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층의 위기가 지속되고 있다. 미래에 대한 구체적 계획없이 '그냥 쉰다'는 청년들의 수가 다시 증가세로 돌아섰다. 청년 1인가구 증가에 경제적 부족함은 물론 사회적 유대 관계가 단절되며, 이들의 정신적·신체적 건강까지 위협받고 있다. 이와 같은 사회적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정부와 기업의 다양한 노력을 알아본다. [편집자주]
[글싣는 순서]
(上) "생활고에 치이고, 마음도 상하고"…이중고 시달리는 1인 가구 청년
(中) "근로의욕도 정신건강도 악화"…정부, '청년 氣 살리기' 총력
(下) "청년 위해 기업이 나선다"…취업·창업 등 맞춤 지원 확대
【 청년일보 】 "원하는 기업의 공채가 뜨지 않고, 취업을 위해 준비한 시간도 아까워 아르바이트로 근근이 생활하고 있어요. 그러다 보니 소득도 낮아져 정신적 만족도나 자신감도 급격히 떨어지는 것 같습니다."
서울시 마포구에서 홀로 생활한다는 20대 취업준비생 A씨는 이같이 말했다.
이처럼 청년세대가 생활고로 지속적인 어려움을 겪는 동시에 마음 건강에도 적신호가 켜지는 청년층 숫자가 늘어나자 사회적 우려도 함께 확산하고 있다.
특히 1인 가구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2030세대 청년세대일수록 이러한 어려움에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작년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지난 2022년 1인 가구는 전체 가구의 34.5%에 해당하는 750만2천가구였다.
연령대별 비중으로 살펴보면, 29세 이하가 19.2%, 70세 이상 18.6%, 30대 17.3% 등의 순으로 2030세대가 36.5%를 차지해 60대 이상 노년층과 유사한 수준을 보였다.
또한 2022년 1인 가구 연간 소득은 3천10만원으로, 전체 가구 평균(6천762만원)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연간 지출은 2천68만원으로 전년(1천870만원) 대비 10.6% 증가하며 생활고가 더욱 심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가구 평균 지출이 4천41만원에서 4천267만원으로 5.6% 증가한 것과 비교하면 1인 가구의 경제적 효율성은 급격히 추락하고 있는 셈이다.
생활고에 시달리는 1인 가구가 증가하자 이로 인한 우울증, 공황장애 등 마음건강 악화에 시달리는 청년들도 함께 증가하고 있다.
2022년 기준 우울증으로 병원을 찾은 환자는 최초로 100만명을 넘어섰고, 이 가운데 20대가 18.6%로 가장 많았다. 이어 30대가 16%로 뒤를 이었다.
마음건강의 악화는 자살이라는 극단적 선택으로 연결되고 있어 사회적 문제로 부각되고 있다. 2023년 상반기 자살 사망자는 6천9백여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8.8% 증가했고, 19세 이하 청소년 자살 사망자는 무려 18% 늘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현상의 원인이 청년세대가 겪고 있는 생활고, 주거난 등 물질적 환경과 직결돼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서울시 중구에서 한 정신건강의학과 원장을 맡고 있는 전문의는 "최근 극심한 취업난과 이로 인한 생활고, 불안정한 사회적 위치로 촉발되는 끝없는 불안감으로 병원을 찾는 2030세대가 눈에 띄게 늘었다"라면서 "특히 코로나19 이후 먹거리 등 물가 상승에 직접적으로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는 '혼자 사는 청년'의 내원이 증가했다"라고 말했다.
그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 타인과 자신을 비교 및 대비할 수 있는 순간이 많아지고, 이로 인해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는 경우가 많다"라면서 "또한, 정직하게 일을 해서 자신의 경제적 처지를 개선할 수 없다는 인식을 넘어서 확신이 사회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라고 설명했다.
통계청 통계개발원의 '한국의 사회동향' 보고서에서도 "사회 진입 초기의 청년 1인 가구의 주거 불안정은 지속적인 사회 정착 장애요소로 작동해 결국 저출산과 계층 이동 사다리의 붕괴라는 사회적 위기를 재생산한다"라고 짚었다.
생활고가 청년층의 마음건강 문제로 이어지고, 사회적 재생산을 가로막는 악순환과 결별하기 위해서는 정부 차원의 '계층 사다리 재건'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한 청년단체에 소속된 전문가는 "청년세대를 중심으로 이미 자리한 '무기력함'을 걷어낼 수 있도록 사회 각계각층의 따뜻한 시선과 실질적 지원이 필요하다"라면서 "청년세대가 10~20년 후 기성세대로 자리하고, 우리 사회의 기둥이 될 존재라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라고 전했다.
그는 "청년세대가 특히 주거문제를 스스로 해결할 수 있다는 확신을 심어줄 수 있도록 정부의 과감한 지원책이 지속되어야 한다"라면서 "저출산 등의 문제도 이와 직결돼 있는 만큼 국가적 차원의 미래를 위해서라도 과감한 노력이 필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 청년일보=김원빈 기자 】