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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유도 단상(斷想)] 유전유죄 무전무죄...영화 '밀양'의 용서와 형사공탁제도

 

【 청년일보 】 이청준의 소설 벌레이야기를 원작으로 한 영화 밀양은 2시간이 넘는 러닝타임 동안 여주인공 신애를 지켜보는 종찬의 시점으로 이야기가 진행된다.

 

소설에서는 아이를 유괴당한 아내의 고통을 지켜보는 남편의 서술을 통해 아내가 맞는 파국을 지켜보게 되지만 영화 밀양에서는 남편의 역할을 종찬이라는 인물이 대신하게 된다. 그도 제3자의 입장에서 여주인공의 상황을 전달하는 역할이다.

 

여주인공 신애는 유괴당한 아이를 잃은 죽음보다 더한 고통 속에서 종교에 대한 귀의를 통해 유괴범을 용서하고자 한다.

 

그러나 유괴범은 이미 자신도 종교를 통해 용서와 구원을 얻었다는 말로 신애의 가슴에 대못을 박는다. 영화는 피해의 당사자인 신애가 하지 않은 용서를 종교를 통해 얻었다는 사실에 찢어지는 마음의 상처를 그리며 종찬은 관찰자적 시점으로 모든 사실을 응시한다.

 

제3자로서의 관찰자적 시점에서도 주관은 개입될 수 밖에 없다. 다만 법원의 판결에서는 주관의 개입이 아닌 법에 따른 엄정한 판단이 작용할 것으로 우리는 믿고 있다.

 

법의 정상참작은 범죄의 정상을 고려해 법원이 형을 가볍게 하는 것이다. 쉽게 말해 죄형 법정주의라는 법의 테두리 안에서 피의자의 사정을 봐주는 것이다.

 

대검찰청은 7일 이른바 '기습공탁'을 통한 감형 시도에 엄정한 대응 방침을 밝혔다.

 

대응 방침은 피해자가 형사공탁에 대해 의견을 진술할 기회를 보장받는 절차가 제도화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 골자다.

 

일방적인 합의 종용·협박 등을 방지하기 위해 도입된 '형사공탁 특례제도'가 실무현장에서 악용되는 사례가 많았다는 지적을 반영한 조처다.

 

기존 공탁법은 공탁서에 피공탁자의 성명이나 주소, 주민등록번호 등의 인적 사항을 기재하도록 규정해 피해자의 인적 사항을 확인하기 어려워 공탁을 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피고인이 불법적 수단을 동원해 피해자를 알아내거나 합의를 종용하는 일이 사회적 문제로 확대되자 형사공탁 특례제도가 도입됐다. 

 

공탁법에 형사공탁 특례조항(제5조의2)을 신설, 피해자의 인적 사항을 몰라도 형사사건이 진행 중인 법원과 사건번호, 사건명 등을 공탁서에 기재하면 변제공탁이 가능하도록 했다. 

 

다만 법조계 일각에서는 피해자로부터 용서받지 못한 피고인들이 기습적으로 공탁금을 걸고 감형을 주장하는 수단으로 악용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국회에서도 설훈 의원 등이 변론 종결 이후 공탁으로 피해자의 이의 의견 제출을 막는 폐단을 막기 위해 공탁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해 형사공탁을 해당 형사사건의 변론 종결 기일 14일 전까지 할 수 있도록 규정하는 등 개선에 나서기도 했다. 

 

사회적 지위와 재산의 정도에 따라 형량이 좌우될 수 있다는 법조계를 꼬집는 이른바 '유전무죄 무전유죄'라는 말은 공교롭게도 공주교도소에서 탈주한 탈주범의 입에서 나온 발언이다.  

 

지난 2004년 10월 14일 서울고등법원 국정감사 현장에서 고인이 된 노회찬 의원은 당시 김동건 법원장에게 돈이 있어도 없어도 공정한 법의 심판을 받는 것이 법의 정신이란 의미로 일침을 가했다. 

 

그는 "수십 년간 땀 흘려서 농사를 지으며 우리 사회에 기여한 점을 감안해 감형한다거나 산업재해와 저임금에도 불구 땀 흘려 일해 산업 발전에 기여한 공로가 있는 노동자이므로 감형한다는 예를 본 적이 없다"며  '유전유죄 무전무죄' 상황을 빗대 법의 공정성에 대해 지적했다. 

 

영화 밀양과 같이 용서한 적 없는 피해자가 존재함에도 용서를 받았다는 가해자의 관계를 종교적 의미로 해석한다면 바닷가의 모래알 숫자를 정확히 셀 수 없듯 불가능해 보일지 모르지만, 법이 정한 공정과 상식이라는 관점에서 형사공탁제도의 맹점을 개선한다는 대검의 제도 개선 취지는 환영할 만하다. 

 


【 청년일보=전화수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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