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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유도 단상(斷想)] 노벨상 수상자 하버의 후과(後果)...조민에 대한 선처

 

【 청년일보 】 '프레온가스'로 널리 알려진 염화불화탄소(CFC)는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출신 토머스 미즐리(Thomas Midgley)에 의해 세상에 알려졌을 때 이른바 '꿈의 물질'로 불리며 환영 받았다. 

 

당시 냉매로 사용한 유독성 암모니아 유출로 목숨을 잃는 사람들이 많아 안전한 냉매로 각광 받았다.

 

CFC가 너무나도 안정적인 구조로 인해 파괴되지 않고 성층권까지 올라가 자외선을 만나는 순간 오존층을 파괴한다는 사실이 알려지기 전까지는 그랬다. 

 

CFC 합성 외에도 미즐리를 유명하게 만든 것은 유연휘발유다. 

 

당시 자동차의 연비저하와 함께 소음과 진동을 일으키는 노킹현상을 납성분인 테트라에틸납을 첨가해 방지해 내며 주목받았다. 다만 후일 유연휘발유도 환경오염의 주범으로 지목되면서 무연휘발유로 대체됐다. 

 

미즐리의 합성 과정에서 탄생한 CFC와 유연휘발유는 환경 오염에 대한 문제가 불거지면서 재평가 받게 됐다. 이 과정에서 특히 유연휘발유의 경우는 미즐리가 폐해를 알면서도 경제성을 이유로 납을 사용했다는 의혹이 일기도 했다. 

 

이와 달리 암모니아 합성법인 하버-보슈법을 통해 암모니아 비료 생성으로 인류 식량 생산의 신기원을 달성한 프리츠 하버는 세계 1차대전에서 독가스 생산에 자신의 합성법을 사용해 관여하면서 전범자 명단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식량난 해소로 노벨상을 수상했지만 전범이란 오명을 남긴채 생을 마감한 하버의 삶에 대해 절친으로 알려진 아인슈타인은 '독일계 유대인의 비극'이란 의미심장한 말로 그의 생을 평가하기도 했다. 

 

납 사용에 대한 의혹이 남기는 했지만 미즐리가 합성한 물질들의 문제점은 후일 연구에서 밝혀졌다. 다만 하버는 자신의 합성법이 전쟁에 사용될 경우 발생할 후과(後果)에 대한 인식하에 화학 무기 개발자로 전쟁에 참여 하면서 미즐리와는 또 다른 평가를 받게됐다. 

 

이른바 카오스 이론에서 언급되는 나비 효과는 환경이나 행위자 행동 등의 미세한 차이에 의해 결과가 완전히 달라지는 현상을 의미한다. 무시해도 될 만큼 작은 차이에서 비롯된 반향이 큰 파장을 일으켜 예상치 못한 결과를 초래하는 경우가 발생하는 것이다. 물론 장기적인 예측도 쉽지 않다. 

 

조국 전 법무장관의 딸 조민씨의 지지자들이 '조민씨 탄원서'라는 글을 통해 피고인 조민에게 사법부의 포용과 관용을 바라는 마음으로 탄원서를 제출한다며 선처를 호소했다. 

 

이들 주장의 핵심은 "사회적 성취에 따라 기회가 다른 것은, 아프지만 한국 사회의 현실이다"며 "이러한 문제를 학생 개인에게 온전히 책임을 묻는 것은 과도하다"는 것이다.   

 

일견 설득력이 있는 있어 보이기도 하는 주장이다. 교육과 관련한 사회 제도적 차원에서 문제를 바라보고 결과적으로 사회적 관행에 따라 발생한 책임을 개인에게만 묻는 것이 온당치 못하다는 주장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카오스 이론에서 언급되는 나비 효과와 같이 선처에서 비롯될 사회전체에 대한 파장을 간과할 수 는 없다. 

 

선처를 주장하는 이들이 언급한 바와 같이 "지난 2019년부터 5년동안 한국 사회에 공정과 상식이라는 화두를 던지며 논란의 중심에 섰던 피고인 조민"과 그에 대한 사법부의 포용과 관용이 가져올 나비 효과를 무시해선 안되기 때문이다.     

 

당시 교육제도에 영향을 받았던 모든 이들이 제도적 허점을 파고들어 이용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한국 사회'의 공정과 상식은 제도를 활용할 수 있는 기득권을 가진 사회계층의 관행에 대한 용서나 선처 베풀기에 앞서 문제에 대한 원인을 살피고 재발을 방지하기 위한 방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선처가 가져올 수 있는 사회적 파장과 반향이 오래 뒤 또 다른 후과를 만들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할 시기다. 

 


【 청년일보=전화수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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