유감"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즉, 산업은행을 포함한 채권단은 고령인 창업회장의 눈물어린 호소와 반드시 태영건설을 살려내겠다는 다짐에도 대규모 사재출연을 비롯한 진정성 있는 자구계획 없이는 채권단 동의를 얻을 수 없음을 분명히 한 것이다. 


이후에도 태영그룹은 채권단이 워크아웃 개시를 위한 전제조건으로 내건 태영인더스트리 매각자금 890억원의 입금시한을 어기며 다시 한번 위기를 자초했다. 당국에선 "태영그룹이 상황을 굉장히 안이하게 판단하는 것 같다"는 경고가 이어졌다.


이에 더해 일각에서는 태영그룹이 채권단과 금융당국의 압박에 못이겨, 워크아웃 결정시점에 다달아 '필요시'라는 조건을 달고 SBS주식 담보제공 등 추가 자구안을 내놓은 것을 두고 여전히 기업회생 의지에 대한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고 있다. 


건설업계에서는 워크아웃 개시보다 졸업이 더 어렵다는 평가를 내놓는다. 과거에도 워크아웃 졸업까지 평균 5~10년의 시간이 소요됐고, 모그룹의 대규모 자금지원 등에도 법정관리로 넘어가거나 매각되는 사례가 많았기 때문이다.


어렵사리 워크아웃을 개시한 태영건설 역시 수 많은 난관에 봉착해 있다. 


워크아웃 개시로 일단 태영건설은 당장 이번주부터 회계법인 선정을 거쳐 최대 4대월간의 자산과 부채상황을 분석하고, 존속능력 여부를 평가받는 실사에 돌입한다. 


실사과정의 핵심은 태영건설의 우발채무 규모다. 태영건설은 보증채무 9조5천억원 중 우발채무가 2조5천억원 수준이라고 주장한다. 반면 채권단은 우발채무가 얼마든지 늘어날 수 있다며 경계를 늦추지 않고 있다.


산업은행은 실사 후 기업개선계획이 수립되면 2차 금융채권자협의회를 소집해 다시 한번 의결을 거친다는 방침이다. 만약 실사결과 추가적인 대규모 우발부채가 발견될 경우 워크아웃은 종료되고 법정관리가 개시될 가능성도 있다. 


아울러 산업은행은 지난 12일 태영건설의 워크아웃 개시 결정을 알리며 "협의회가 워크아웃 개시를 결의한 것은 태영그룹이 자구계획과 책임이행 방안을 신속하고 철저하게 이행하겠다고 대국민 앞에 약속한 것을 신뢰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즉 태영건설이 이같은 신뢰를 저버릴 경우 워크아웃은 지속될 수 없다는 경고로도 해석된다. 

 

신뢰란 무릇 기업에게 최우선시 되는 덕목으로 꼽히지만 태영건설은 워크아웃 신청으로 이미 수많은 채권자들과의 신뢰를 깨뜨렸다. 따라서 워크아웃 개시는 태영건설에게 주어진 마지막 기회인 셈이다.

 

또한 윤세영 창업회장은 평생을 일궈온 기업의 명운이 걸린 시기인 만큼 눈물의 감정적 호소보다는 약속이행이라는 기업가 정신을 보여줄 때다.

 


【 청년일보=최철호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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